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에도 매일같이 땀 흘리며 연습하는 선수들로 가득한 레드엔젤스 클럽하우스. 그 이름 레드처럼 뜨거운 열기가 충만한 곳이다. 마치 쇠를 담금질하듯 몸을 단련하며 공과 하나 되는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보면 그들이 만들어낸 값진 성과에 절로 수긍하게 된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인천 현대제철 레드엔젤스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1993년 창단된 대한민국 최초 여자 실업 축구단이자, 주요 대회에서 최다 우승을 거머쥐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명문 구단이므로. 지난 11월 26일 WK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경주한수원을 상대로 승리해 WK리그 우승 10연패를 기록, 눈부신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레드엔젤스 선수들을 만났다.
모두가 잘 아시겠지만, 현대제철 레드엔젤스를 소개해주세요.
이덕주 선수 안녕하세요. 현대제철 사우 여러분. 레드엔젤스는 내년이면 탄생 30주년이 되는 여자축구팀에서 가장 오래된 팀입니다. 그리고 WK리그 10연패를 달성한 실력 있는 여자축구팀이죠. 언제나 뜨거운 관심과 응원 부탁드려요.
WK리그 10연패! 대단합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정설빈 선수 레드엔젤스의 10연패는 역시 모든 선수가 한마음 한뜻으로 최선을 다한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필드에서 뛰는 선수도, 벤치에서 지켜보던 선수도 모두 같은 생각과 열정으로 경기에 임했으니까요. 흔들림 없는 팀의 단합력이 끝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왼쪽부터 레드엔젤스 포워드 정설빈 선수, 디펜더 이덕주 선수, 김혜리 선수, 윤혜인 선수
혹시 시즌 MVP를 뽑는다면 누가 될까요?
김혜리 선수 선수 한 명을 특정해서 뽑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경기를 하다 보면 경기를 못 뛰는 선수들도 생기기 마련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 해준 선수들이 MVP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꼭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이번 시즌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김혜리 선수 제가 이번에 축구하면서 처음으로 기절을 했어요. 갑자기 정신을 잃어서 동료와 지도자분들이 많이 놀라셨을 것 같아요. 몇 분 후에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많은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고 걱정해주고 있더라고요. 나를 이렇게 걱정해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던 순간이라서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윤혜인 선수 저는 올해 레드엔젤스에 입단했습니다. 입단 후에 치렀던 모든 경기가 기억에 남아요. 운 좋게 첫 경기에 바로 출전하게 됐고, 좋은 기회로 여러 시합에 나갈 수 있었습니다. 사실 처음 입단했을 때는 걱정도 되고 두려움도 있었는데요, 언니들이 잘 도와주고 격려해줘서 자신감 있게 축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축구 시합을 하다 보면 골을 넣을 수 있겠다는 직감이 오나요?
정설빈 선수 직감이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득점 찬스가 왔을 때, 넣을 것 같다는 느낌이 오면 어김없이 골이 들어가더라고요. 반대로 좋은 찬스가 와도 내가 불안하고 고민이 많으면 골이 안 들어가요. 그래서 가능한 한 다른 생각 없이 오직 공에만 집중해 경기하려고 늘 노력합니다.
연습구장에서 훈련하는 레드엔젤스팀
나만의 골 세리머니 또는 하고 싶은 세리머니가 있나요?
정설빈 선수 저는 엄마를 위해서 골 세리머니를 많이 하고 싶어요. 시즌 동안 다치지 않고 경기할 수 있었던 것은 앞에서나 뒤에서나 늘 챙겨주는 엄마 덕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도 경기에서 활약하는 제 모습을 언제나 엄마가 지켜봐줬으면 좋겠어요.
WK리그에서 전해오는 징크스 같은 것도 있나요?
정설빈 선수 저희가 재작년에 KTX를 타고 내려가 경주한수원과 경기를 치렀는데, 그때 3:0으로 대패했어요. 반대로 경주한수원이 KTX를 타고 올라와서 시합을 했을 때는 저희에게 패하고 내려갔죠. 그리고 올해 챔피언 결정전 플레이오프에서 수원FC가 KTX를 타고 경주로 내려갔는데 또 지더라고요. 그래서 선수들 사이에서는 KTX를 타면 지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레드엔젤스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이덕주 선수 레드엔젤스의 좋은 선수들과 운동할 때마다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사실상 늘 느끼고 있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죠. 또, 10년 동안 여자축구에서 1등을 해왔다는 것을 체감할 때 가장 크게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노력해 일궈낸 자랑스러운 성과니까요.
우승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나요?
김혜리 선수 레드엔젤스가 9년 동안 우승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보다는 그 자리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즐기는 마음으로 축구에 임해야 우승도 계속 따라올 것 같아요.
여자축구의 부흥을 위한 바람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정설빈 선수 어떤 스포츠든 재능 있는 선수들을 뒷받침할 인프라가 활성화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지도자를 포함해서요. 그런데 요즘 여자축구 인프라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내년에는 여자축구 월드컵이 열리는데요. 우리 선수들이 나가서 좋은 성적을 가지고 돌아오면 여자축구가 발전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 「쇠부리토크」 편집팀
사진 차드 박(wavefilm)
영상 정유라(wavefilm)
축하드립니다 매년우승 가자!!
축하합니다
늘 우승 ~~~좋아요
현대제철축구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