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은 막을 내렸지만, 여운은 여전하다. 국민적 신드롬을 일으킨 넷플릭스의 서바이벌 요리 예능 <흑백요리사> 이야기다. 출연 셰프들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각종 밈과 짤이 계속해서 양산되고 있으며 셰프들의 음식을 직접 맛보려면 수개월의 기다림을 감수해야 할 정도다. 사람들은 왜 <흑백요리사>에 열광하는 것일까?
계급장 뗀 셰프들의 승부
ⓒ넷플릭스
지난 9월 17일 넷플릭스가 야심 차게 새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이름하여 서바이벌 요리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전쟁>(이하 <흑백요리사>)다. 심사위원으로 백종원이 등장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찌감치 주목을 받은 이 예능은 본격적인 뚜껑이 열리자 단박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지금껏 <냉장고를 부탁해>, <한식대첩>, <마스터셰프 코리아> 등 많은 요리 예능이 존재했지만 마치 금수저, 흙수저처럼 전면에 계급을 내세워 실력을 겨루는 프로는 전무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룰은 이렇다. 최현석, 정지선 셰프처럼 널리 알려진 스타 셰프 20명을 ‘백수저’ 그룹으로, 그 반면 뛰어난 요리 실력을 갖췄지만,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셰프 80명을 ‘흑수저’ 그룹으로 나눈 후 3억 원의 상금이 걸려 있는 요리 대결을 펼친다. 100명의 셰프들이 매회 한식, 중식, 일식 등 다양한 파트에서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경쟁을 펼친 것도 이 때문. 물론 셰프들의 실력 외에 명성이나 이력 등의 요소는 평가 대상이 아니다. 계급장 떼고 오로지 맛으로만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가르자는 것이 프로그램의 취지다.
<흑백요리사>는 왜 인기를 끌었을까?
경동시장에서 ‘안동집’을 운영하는 ‘국내 1호 이모카세’ 김미령 셰프 ⓒ넷플릭스
회차가 거듭될수록 시청자들은 여러 방면에서 프로그램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막대한 제작비를 실감할 수 있는 화려한 무대는 기본이고 독특한 캐릭터와 스토리를 지닌 출연진이 재미에 한몫했다. 이민자로서 한식에 대한 뭉클한 향수를 쏟아내 감동을 줬던 에드워드 리 셰프를 비롯해 초등학교 급식실 조리사 출신으로 소박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맛을 보여준 ‘급식 대가’ 이미영 셰프, 경동시장에서 ‘안동집’을 운영하는 ‘국내 1호 이모카세’ 김미령 셰프 등 출연자들의 서사가 흥미롭기만 하다.
실제 <흑백요리사>를 연출한 김학민 PD는 출연자를 섭외할 때 요리 실력은 물론이고 본인만의 스토리나 캐릭터가 있는지를 무척 중요하게 살폈다고 밝혔다. 카메라 앞에서 필터 없이 자기를 내보일 수 있는 매력적인 사람, 억지 캐릭터를 만들어 ‘척’하지 않는 사람을 엄선했다는 것. 귀신같이 ‘흙 속의 진주’를 골라낸 김 PD의 안목 덕분에 시청자들은 한층 더 즐겁게 시청에 몰입할 수 있었다.
(왼쪽부터) <흑백요리사>의 심사위원을 맡은 백종원 대표와 안성재 셰프 ⓒ넷플릭스
그런가 하면 재미와 전문성을 두루 갖춘 심사위원의 평가도 중요한 관전 요소다. 별도의 수식이 필요 없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비롯해 국내 유일 미쉐린 가이드 3 스타에 빛나는 안성재 셰프는 프로그램의 재미를 확 끌어올린 일등 공신들이다. 실제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가 전국 만 20~6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흑백요리사>의 인기 요인에 대해 설문한 결과 가장 많은 응답자(36.4%)가 ‘심사위원’을 꼽았을 정도. 날카롭고 예리하게 맛을 평가하면서도 인간적인 격려나 배려를 잊지 않는 심사위원의 모습에 시청자는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오직 실력 하나로 승부를 가르겠다는 프로그램의 취지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면 오늘의 흥행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평소 선망했던 백수저 요리사들을 상대로 진검승부를 펼친 흑수저 요리사들의 열정과 승부욕, 이미 최고임에도 상대를 얕잡아 보지 않고 최선을 다해 경쟁에 임하는 백수저 요리사들의 진정성 등은 시청자에게 기분 좋은 울림을 선사했다.
<흑백요리사>는 밈 & 짤 맛집?
