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이후 정년퇴직까지, 또 그 이후에도 ‘화학’이라는 한 분야에 매진한 前 (인)품질보증팀 오호동 사우를 만나 보았다.
남들은 공부가 쉬운 길이라 말할지 모르지만 오호동 사우에게는 쉼 없는 도전이자 도달하기 어렵게 느껴지는 인생의 목표였다. 1984년 고졸 사원으로 회사에 입사한 뒤 화학분석실에서 근무를 하면서 낮에는 회사원으로, 밤에는 학생 신분으로 주경야독 끝에 대학교 학사와 석사를 차례로 마쳤다. 전공은 회사 업무와 연관이 있던 화학 분야였다.
퇴직 후 자신이 꿈꿔왔던 꿈을 이루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오호동 사우는 평생 일했던 회사를 은퇴한 뒤 박사 학위를 따고 대학 강의까지 맡아서 하게 되는 꿈을 이루었다. 그리고 대학교 교정에서 만나 제자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다른 어느 때보다 환한 웃음이 반짝 피어났다.
Q. 회사를 다니면서도 계속 공부를 하신 동기와 과정이 궁금해요.
공업고등학교 화공과를 졸업하고 군대에 간 사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인하대학교에 합격했지만 집안 형편상 대학을 포기하고 취직을 하게 되었어요. 1984년에 현대제철에 입사해 2017년 정년퇴직을 했으니 33년 넘게 회사생활을 했네요. 결혼을 하고 나서도 늘 마음 속에는 대학에 가지 못했던 아쉬움이 남아 있었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때쯤인 1994년 인하공업전문대학교 화공과에 입학해 야간으로 공부를 하며 전문학사 학위를 땄어요. 그리고 2011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환경안전경영과 3학년에 편입해 학사를 마쳤고 2년 후 바로 생명화학공학으로 석사 과정에 들어가서 공부를 마쳤습니다. 2015년에 박사 과정에 입문해서 2017년도에 박사 수료를 했네요. 그 때도 재직중이었어요.
Q. 회사를 다니시며 공부에 대한 열의가 더 생기게 된 계기가 있나요?
입사하고 2년 정도 뒤에 대졸 사원들이 진급 시험을 보더군요. 저도 진급을 하고 싶어 부장님께 시험을 보겠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부장님께서 현장직은 시험을 보지 못한다며 두 가지 이유를 대셨어요. 아직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단계도 안되고 시험 보면 당연히 떨어진다는 거에요. 대학에서 공부를 하지 않았으니까요. 관리직 직원들보다 시험을 잘 볼 자신이 있었지만 수긍을 하고 열심히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얼마 전 제 아이 결혼식에 당시 부장님이 오셨는데 본인이 참 후회스럽다고 사과를 하셨어요.
Q. 석사도 대단한데 박사 학위까지, 정말 놀랍습니다.
정년 퇴직하고 박사 학위까지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열심히 공부한 끝에 올해 8월 드디어 박사 학위를 받게 되었어요. 꼬박 5년 반이 걸렸네요. 공학 분야 박사의 경우 실험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학과보다 박사 따기가 더 어려운 편이에요. 학교 실험실도 모자라 집에서까지 실험을 하며 완료를 할 수 있었어요. 박사 학위를 위해 나이 먹어 영어 공부하는 건 또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제가 박사를 따고 회사에 있었으면 화학분석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을텐데 그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Q. 회사를 다니면서 공부까지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2011년 대학교 3학년으로 편입을 하고부터는 하루에 잠을 3~4시간 정도 밖에 안 잤어요. 출근 시간은 8시지만 그보다 이른 시간인 6시 30분에 나갔습니다. 팀원들이 출근해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미리 만들어놓고 업무 분배 구상도 미리 세워둬요. 오후 5시가 되면 학교에 공부를 하러 가고 밤 10~11시까지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집에 갑니다. 매일 이런 생활을 하다 보니 코피도 여러 번 쏟았어요.
Q. 평생을 한 직장에 다니셨는데 회사 생활은 어떠셨어요?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고 하면 업무에 정말 열과 성을 다했다는 점이에요. 입사부터 퇴직까지 화학분석 업무를 담당했는데요. 어느 날 한 가지 시료 분석이 주어지면 집에서 그 과정을 수기로 다 노트에 적었습니다. 3일 후에 똑같은 시료를 분석하는 일이 주어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래도 똑같은 과정을 반복해서 노트에 모두 적었습니다. 제 머릿속에 좀 더 잘 입력하기 위해서요. 그 날 한 업무를 10년 간 매일 기록했습니다. 매일 1~2장씩 적었더니 3천장이 넘는 방대한 기록이 되더군요. 나중에는 어떤 시료를 떠올리면 그냥 머릿속에 분석 자료가 떠오를 정도로 암기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동료들 사이에서도 인정을 받게 되었어요. 퇴직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후배들에게 전화가 종종 옵니다. 시료 분석에 대해 물어보는데 지금까지 자동적으로 대답이 나올 정도로 기억이 생생합니다.
Q. 워낙 전문지식이 뛰어나셔서 후배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을텐데 퇴직하신 것이 아쉽습니다.
지난 달 인천공장 공장장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회사의 여러 공장들에서 화학 교육을 하는 시간이 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하구요. 기꺼이 수락하겠다고 했습니다. 보수는 중요하지 않아요. 평생 배운 게 화학이고 실무에서 오래 했기 때문에 정말 살아 있는 지식을 전해줄 수 있다고 자신하거든요.
Q. 회사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신념을 가지고 회사 업무를 내 일처럼 했으면 해요. 흔한 말일 수 있지만 지키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회사에서 보수를 받아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열심히 해서 보수를 챙겼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열심히 일하면 회사도 번영과 발전을 이루기 때문에 나한테도 도움이 되는 길이에요.
Q. 지금 강의는 어떤 분야를 하고 있나요?
환경화학을 가르치고 있고 과목 이름은 ‘수질 분석 실무’에요. 다른 교수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저는 이론은 물론 실무를 오래 경험했잖아요. 오랜 실무에서 오는 노하우를 가르쳐주고 싶어요.
Q.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요?
제가 전공을 한 환경화학과 관련해 나라 기관에서 하는 환경 분석 업무에 참여하고 싶어요. 나라에도 도움이 되고 환경도 살릴 수 있는 일이라 더욱 보람이 있을 것 같네요.
글 「쇠부리토크」 편집부
사진 촬영 김대진(지니에이전시)
늦었지만…..존경의 인사를 올립니다…감사합니다.
존경하고 대단하십니다
한우물을 열정이 박사 까지 ~~
존경 스럽습니다.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