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길을 내어준 문인화
당진제철소 철근정비팀 조문성 사우

이번 기사는 조문성 사우님 동료의 제보로 취재 및 작성됐습니다. 나만 알기엔 너무 멋진, 소중한 나의 동료. 여러분 주변에도 자랑하고 싶은 사우분이 있다면 언제든 쇠부리토크에 제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제보해 주신 사우님이 선정되실 경우, 제보해 주신 분과 선정되신 분 모두에게 소정의 선물을 드립니다.

시원한 붓의 획들이 모여 탄생하는 매화, 난, 국화, 대나무. 옛 선비들의 심중을 담아낸 그림 문인화의 대표적 소재다. 우리나라의 옛 전통을 계승하는 그림, 문인화를 15년간 그려온 사우가 있다. 바로 당진체절소 철근정비팀의 조문성 사우다. 좋아서 시작한 취미가 어느덧 삶을 바꿔놓았다고 말하는 그에게 취미란 어떤 의미일까. 당진에 있는 작업실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다.

조문성 사우에게 취미란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다. 긴장 속에서 강도 높은 업무 시간을 견딘 후 마음의 안정과 휴식을 찾아가는 방법으로 그는 문인화를 택했다. 시원하게 뻗은 붓의 획을 따라가다 보면, 옛 선비들의 평화롭고 지혜로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일을 마친 후 문인화를 그리는 몇 시간, 그에게는 이 시간이 삶을 지탱해 준 힘이자 행복이 샘솟는 활력이 되었다.

Q.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당진제철소 철근정비팀에 근무하고 있는 조문성입니다. 철근정비팀에서 철근압연공정의 설비 관리, 유지 보수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Q. 사우님의 특별한 취미활동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우리의 전통 예술인 문인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문인화는 그림을 직업으로 하지 않는 선비나 사대부들이 여흥으로 자신의 심중을 표현하여 그린 그림입니다. 문인화의 대표적 소재가 바로 사군자인데요. 사군자는 매화, 난, 국화, 대나무를 말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런 사군자를 통해 심중에 있는 사상이나 철학을 표현하곤 했죠.

Q. 문인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집과 직장만 오가는 삶을 살다 보니 취미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요. 그래서 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우연히 했습니다. 그러다 당진문화원에서 열리는 문인화 수업을 들으며 그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벌써 15년 전이네요. 그 이후부터 꾸준히 문인화를 그리며 실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Q. 문인화라는 취미를 가진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일단 단조로운 생활이 더욱 풍요로워졌습니다. 문인화를 그리며 전통예술을 계승하고 있다는 사명감도 느끼고요. 그림에 푹 집중하는 시간 자체가 마음에 정화를 가져다줍니다. 그리고 이런 부분들이 제 삶에 활력소가 되어주는 것 같아요.

Q. 문인화만이 가진 매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한국화를 보면 정밀하고 정교하게 그리는 그림도 많은데요. 문인화는 조금 다릅니다. 그리는 사람의 심중을 표현하는 그림이기 때문에 여백의 미를 가지고 간결하게 표현하는 편이죠. 또 하나 특별한 점은 그리는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시를 써서 시사가 담겨 있다는 점입니다. 자기 생각과 감정을 한 폭의 그림에 간결하게 표현하는 멋. 그것이 바로 문인화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좌) 조문성 사우의 문인화, 소나무
(우) 당진문화원에서 열린 전시회에 출품한 작품, ‘영한구슬’

Q. 사우님에게 가장 뜻깊은 작품은 무엇인가요?

제가 그린 모든 작품이 다 의미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충남미술대전에 출품해 초대 작가 취족장을 수여할 수 있게 해준 소나무 그림이 가장 뜻깊은 작품인 것 같습니다. 소나무는 팔군자에 속하는데요. 사시사철 푸르고 비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절개를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소나무입니다. 그래서 저도 제 삶 속에 자리한 저만의 절개를 떠올리며 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시사로는 ‘바람 속에 소리를 머금는다’는 문구를 넣어보았는데요. 사시사철 묵묵히 한곳에 서서 매서운 바람도 맞서는 소나무의 절개를 나타낸 문장입니다. 얼마 전 당진문화원에서 열린 전시회에 출품한 ‘영한구슬’도 기억에 남습니다. 알알이 결실과 풍요를 담은 포도를 그렸죠.

Q. 문인화를 그리고 있으면 마음이 정화된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현장에서 작업하다 보니 긴장하고 경직된 시간이 많습니다. 일하고 집에 돌아와 휴식을 취하며 안정을 찾으려 해도 이런 경직된 마음이 쉽게 풀리지 않을 때가 많았죠. 하지만 문인화를 그리는 취미를 갖게 된 후부터는 마음을 정화하고 안정을 찾는 일이 쉬워진 것 같습니다. 먹을 갈고, 화선지에 붓을 터치하고, 색을 입히는 모든 과정이 저에게는 치유의 시간이 됐습니다. 그림을 그리며 인간의 기본적인 가치를 중요시하는 옛 선비 사상을 떠올려 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제가 물질적인 것에 너무 집중한 것은 아닌지, 감정에 휩싸여 남에게 상처 주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며 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하죠.

Q. 취미활동을 꿈꾸는 현대제철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대제철 사우분들, 음악이나 그림, 운동 아무거나 좋습니다. 문화예술 활동을 취미 삼아 삶을 더욱 풍성하게 가꿔보시길 바랍니다. 취미를 갖게 되면 일과 일상의 균형을 찾게 되고,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실 겁니다.

Q. 앞으로의 인생 계획은 무엇인가요?

얼마 전 제 작품들로 첫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앞으로도 부지런히 문인화를 그려 두 번째, 세 번째 전시회를 열고 싶은 것이 제 바람이고요. 그리고 현대제철에 근무한 지 30여 년이 훌쩍 넘었는데요. 제 인생을 책임져준 현대제철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작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인생 계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쇠부리토크」 편집팀
영상∙사진 이종룡(필름라이즈)

  • hyu*** 댓글:

    사진빨 잘 받으셨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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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v*** 댓글:

    취미란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다 멋진 말씀입니다 멋진 가을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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