백종원 대표가 웅얼거리며 시식하는 장면 등 수많은 밈과 짤을 양산해 낸 <흑백요리사> ⓒ넷플릭스
화제의 인물, 화제의 사건이 등장하면 그 인기를 증명하듯 숱한 밈과 짤이 쏟아진다. 확실하게 세간의 이목을 끈 <흑백요리사> 역시 수많은 밈과 짤을 양산해 냈다. 가장 많은 패러디가 이뤄진 부분은 단연 백종원 대표가 안대를 착용한 채 입을 벌리고 음식을 받아먹는 장면일 것이다. ‘오억, 오아어옹’이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닌자 거북이처럼 음식을 씹는 그의 모습이 여러 사람들의 웃음 버튼을 눌렀던 것. 쿠팡플레이의 예능 프로그램 ‘SNL 코리아’는 <흑백요리사>의 패러디 맛집으로 통할 만큼 인물의 캐릭터를 잘 살렸는데, 특히 개그맨 김규원은 안대를 쓰고 음식을 받아먹는 백종원 대표의 모습을 복사기 수준으로 똑같이 구현했다. 역전우동, 백다방 등 더본코리아 프랜차이즈 매장들은 아예 백 대표의 입간판에 검은 비닐봉지를 씌워 <흑백요리사>의 인기를 십분 활용하는 모습이다.
안성재 셰프의 ‘이븐(even, 고르게)하게 익었다’는 심사평 또한 엄청난 유행어가 됐다. 각종 콘텐츠마다 ‘이븐하게’라는 표현이 끊이질 않고 심지어 관공서마저 해당 표현을 활용하고 있을 정도다. 최근 인천시 동구에서는 수험생 응원 영상에 감사 팀장이 등장해 “시험 문제가 이븐하게 나오지 않았어도 막 머리를 이랬다저랬다 굴리면서 결국은 해결한다”고 덕담(?)했다.
요식업계의 흐름 역시 <흑백요리사>의 인기를 반영하고 있다. 일례로 요즘 편의점에서는 셰프들이 조리했던 음식들이 상품으로 개발돼 판매되고 있다. ‘만찢남’ 조광효 셰프의 해물누룽지탕을 선보여 큰 반향을 일으킨 GS25에서는 향후 ‘이모카세 1호’, ‘일식 끝판왕’, ‘철가방 요리사’ 등과 협업할 예정이며 CU는 ‘나폴리 맛피아’로 등장한 권성준 셰프의 ‘밤 티라미수 컵’을 출시해 품절 사태를 빚었다. 스타 셰프임에도 도전자로 등장했던 최현석 셰프는 프레시지와 손잡고 ‘쵸이닷: 직원食당’ 브랜드를 발매해 눈길을 끌었다. 그밖에 셰프들이 방송에서 사용한 휘슬러 냄비와 압력솥 등 주방기구까지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흑백요리사>의 크고 작은 반향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중.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흑백요리사>는 시즌2 제작을 확정 짓고 내년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제작에 들어간다.
도장 깨기 해보고 싶은 <흑백요리사> 식당
<흑백요리사>에 등장한 그 셰프, 그 음식이 궁금하다면 다음의 식당을 주목할 것. 대중이 꼽은 ‘가장 가보고 싶은 식당’ 가운데 best 5를 소개한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가 전국 만 20~6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근거. 안성재 셰프의 <모수>는 현재 폐업으로 대상에서 제외, 에드워드 리 셰프의 <610매그놀리아>와 <나미모던 코리안 스테이크 하우스>는 미국 소재로 대상에서 제외.)
1위 권성준 셰프
비아 톨레도 파스타 바
ⓒ비아 톨레도 파스타 바
<흑백요리사>의 최종 우승자인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는 용산구에서 ‘비아 톨레도 파스타 바’를 운영 중이다. 나폴리에서 공부하고 일했던 경험을 살려 전통 이탈리아식 파스타를 선보이는데 현지에서 공수한 고급 식재료로 깊고 풍부한 현지의 맛을 구현하는 게 특징이다. 단품 메뉴가 아닌 코스로만 운영하고 있으며 계절에 따라 메뉴가 변경되므로 방문 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물론 100% 예약제로 운영되므로 매달 25일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사전 예약은 필수다. 발 빠르게 예약에 성공했다면 오픈 키친에 앉아 권 셰프가 직접 반죽하고 뽑아내는 맛있는 생면 파스타를 즐길 수 있을 것.
