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추천하는 우리 술
전통주 소믈리에 더스틴 웨사

MZ 사이에서 전통주는 힙하고 트렌디한 문화로 손꼽힌다. 쓰이는 재료며 빚는 방식에 따라 각양각색, 천차만별의 매력을 발산하는 우리 술. 관심은 있지만 아직 취향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남산술클럽’의 대표이자 전통주 소믈리에인 더스틴 웨사를 찾아가자. 과연 외국인 사장님이 소개하는 우리 술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태원에 위치한 ‘남산술클럽’은 여러모로 독특한 곳이다. 위스키 바(bar)처럼 우리의 전통술을 ‘잔’으로 즐길 수 있는 데다 소믈리에가 외국인이다. 우연히 우리 술의 매력에 푹 빠진 ‘파란 눈’의 사장님 더스틴 웨사는 아내와 함께 아예 전통주 큐레이팅 바를 차려버렸다. 이후 수십 종의 전통주를 엄선, 손님들에게 개인의 입맛과 취향에 맞는 전통주를 추천하고 있다. 풍미, 향, 도수, 당도 등의 특징은 물론이고 술과 관련한 재미난 스토리텔링을 즐길 수 있어 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도 적지 않다. 추석을 앞둔 요즘, 더스틴 웨사 대표에게 우리 술의 특장점, 추석에 즐기기 좋은 술 등에 관해 물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대제철 사우 여러분. 저는 이태원에서 ‘남산술클럽’을 운영하는 전통주 소믈리에 더스틴 웨사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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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술클럽’은 어떤 곳인가요?

전통주 큐레이팅 바(bar)예요. 우리 전통주 가운데 60~100여 종을 엄선해 소개하고 있죠. 한 병식 주문할 수도 있지만 ‘잔술’로도 주문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금씩 여러 술을 맛보며 자신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어요. 평소 좋아하는 술의 타입, 경험해 보고 싶은 맛 등에 대해 얘기해주시면 제가 입맛에 꼭 맞는 전통주를 추천해 드리곤 합니다. 술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 술을 음미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안내해 드리니 평소 전통주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주세요.

외국인으로서 전통주 소믈리에가 되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어떤 계기로 전통주에 관심을 두게 됐나요?

제가 한국에 온 지 20년이 넘어가는데요. 10년 전쯤 우연히 제 생일에 아는 형님들이 축하 자리를 마련해 주셨어요. 그때 따라주신 술이 바로 송명섭 명인이 빚은 ‘죽력고’였는데 대나무를 구워 그 진액을 뽑아 만드는 독특한 술이죠. 그 술을 한 모금 마시는데 뭐랄까 지금까지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느낌이었어요. 어릴 때 느꼈던 오묘한 감정들이 되살아났다고 해야 할까요? 어떻게 이런 맛이 날까? 너무 놀랍고 신기해서 그때부터 한국의 전통주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가양주 연구소에서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도 취득했고 고문헌에 적혀 있는 전통주 역사도 공부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전통주에 특별한 애정과 관심을 쏟다 보니 여러 사람들이 이 맛과 매력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바까지 열게 됐죠. (웃음) 현재는 명인들의 땀과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명주들을 엄선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전통주는 어떤 점에서 매력적인가요?

다양성이죠. 빚는 방법이나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정말 다양한 맛과 향, 도수, 풍미를 느낄 수 있어요. 고소하면서도 기름진 잣을 활용하면 잣 막걸리를 빚을 수 있고 버섯 같으면 그 종류에 따라 능이주, 송이주, 석이버섯주 같은 다채로운 술이 만들어져요. 걸쭉한 탁주가 있는가 하면 산뜻한 청주가 있고 심지어 아이스크림처럼 떠먹는 이화주도 있죠. 그래서 어떤 입맛과 취향이라도 만족시킬 수 있는 술이 바로 전통주라고 생각해요.

손님에게 어떤 기준으로 전통주를 추천하고 있나요?

먼저 손님이 평소 즐기는 술의 스타일을 고려하죠. 질감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걸쭉하면서도 묵직한 느낌이 나는 탁주를 추천하고요. 평소 위스키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오크통에 숙성시킨 한국식 증류주를 추천해 드리는 식이죠. 그런가 하면 새로운 경험을 위해 다양한 맛을 권해드리기도 해요. 예를 들어 단맛을 싫어하는 손님이지만 새콤달콤한 과일 향이 나는 술을 추천해 드렸을 때 취향에 딱 맞는 경우들이 있거든요. 그런 의외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재미가 꽤 큽니다.

전통주를 즐기는 데 특별한 팁이 있을까요?

일단 풍미를 먼저 느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첫 향을 맡았을 때 나에게 어떤 기억을 불러일으키는지 먼저 떠올려 보고, 혀끝으로 살짝 술을 맛보는 거죠. 단맛인지 신맛인지 씁쓸한 맛인지 가볍게 파악하고 난 뒤 이번엔 제대로 한 모금을 마시면서 목 넘김은 어떤지, 코로 어떤 향이 올라오는지 등을 파악해 보는 거예요. 그렇게 예민한 감각으로 술을 음미하다 보면 내가 어떤 맛과 향을 좋아하는지 조금 더 명확히 알 수 있어요.

전통주에 관심은 있지만 어떻게 입문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팁을 주신다면요?

여러 방법이 있는데요. 보통 주류 판매점에 가면 가볍게 시음을 해주시기 때문에 이 과정을 통해 적당한 술을 추천받을 수 있어요. 그런가 하면 요즘은 전통주 시음 클래스가 여러 군데에서 열리기 때문에 직접 클래스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여러 사람과 함께 시음하며 맛과 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재미도 누릴 수 있죠. 조금 더 진지하게 공부해 보고 싶다면 가양주 연구소나 막걸리 학교 등 전문 기관에서 주최하는 수업을 알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남산술클럽’에서도 언제든 큐레이션 서비스를 접하실 수 있고요. (웃음)

곧 추석을 앞두고 있는데요. 페어링하기 좋은 술과 음식을 알려주세요.

명절에 갈비를 많이 드시잖아요. 참 맛있지만, 기름기가 있는 음식이기 때문에 복분자주와 궁합이 잘 맞습니다. 다만 걸쭉하고 달콤한 복분자보다는 새콤한 산미가 있는 복분자주가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클래식한 궁합으로는 탁주와 전을 빼놓을 수 없고요. 고소한 전에 부드럽고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이면 더 바랄 게 없겠죠? 감칠맛의 진수를 느껴보고 싶다면 한산소곡주를 꼭 드셔 보세요. 충남 서천에서 나는 전통주인데 한번 마시기 시작하면 앉은뱅이처럼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술맛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현대제철 사우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20년 전 처음 한국에 왔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한국 사람들이 정말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엔 일을 하든 술을 마시든 빨리빨리, 좀 힘들다 싶게 하는 면이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다들 좀 더 여유가 생긴 느낌이죠. 인생의 가치를 떠올리고 자신을 돌이켜 보는 분들이 많아진 기분이랄까요? 이런 기분 좋은 과정에 향기로운 전통주가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부디 감미로운 술을 음미하듯, 천천히, 기분 좋게 인생을 음미하는 여유를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장혜정
사진 STUDIO HOLI
영상 SUPERBRIDGE

  • 500*** 댓글:

    새로운 정보 얻어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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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js*** 댓글:

    한국의 멋~ 자랑스럽네요. 잘보고 갑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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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hm*** 댓글:

    우리나라 전통주를 만들기도하고 다양하게 즐기는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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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0*** 댓글:

    좋은 정보전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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