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단체전과 개인전 금메달을 석권, 남자 양궁 최초로 올림픽 2관왕에 오른 구본찬 선수. 놀라운 집중력과 자신감 넘치는 경기운영으로 단체전 결승에서 6발 모두를 10점 과녁에 꽂아 넣은 그는 경기에 임할 때마다 ‘자신 있게, 나가도 9점, 과감하게, 후회 없이’를 되뇌며 스스로의 역량을 십분 발휘했다. 평소 특별한 관리를 하기보다 일을 즐기며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구본찬 선수를 만났다.
◉ 리우올림픽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네덜란드와 치렀던 8강전, 그리고 단체전 결승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 팀이 예선 1위를 기록, 부전승으로 8강에 진출해 네덜란드와 첫번째 결선 경기를 치르게 되었는데요. 저를 포함해 우진이와 승윤이, 3명 모두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는 부담감에 초긴장 상태였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코리아’라는 팀 소개 멘트를 듣자마자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어요. 덕분에 경기에 좀 더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결승전도 마찬가지였어요. 올림픽 기간 내내 즐겁게 준비했고 팀워크도 최고였기 때문에 금메달을 따야한다는 생각보다는 셋이 하나로 뭉치는 데 집중했습니다. 위기일수록 상대방보다는 자신에게 신경 쓰라는 감독님의 조언대로, ‘지금 아주 좋아, 잘하고 있어’라는 말을 서로 주고받으며 우리 과녁에만 ‘올인’했죠. 그래서 경기 당시에는 제가 쏜 6발 모두가 10점 과녁에 꽂힌 걸 몰랐습니다. 경기를 마친 후 60점을 쐈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죠. 개인전 금메달도 예상 밖이었어요. 전 우진이가 금메달을 딸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아마 저 스스로도 금메달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기 때문에 부담감이나 중압감이 덜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운도 좋았고요.
◉ 리우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원동력, 무엇일까요?
글쎄요. 양궁이 집중력 싸움이긴 하지만 특별한 훈련법 같은 건 없습니다. 매일매일 꾸준히,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최선을 다해 연습에 임할 뿐이죠. 다만 리우에 가기 전, 야구경기장인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했던 게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습니다. 야구 팬들의 응원가와 뜨거운 함성이 가득한 곳에서 미리 시합 때의 긴장감과 압박감을 맛봤던 까닭에 실제 경기에서도 여유롭게 활시위를 당길 수 있었으니까요. 국가대표 3년 차로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등에 참여했던 경험도 도움이 됐고요. 덕분에 올림픽 예선전 무대에서 첫 발을 쏠 때도 걱정이나 긴장보다는 두근거림과 설렘이 앞섰습니다. 사실 대한민국 양궁은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국가대표는 물론, 실업팀 선수들도 실력 차가 거의 없습니다. 누가 더 대범하게 경기운영을 하느냐, 누가 더 한 발 한 발 집중해서 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죠. 저 역시 언제나처럼 ‘자신 있게, 나가도 9점, 과감하게, 후회 없이’를 되뇌며, 시위를 당기는 그 순간에 집중했을 뿐입니다.
◉ 처음 양궁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무엇인가요? 또 평소 연습시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양궁을 시작한 게 초등학교 5학년 때인데, 당시 담임 선생님이 양궁부 감독이셨어요. 양궁부에 합류하면 매일 1,000원씩 용돈을 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얼른 지원했죠. 활 쏘는 게 왠지 멋있어 보이고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부모님은 반대하셨어요. 1주일도 못 가서 그만둘 거라고 하셨죠. 양궁은 침착하고 차분한 사람이 해야 하는 운동인데, 네가 할 수 있겠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할수록 재미있고 즐거웠어요. 1등 하다가 4등도 하고 성적은 매번 들쑥날쑥 했지만, 이것도 다 경험이라 생각하고 하루하루 즐겁게생활했죠. 연습은 예나 지금이나 회사 출퇴근하듯이 매일매일 꾸준히, 규칙적으로 하고 있어요. 정해진 스케줄을 따라가는 거죠.태릉선수촌에 있을 땐 매일 새벽 5시 45분에 일어나 음악에 맞춰 스트레칭 하고, 운동장 다섯 바퀴를 도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어요. 매트 위에서 균형 잡는 코어운동도 하고요. 그렇게 새벽운동을 1시간 한 후 아침식사를 하고 9시부터 본 훈련에 들어가요. 중간중간 쉬는 시간과 식사 시간을 빼고는 하루 8시간 이상 훈련하는 셈이죠. 다만 저 같은 경우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틈틈이 낮잠을 자곤해요. 식사 후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지 않으면 피곤하고 나른해져서 집중력이 떨어지거든요. 훈련이 없을 땐 소속팀 형들과 ‘치맥’도먹고, 볼링이나 탁구, 배드민턴 같은 운동을함께하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합니다. 회사원들의 일상과 별로 다를 게 없죠.
◉ 현대제철양궁단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는지, 또 닮고 싶은 롤 모델은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현대제철양궁단에는 올해 1월 1일자로 입단했습니다. 누구나 오고 싶어하지만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는 팀에 합류하게 돼 영광이었죠. 성적은 물론 인성까지, 모든 면을 충족해야 들어올 수 있는 팀이니까요. 그래서 장영술 감독님이 스카우트 제의를 해주셨을 때 너무 감사하고 뿌듯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오고 싶은 마음에 정식으로 합류하기 두 달 전부터 팀 훈련에 참여하고 싶다고 감독님이랑 코치님을 졸랐어요. 다행히 밥 숟가락만 하나 더 얹으면 된다고 얼른 오라고 허락해 주시더라고요. 제 롤 모델인 진혁이 형(런던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오진혁 선수)이 현대제철양궁단 소속 코치 겸 선수인 것도 좋았어요. 제가 처음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부터 형이 옆에서 잘 챙겨주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거든요. 최고의 선수임에도 그 자리를 지키기위해 손가락에 굳은 살이 배길 정도로 연습하시는 걸 보고 있으면 절로 ‘와’ 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와요.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처럼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장난 아닐 텐데도 늘 한결같이 자기 관리에 철저한모습을 보면 존경스럽고요. 나도 형처럼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겠다, 다짐하게 되죠.
◉ 양궁선수로서 목표, 향후 계획이 있다면요?
운동선수에게 올림픽은 그야말로 ‘꿈의 무대’입니다. 출전 그 자체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이죠. 그런데 저 같은 경우 운 좋게도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두 개나 땄어요. ‘꿈의 무대’가 ‘꿈을 이룬 무대’가 된 셈이죠. 하지만 이걸로 ‘꿈이 다 이루어졌다. 이게 끝이다.’ 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이제 겨우 한 걸음 나갔을 뿐이니까요. 이번 리우올림픽이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이 된 건 사실이지만, 이 또한 제 커리어의 한 줄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특별한 목표나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그저 하루하루 즐겁게 앞만 보고 달려 가려고 합니다. 4년은 짧다면 짧고길다면 긴 시간이에요. 지금 당장 도쿄 올림픽 출전을 장담할 순 없지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노력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또 찾아올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그 기회를 잘 살리면 다시 한 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죠.
◉ 마지막으로 현대제철 사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대제철양궁단은 대한민국 양궁선수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최고의 ‘드림팀’입니다. 운동하기에 최상의 여건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최고의 역량을 보유한 선수들이 모인 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모두 뒤에서 든든하게 지원해주시는 회사와 사우 여러분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늘 지금처럼 ‘현대제철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시길 바라며, 저 또한 ‘현대제철양궁단’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매일매일 즐거운 마음으로 충실히 연습에 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