2016년 6월 유네스코는 이례적으로 한 건축가의 7개국에 걸친 17개 콘크리트 건축물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다. 그 위대한 건축가는 바로 ‘현대건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 스위스)이다. 현대미술의 메카라 불리는 뉴욕 모마(MOMA)와 파리 퐁피두(Pompidou)에서 최다 관람객 기록을 갱신했던 <르 코르뷔지에전>이 전세계 유명 디렉터들의 손을 거쳐 한국에서 선보이게 되었다.
돔이노 시스템과 현대건축의 5원칙
1917년 프랑스로 건너간 서른 살의 르 코르뷔지에는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앉게 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더 빠르게 더 많은 집을 지어줄 수 있을까?” 고민을 하며 새로운 건축방식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그는 결국 과거 대리석과 벽돌로 만든 조적식(쌓기) 건축에서 벗어나 콘크리트를 활용해 얇은 바닥판, 지탱하는 기둥, 오르내리는 계단으로 실용성을 강조한 건축방식, 돔이노(dom-ino, 집-혁신) 시스템을 개발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건축의 5원칙인 필로티(Pilotis), 옥상정원(Roof Garden), 자유로운 입면(Free Façade), 자유로운 평면(Free Plan), 가로로 긴 창(Horizontal Window)을 정립하는데, 이로 인해 현대 건축은 1층 공간의 변형과 내‧외부 벽의 자유로운 설정을 통해 효율적인 공간 설계가 가능하게 된다. 그 유명한 ‘빌라 사보아(Villa Savoye, 1929~1931, 파리)’는 현대건축의 5원칙이 뚜렷하게 적용된 걸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또한 작은 공간에서도 편하게 살 수 있는 ‘모듈러 이론’ 을 개발해 최초의 현대식 아파트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é d’Habitation, 1945~1952, 마르세유)’을 만들었는데, 이 건축물은 전 세계로 확산되어 아파트의 기본이 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인 세운상가(1968, 종로)도 건축가 김수근씨가 이 건축물을 인용해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화를 통해 사물의 본질에 도달하고자 했던 르코르뷔지에. 지붕을 조개 껍데기 오브제에서 착안해 만든 롱샹성당 (Notre-Dame du Haut, 1952~1955, 프랑스 롱샹)은 20세기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창조의 원천, 그림 그리기
“내 예술적 창조의 비결은 1918년부터 날마다 그린 회화작품에 있다.” 그는 건축가 이전에 피카소와 동시대를 살아간 유능하고 성실한 화가였고, 이는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 다수의 회화작품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그림 그리기를 통해 사물(자연)의 본질에 도달할 수 있었고 이를 건축에 활용했는데, 20세기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롱샹성당(Notre-Dame du Haut, 1952~1955, 프랑스 롱샹)의 지붕 모습이 조개 껍데기 오브제에서 착안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평생 사랑했던 지중해 해변에서 모듈러 이론을 적용한 4평 남짓한 통나무집 ‘카바농(Cabanon)’을 짓고 살았던 그는 해변가에 수영을 하러 나갔다가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한다. 현대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모더니즘 정신에 대해 평생 고민하고 이를 실천에 옮겼던 그의 메시지들을 통해 우리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르 코르뷔지에 4평의 기적>展
기간 2016.12.6 ~ 2017.03.26
시간 11:00am ~ 7:00pm (3월은 8pm까지, 마지막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1F
문의 02-532-4407, www.lecorbusier.co.kr
티켓 성인 15,000원, 청소년 10,000원, 어린이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