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장아장 걸으며 와락 안기던 아들의 어깨가 어느새 아빠 어깨만큼 넓어졌다. 훌쩍 커버린 세 아들을 바라만 봐도 마음 든든하다는 박경호 사우 부부. 상쾌한 푸른 바닷바람을 맞으며 기분좋은 산책을 즐기는 가족을 따라 포항 영일대 해수욕장 백사장길을 걸었다.
유난히 ‘바다’와 인연이 깊은 가족
평화로운 주말 오후, 박경호 사우 가족이 해변을 산책하며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운다. 늘 걷는 길이지만 이번엔 대구에서 공부하던 큰아들 인설 군(23세)이 함께해 더욱 특별한 시간이 됐다. “포항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은 늘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점이죠. 특히 새벽 출근길은 환상 그 자체입니다. 장엄한 일출을 감상할 수 있거든요. 벅찬 감동 속에 하루를 시작하는 셈이죠.”
박경호 사우 가족은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5분거리에 살며 가족끼리 해변 산책을 즐겨왔다. 이들 가족은 유난히 바다와 인연이 깊다. 박경호 사우가 해군으로 바다에서 7년을 복무했고, 뒤를 이어 두 아들 역시 해병대에 지원해 현재 둘째 성민 군(21세)은 군복무 중이다. 무엇보다 부부의 첫 인연 역시 바다와 관련이 있다.
“우연히 친구들 모임에서 아내를 본 곳도 포항 앞바다였고, 첫 데이트 장소 역시 이곳 해변이었죠. 핸드폰이 없을 때라 요즘처럼 쉽게 연락할 수도 없었지만, 기다리는 즐거움과 애틋함도 컸고 낭만도 있었죠. 1년동안 연애하면서 주말이면 늘 해변에서 데이트를 했습니다.”
만점 아빠와 세 아들
홍정숙 씨 역시 남편과의 첫 만남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순한 첫인상과 선한 성품은 오랜 결혼생활 동안 변함이 없었다. 자상하고 가정적인 남편은 개구쟁이 아들 셋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됐다. 세 아들 운동회를 모두 챙길 정도로 만점 아빠였던 그는, 15년 전 아들이 나무 젓가락으로 담배 피는 흉내를 내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금연을 결심했다. 부모로서 책임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에게 본이 되는 아빠가 되겠다는 다짐은 가족이 함께하는 봉사활동으로 이어졌고, 내년에는 포항공장 자원봉사단 희망팀의 리더로 더욱 왕성한활동을 할 계획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책보다는 여행을 통해직접 경험하고 배우게 하고 싶어 전국 곳곳을 다녔습니다. 돈만 버는 아빠가 아닌, 고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어 노력을 했는데, 아이들이 제 마음을 알아줘서 고마울 뿐이죠.”
아들만 셋이다 보니 집안 분위기가 무뚝뚝할 것 같지만, 함께 한 추억이 많아서인지 항상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두 형과 터울이 있는 막내 정민 군(15세)의 애교 덕분에 늘 웃음이 가득하다.가족의 행복 비결에 대해 한마디로 ‘대화’와 ‘관심’ 이라는 박경호 사우 부부. 어쩌다 다른 의견이 있어도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면 웬만한 문제는 말끔히 해결된다고 한다. 산책이 마무리 될무렵 부부가 모처럼 다정한 포즈를 취하자, 두 아들이 카메라로 연신 촬영하며 활짝 웃는다. 바닷물에반사되는 햇빛처럼 가족의 행복도 반짝반짝 빛이나는 하루 였다.
“돈만 버는 아빠가 아닌, 고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어 노력을 했는데, 아이들이 제 마음을 알아줘서 고마울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