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지 않고 듣는다고? 요즘 오디오북을 이용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오디오북은 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어떻게 이용하면 되는 걸까?

「태백산맥」을 쓴 소설가 조정래의 신작 「천년의 질문」이 정식 출간에 앞서 네이버의 음성 전용 플랫폼 ‘오디오클립’을 통해 오디오북 연재를 시작했다. 전문 성우들이 낭독한 「천년의 질문」 오디오북은 하루 1편 씩 총 30회에 걸쳐 매일 업로드 되었으며 연재 완료 후 오디오북과 종이책, 전자책으로 함께 출간되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잘 알려진 탁월한 이야기꾼 김진명 역시 장편 소설 「직지」를 종이책보다 오디오북 연재로 먼저 선보였다.

오디오북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
한국 대표 작가들이 종이책이나 전자책이 아니라 귀로 듣는 오디오북으로 신작을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오디오북은 전 세계적 트렌드다. 2017년 미국은 오디오북이 이미 전체 출판 시장의 10%를 차지한 후에도 매년 20%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일본은 종이책 없이 오디오북만 발행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작년 열린 세계 최대 도서 박람회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는 오디오북을 주제로 컨퍼런스가 열리기도 했다. 과거에도 오디오북은 카세트테이프나 CD 등의 형태로 존재했지만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에 접속하면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기술의 발전과 스마트 기기의 보급,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한 가정용 스피커의 등장 등으로 오디오북은 최근 몇 년 사이 눈부신 성장을 이루고 있다.

스트리밍 기술이 발전하고 스마트 기기 보급이 늘어나면서 오디오북이 인기를 얻고 있다.

무엇보다 오디오북은 휴대하기 간편하다. 종이책이나 전자책 단말기가 없어도 스마트폰과 이어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들을 수 있다. 책을 펼쳐 볼 공간조차 없는 출퇴근 지하철과 운전하는 차 안에서도 책 내용을 들을 수 있으며 잠자리에 누워 불을 밝히지 않고도 책을 감상할 수도 있다. 눈과 손이 자유로우니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멀티태스킹도 자유롭다. 집안일과 운동, 요리, 낚시 등 취미 생활을 즐기면서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듣기는 잊혀졌던 독서의 방식 중 하나
소설가 김영하는 자신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을 직접 낭독한 오디오북을 제작하며 이렇게 말했다. “독서의 다양한 방식 중 하나가 귀로 듣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주로 책으로 전해지지만 이야기란 인류가 오랫동안 입과 귀를 통해 전해온 것이니까요.”

이처럼 오디오북은 우리가 오래 잊고 있던 새로운 형태의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잠들기 전 옛날이야기를 읽어주던 부모님의 목소리를 따라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그 경험을 새로운 형태로 다시 해볼 수 있는 것이다. 가격 면에서도 오디오북은 종이책에 비해 저렴하다. 종이책이 1만4천8백 원인 「천년의 질문」의 오디오북 가격은 1만1천8백 원이다. 오디오북을 90일간 대여하는 방식으로 이용하면 5천9백 원으로 더욱 저렴해진다. 같은 기간 대여했을 때 8천 원인 전자책보다도 훨씬 싸다.

책을 듣는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지지만 책이 등장하기 이전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왔다.

종이책의 텍스트를 기계음으로 재생하는 TTS(text to speech) 방식으로 다양한 책의 내용을 들을 수 있지만 보다 자연스러운 독서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건 성우와 소설가, 배우 등 다양한 인물이 직접 낭독한 목소리를 녹음한 오디오북이다. 아무래도 유명 인사들이 참여한 작품의 인기가 높다. 박정자, 손숙, 최민식, 예지원 등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 배우 100인이 한국 근현대문학 중단편소설 100편을 낭독하는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가 화제가 되었고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는 배우 이제훈이 낭독한 「노르웨이의 숲」, GOT7 진형이 낭독한 「어린왕자」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여러 명의 성우와 배우가 상황을 실감나게 연기한 오디오북도 인기다. 이영도 작가의 신작 SF <오버 더 초이스」는 성우 열한 명이 각각 캐릭터를 연기하는 ‘오디오 드라마’ 형식으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사우들에게 권하는 오디오북 서비스 3
이 가을 독서삼매경에 빠지고 싶은 사우들을 위해 손쉽게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는 서비스 세 가지를 소개한다. 이밖에 한국을 포함한 45개국의 방대한 오디오북을 경험할 수 있는 ‘구글 플레이(play.google.com)’의 오디오북, 시각장애인에게 무료로 오디오북 서비스를 제공하는 책 읽어주는 도서관(voice.lg.or.kr) 등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1.네이버 오디오클립(audioclip.naver.com)

오디오클립은 지식,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담는 음성 전용 플랫폼이다. 2018년 7월 유료 오디오북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총 8천7백여 권의 오디오북을 제작해 서비스한다. 현재까지 10만 명 이상이 오디오북을 경험했으며 누적 판매량은 약 18만 권에 달한다. 인공지능이 특정인의 목소리 표본을 분석해 인간과 비슷한 소리로 책을 읽는 음성합성형 오디오북 서비스를 출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배우 유인나의 「노인과 바다」가 대표작. 인터넷은 물론 ‘오디오클립’으로 검색하면 스마트폰 앱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2.윌라(www.welaaa.com)

「미움받을 용기」, 「명견만리」 등의 베스트셀러를 펴낸 콘텐츠 기업 인플루엔셜에서 만든 지식 공유 플랫폼. 오디오북은 물론 국내 다양한 분야 명사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책 컬럼니스트들이 화제의 책을 10분 정도 분량으로 리뷰하는 ‘북크박스’는 오디오북을 결재하기 전 참고용으로 유용하다. 최근엔 QR카드를 활용한 신용카드 형태의 카드형 오디오북을 발매, 모바일과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보다 간편하게 오디오북을 감상하고 선물할 수 있도록 했다.

3.오디언(audien.com)

음성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오디오북 전문 사이트. 오디오북을 포함한 다양한 음성 콘텐츠를 제공하지만 가장 주목할만한 서비스는 전국 공공 도서관과 제휴해 전자도서관에 수록된 오디오북을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오디언도서관’ 스마트폰 앱이다. 공공도서관에 미리 방문해 가입해야 하는 것은 불편하지만, 국내 그 어떤 오디오북 서비스보다 방대한 콘텐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대부분 기계음으로 책을 읽는 TTS 형식의 오디오북이다.

_「쇠부리토크」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