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히어로가 우리 집 방구석으로!

<오징어 게임>으로 더욱 핫해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시간을 순삭하는 콘텐츠 보물 주머니가 더욱 빵빵해진다. 어릴 적 우리의 상상력을 책임지던 디즈니, 바로 그 디즈니가 플러스를 달고 우리 집 방구석으로 찾아오기 때문이다. 일단 우리가 환호하는 마블 히어로의 방구석 1열 직관부터 해볼까?

오징어 게임의 성공, 넷플릭스의 하드캐리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물론 재미와 완성도 덕분이겠지만, 더 본질적으로는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단일 유통망을 완성한 넷플릭스의 힘 덕분이다. 만일 보통 방송국에서 방영된 작품이었다면, 완성된 콘텐츠를 얼마를 받고 수출하면 좋을지 여러 나라의 수입배급사들과 협상하는 과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또 작품이 공개되는 일정과 방식, 작품을 어떤 식으로 홍보할 것인가 하는 전략도 나라마다 모두 달랐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190여 개 국가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이 모든 걸 컨트롤할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이 거대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넷플릭스라는 거인의 유통망을 타고 동시에 퍼졌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나 떨고 있니’ 

전 세계를 손아귀에 넣은 이 콘텐츠 거인은 한국 콘텐츠 시장도 성큼성큼 장악하고 있다. 작년과 올해 연이어 화제가 된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 <킹덤: 아신전>, <D.P.>, <오징어 게임> 등의 드라마는 모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작품 아닌가. 제작사 입장에서도 더 나은 기회와 넉넉한 자본을 약속하는 넷플릭스에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상황이 이러니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성공이 조금 씁쓸해진다. 거인 덕분에 한국 콘텐츠가 1위를 한 건 좋긴 한데, 국내 콘텐츠 업계가 지금 저 거인과 맞설 준비가 된 게 맞나 싶어서 말이다. 안방을 지키려고 발버둥치는 기존의 레거시 채널들, 저마다 ‘타도 넷플릭스’를 외치며 달리고 있는 토종 스트리밍 서비스 웨이브, 티빙, 왓챠 등의 건투를 비는 수밖에.

디즈니가 왜 거기서 나와? 

넷플릭스 하나만 상대하는 것으로도 벅찬 한국 콘텐츠 시장에 또 하나의 거인이 문을 두드릴 채비를 끝마쳤다. 11월 12일부터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는 디즈니사의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다.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픽사, 마블 스튜디오, 루카스 필름, 내셔널 지오그래픽, ABC, FX, 20세기 스튜디오, 서치라이트 필름까지. 과연 ‘글로벌 콘텐츠 공룡’라 불릴 만하다. 그 목록을 열거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찰 정도의 콘텐츠 IP(지적재산권) 제국을 건설한 디즈니가 작정을 하고 한국 시장에 들어온다. 월 이용료는 9900원. 연간 이용료 9만 9000원을 한꺼번에 내면 한 달에 8250원까지 떨어진다. 아이디 하나로 네 명까지 동시접속이 가능해 가격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블 팬들을 유혹하는 기대작들

디즈니플러스 한국 상륙에 소비자들 마음이 들썩인다. 넷플릭스에서 갈아탈까 말까 고민이 시작된 것. 가장 마음이 급한 건 마블 팬들일 것이다. <어벤저스: 엔드게임> 한 편의 관객 수만 1397만 명을 기록할 만큼 충성도 높은 마블 팬이 가득한 한국 아닌가. 게다가 기존 ABC나 훌루,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마블 드라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MCU)의 중심 스토리라인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곁다리 이야기를 다뤘다면, 디즈니플러스가 <완다비전>을 기점으로 선보이기 시작한 마블 드라마는 MCU의 핵심 설정을 직접 건드린다. 2022년에 개봉 예정인 <닥터 스트레인지 인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디즈니플러스판 마블 드라마 <완다비전>과 <로키>를 봐야 하고, 당장 올해 12월에 개봉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또한 <로키>를 보는 것과 보지 않는 것 사이에서 이해의 깊이가 달라진다.

<스타워즈> 세계관의 팬이라면 <스타워즈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 이후 이야기를 그리는 실사 드라마 시리즈 <더 만달로리안>과 <더 북 오브 보바 펫>, 일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스타워즈> 세계를 상상한 아홉 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묶은 옴니버스 시리즈 <스타워즈: 비전> 또한 놓칠 수 없다. 이완 맥그리거와 헤이든 크리스텐슨이 무려 17년 만에 <스타워즈> 세계로 복귀하는 2022년 공개 예정 드라마 <오비완 케노비>를 숨죽여 기다리고 있는 팬도 한둘이 아니리라.

어른이와 어린이를 사로잡을 애니메이션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와 픽사가 보유한 방대한 애니메이션 라이브러리에 환호를 지를 것이다. 특히나 디즈니플러스가 아니면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작품들, 이를테면 <토이 스토리 4>에서 처음 등장한 캐릭터 ‘포키’가 주인공인 단편 시리즈 <포키는 궁금한 게 많아요>나 <몬스터 주식회사>의 시퀄 시리즈인 <몬스터 근무일지>, <업>의 삼총사인 칼과 러셀, 말하는 개 더그의 후일담을 다룬 <더그의 일상>, <겨울왕국> 속 사랑받는 눈사람 ‘올라프’의 관점에서 다시 쓴 <겨울왕국> 이야기인 <올라프의 탄생> 같은 작품들은 놓칠 수 없다.

자체 제작 드라마도 개봉박두

넷플릭스가 그랬던 것처럼, 디즈니플러스도 한국 콘텐츠 생태계에 직접적으로 손을 뻗는다. 디즈니플러스 내의 ‘스타’ 레이블을 통해 직접 자체 제작해 선보이는 한국 드라마만 네 편이다. 강다니엘과 채수빈이 경찰대 학생으로 출연하는 오리지널 드라마 <너와 나의 경찰수업>,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판타지 로맨스물 <키스 식스 센스>, 강풀의 판타지 액션 스릴러 대작을 실사화한 대작 드라마 <무빙>, 서강준, 김아중, 김무열 주연의 SF 추적 스릴러 <그리드>까지. 아시아 콘텐츠 시장에서 강자로 떠오른 한국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디즈니플러스의 노력 또한 공격적이다.

한국 콘텐츠 생태계의 미래는?

콘텐츠 선물이 쏟아진다 해도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상륙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라는 두 거인의 싸움에 한국 콘텐츠 생태계가 완전히 장악되는 건 아닐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니까. 넷플릭스에 망 사용료를 부과하기 위한 끈질긴 싸움도,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오프라인 상영관처럼 영화발전기금을 부과하기로 한 정책기조 변화도 결국 다국적 거대 스트리밍 서비스에 맞설 한국 콘텐츠 생태계의 힘을 키워주기 위한 조치들이다. 하지만, 어쩌면 정말 위기가 기회인지도 모른다. 원래 체급은 나보다 강한 상대와 싸우며 올리는 것이고, 실력은 내가 뛰어넘기 어려운 상대를 따라잡으려는 과정에서 느는 법이니까. 막대한 자금과 촘촘한 유통망, 압도적인 콘텐츠 IP를 보유한 거인들과 맞서 싸우다 보면 또 아는가. 한국의 콘텐츠 생태계 체급 또한 덩달아 올라갈지.

이승한 (TV칼럼니스트)
사진 셔터스톡, 디즈니플러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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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3
  1. 아이언맨 화이팅

  2. 기대할께요

  3. tae*** 댓글:

    기대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