주소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83길 7-2, 1층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viatoledo_official/
가격 7코스 메뉴 8만9000원~11만9000원
2위 최현석 셰프
쵸이닷
ⓒ쵸이닷
청담동에 위치한 ‘쵸이닷’에서는 최현석 셰프가 전개하는 창의적인 이탈리아 음식을 만날 수 있다. 최현석의 요리에는 ‘지문이 찍혀 있다’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인데 그만큼 새롭고 독창적인 요리 스타일을 선보이기 때문일 것. 돼지갈비를 품은 고추 모양의 젤리, 캐비어와 쌀 크림을 품은 스팸 통조림, 개구리를 다져 넣은 요리 등 맛은 물론 보는 재미까지 고려한 음식을 그는 줄곧 선보여왔다. 레스토랑은 런치와 디너 코스로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디너에서는 한식을 재해석한 특별한 요리를 전개 중이다. 맥 된장을 발라 구워낸 한우 채끝, 갈아낸 미역국에 크림을 더한 가자미 미역국 등 <흑백요리사>에 등장한 음식을 직접 맛볼 기회!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457, 3층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hoidot_official/
가격 런치 9만8000원, 디너 19만8000원
3위 정지선 셰프
티엔미미
ⓒ티엔미미
정지선 셰프는 현재 서울 강남, 홍대에서 <티엔미미>라는 중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딤섬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이 증명하듯 이곳은 딤섬이 메인이 되는 곳인데 독창적인 맛과 퀄리티로 딤섬 마니아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육즙 가득한 샤오룽바오, 탱글탱글한 새우가 듬뿍 들어간 부추 새우 딤섬, 향긋한 트러플 향이 느껴지는 트러플 쇼마이, 오징어 먹물로 색을 낸 블랙 딤섬 등 입맛을 자극하는 메뉴가 한가득. 그 밖에도 토마토탕면, 홍쇼육덮밥, 어향완자 가지 등 이색적이고 특별한 메인 요리도 갖췄다. 룸이 있어 연말연시 모임 장소로도 제격.
주소 서울시 서초구 사임당로 143, 104-1호(강남점)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ianmimi_gangnam/
가격 세트 메뉴 1인 4~15만 원, 어향완자가지 3만9000원, 토마토탕면 1만5000원
4위 김미령 셰프
즐거운술상
GS25 공식 유튜브 채널 ⓒ이리오너라
이모카세 1호로 유명한 김미령 셰프의 식당으로 도봉구에서 성업 중이다. 메뉴는 단 하나, 1인당 5만 원인 이모카세 코스뿐인데 자리에 앉자마자 전복회, 가리비찜, 낙지 숙회, 수육 등 풍성하고 실한 메뉴가 쉴 새 없이 등장한다. 호박 나물, 부추김치, 오이장아찌, 멸치볶음 등 소박하지만 간이 딱 맞는 밑반찬도 즐거운 술상의 인기 비결. 남은 반찬을 한데 모아 맛깔 난 비빔밥까지 내어주니 과식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메뉴가 등장하는데 하나같이 정갈하고 간이 딱 맞아 누구라도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입이 떡 벌어지는 이모의 풍부한 손맛을 즐기고 싶다면 기꺼이 예약 경쟁에 동참하시길!
주소 서울시 도봉구 노해로 341, 117호
전화번호 010-7539-2020
가격 ‘이모카세’ 1인 세트 5만 원
5위 임태훈 셰프
도량
ⓒ도량
‘철가방 요리사’로 등장한 임태훈 셰프의 중식당으로 <흑백요리사> 출연 이전에도 성시경 맛집으로 소개되는 등 이미 상당한 내공을 자랑하는 곳이다. 여러 메뉴 가운데서도 1일 15접시만 판매하는 동파육이 가장 유명한데 <흑백요리사>에서 극찬받은 청경채의 세심한 익힘이 과연 일품이라고 한다. 젓가락을 대기 무섭게 부드럽게 찢겨 나가는 돼지고기의 부드러움에 다들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그런가 하면 성시경이 인정한 양고기 튀김도 인기 메뉴로 꼽힌다. 바싹하게 튀긴 양고기를 쓰란 등의 향신료로 한 번 더 볶아 이국적이면서도 중독성 있는 맛을 자랑한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6길 6, 2~3층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doryang_restaurant/
가격 동파육 4만 원, 양고기 튀김 3만 원, 어향가지 튀김 3만5000원
글 장혜정
사진 셔터스톡
흑백요리사 기사 잘보고갑니다ㅎ
기사 잘 보고 갑니다~
ㅎㅎ ㅎ흑백요리사 보면서 매일 저도 한번 먹어보고싶다고 생각했어요!
뛰어난 요리 실력을 뽑내신 요리사님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