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이라면 누구나 자기 분야 전문성을 높여줄 공부를 ‘하고 싶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대부분 생각에서 그치는 이 일을 꾸준히 실천하는 이가 있다. 마치 도장 깨기처럼 자격증 따기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는 당진제철소 화성정비팀 원철환 사우를 만났다.
그가 소리 소문 없이 취득한 각종 기능사와 기사, 기능장 자격증을 모아보니 무려 17개다. 고등학생 때부터 자격증을 따기 시작해 마흔일곱,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지금까지 딴 자격증은 모두 음으로 양으로 업무에 연결되어 있다. 자격증 취득의 달인으로 현대제철 ‘뇌섹남’이라 부를 만한 당진제철소 화성정비팀 원철환 사우에게는 의외로 대단한 비결이 없었다. 남다른 성실함과 부지런함이 비결이라면 비결. 역시 공부에 왕도는 없다.
Q. 당진제철소 화성정비팀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2013년도에 경력사원으로 입사해 화성정비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제철소에서 석탄을 찔 때 부생가스가 발생하는데요, 이 가스를 정제해 고부가가치의 부산물을 만들어냅니다. 저는 그 화성공장에서 설비 유지보수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Q. 기능장, 기사, 산업기사, 기능사까지 그간 취득한 자격증 개수만 총 17개입니다. 모두 회사 업무와 관련한 자격증들인가요.
네, 관련이 많다고 봐야죠. 맨 처음 딴 자격증은 고등학교 때 취득한 4개의 기능사 자격증이에요. 이후 대학에서 금속재료를 전공하고 첫 직장이 건설사였어요. 그때 빠르게 적응하고 싶어 건설재료시험산업기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현대제철에 입사한 뒤에는 업무와 관련한 각종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정비 일을 하다 보니 설비보전기사, 기계정비산업기사 등을 취득했고, 유해 화학물질을 다루다 보니 위험물기능장, 고압의 LPG를 다루니 가스기능장을 취득했지요. 안전을 위해 산업안전기사, 건설안전기사도 취득하는 식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덧 16개 종목, 17개의 자격증을 따게 된 것이죠.
Q. 평소 회사 업무와 공부를 병행해나가기가 결코 쉽지 않았을 듯합니다. 특별한 비결이 있으면 귀띔 좀 해주세요.
단지 시간 배분을 잘한 것 같아요. 상시주간 근무를 할 때 새벽 5시 정도에 일어나서 맑은 정신에 한두 시간 공부를 해요. 그리고 출퇴근하는 버스 안에서도 공부가 아주 잘되죠(웃음). 저녁에 퇴근해서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밤 12시까지 시간이 좀 생겨요. 제가 하루에 2시간씩은 꼭 운동을 하는데 그 시간에도 유튜브 등 각종 오디오 자료를 귀에 꽂고 계속 듣습니다. 이해가 안 가거나 잘 외워지지 않는 것도 그렇게 반복해서 듣고 읽다 보면 결국은 머릿속에 들어오게 돼 있어요. 저도 사람이다 보니 칭찬과 격려에 약합니다. 우리 부서 서강복 사우님이 살뜰히 챙겨주시고 격려해주셔서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Q. 하루 루틴이 거의 고3 수험생을 방불케 하는데요,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나만의 취미 시간을 갖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아요.
저도 술 좋아합니다(웃음). 친구들과 동료들과 술 한잔 하는 날에는 일단 쉬어요. 쉴 때는 쉬어야 공부를 할 때 또 제대로 공부할 수 있거든요. 컨디션이 안 좋거나 머리가 복잡한 날에는 억지로 하기보다 스스로에게 쉼을 주는 편입니다. 상황에 맞게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중요하죠.
Q. 시간 배분을 잘하는 것이 노하우겠군요.
저는 자격증을 따려는 후배들이 노하우를 물어올 때,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서 공부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시간을 너무 길게 잡으면 정신적으로 또 육체적으로 지쳐버리니까요. 쉴 땐 쉬고 공부하는 기간이 오면 그때 바짝 집중해서 빠른 시간에 끝내야죠. 예전에는 유료로만 들을 수 있었던 콘텐츠도 지금은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어요. 운전이나 운동을 할 때 유튜브를 틀어놓고 오디오로만 듣고 있어도 큰 도움이 되지요. 동영상 자료가 없을 때에는 제가 직접 육성으로 녹음을 해서 계속 반복해서 듣습니다.
Q. 그간의 노력과 결실들이 회사 업무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기계정비 쪽 일과 관련해 업무 효율성도 높아지고 안전 전문 상식도 많이 생겼어요. 그러다 보니 사내에서 수상도 몇 번 했지요. 전사 <도전! 안전그린벨 대회> 은상, 전사 안전공모전 우수치공구분야 우수상, 당진제철소 사업부 안전개선활동 장려상 등을 수상했어요. 기계정비 업무와 관련한 3개의 특허도 획득했고요.
Q. 그간 따온 자격증은 어떤 의미인가요?
사실 자격증을 많이 딴다고 해서 당장 눈에 보이는 이득은 없어요. 하지만 개인적인 성취감이 크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만의 만족감이 있잖아요. 자격증 공부는 저에게 가족 같은 존재예요. 멀어지면 섭섭한데, 가까이 있으면 또 힘들어요. 하지만 분명 함께 가야 할 길이에요. 공부를 하고 있으면 아이들이 ‘아빠 또 해?’ 그래요. 어머니는 ‘힘들게 왜 하냐’고 하시고요. 하지만 안 하고 쉬고 있으면 뭔가 허전합니다. 결국 함께 갈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 같아요.
Q. 어떤 원동력으로 계속 자격증 따기를 이어가셨는지요?
업무를 하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문제에 봉착할 때 저는 늘 문제의 근본을 고민했어요. 어떻게 하면 이 설비를 안전하게 바꾸고 시스템을 편하게 바꿀 것인가 하는 생각을 물고 늘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공부로 이어지게 된 것 같아요. 정비 일은 손으로 보여주는 것이지만, 그 기술의 근간이 되는 이론적 배경을 꼭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기능직이라도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이론이 중요해요. 이론을 확실히 알면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실무에 임할 수 있게 되니까요.
Q.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기술자격증 분야에서 20개 정도는 따고 싶어요. 물론 희망사항이에요(웃음). 특히 기계안전기술사를 취득하고 싶습니다. 용접과 기계 쪽에는 사실 기술사가 별로 없어요. 공장의 안전 문제도 중요하고요. 그래서 기계안전 분야 쪽 기술사 자격증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은퇴한 후엔 농사를 짓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그건 정말 멋 훗날 이야기지만요.
취재 김준우(당진제철소 기자)
사진 김대진(지니에이전시)
※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안전하게 지키며 취재 및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현대제철의 김병만
부럽습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다음 글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