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 제법 선선한 가을의 정취가 느껴지는 요즘이다. 따뜻한 담요, 향긋한 차, 울긋불긋한 단풍 등 가을의 낭만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많지만 뭐니 뭐니 해도 책 읽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오죽하면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어떤 장소에서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독서가 주는 감동이 배가 될 수 있는 법. 깊어지는 가을, 머물며 책 읽기 좋은 장소를 소개한다.
MZ세대의 트렌드가 된 독서
Z세대의 부족한 문해력을 꼬집는 사례가 다양하다. ‘금일’을 금요일로 ‘심심한 사과’를 심심해서 하는 사과로 이해한 나머지 커뮤니케이션에 문제를 겪는 일들이 꽤 많다. 그 원인에 대해 사람들은 ‘부족한 독서량’를 주로 꼽는다. 유튜브, SNS 등 각종 즐길 거리가 넘쳐나다 보니 과거에 비해 독서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짐작과는 달리 요즘 Z세대에게 독서란 힙하디 힙한 문화 중 하나다. ‘텍스트 힙(Text Hip)’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인데, 여기에는 독서를 트렌디하고 힙한 것으로 여기는 Z세대의 가치관이 반영돼 있다. 과거의 독서란 그저 혼자 읽고 즐기는 행위였으나 요즘은 공유하고 나누며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가치관을 표현하는 활동에 가깝다.
독서 후 책 표지, 마음에 드는 문구, 필사한 문장 등을 찍어 SNS에 올리기도 하고 독서 커뮤니티에 가입해 여러 사람과 책에 대한 감상 및 생각을 나누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에는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등의 해시태그를 단 피드가 즐비하고 틱톡에서는 ‘북톡’(Booktok)이란 책 추천 커뮤니티가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 이렇게 독서가 하나의 흐름이자 문화로 인식되면서 각종 유의미한 통계도 등장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대의 독서율이 74.5%로 가장 높았으며 30대도 68%로 뒤를 이었다. 그런가 하면 지난 6월 26~30일에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의 경우 방문자 10명 중 7명 이상이 20~30세대로 드러나 젊은 층의 책에 대한 관심을 여실히 증명한 바 있다.
혹시 이 대목에서 흠칫 책과 담을 쌓고 지낸 나를 반성하게 됐다고? 걱정하지 마시라! 세상은 넓고 독서에 대한 의지를 끌어 올리는 장소는 다양하다. 요즘은 도서관, 서점 못지않게 다양한 책과 여건을 갖춰놓은 곳들이 꽤 많다. 하룻밤 묵으며 뒹굴뒹굴 책 읽기 좋은 곳도, 잠시 머물며 책 장을 넘기기 좋은 곳이 즐비하니 하루쯤 여유를 내 찾아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 우리 사업장 인근에 있는 ‘독서 스팟’은 어디일까?
우리 사업장 인근에서 만날 수 있는 독서 스팟
인천
책방 시점
ⓒ책방시점 공식 홈페이지
밤이 되면 노랗게 불을 밝혀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 건물은 2021년에 오픈한 대형 북카페 ‘이루라 책방’이다. 부부 사이인 김명선 동화 작가와 경영서 저자 이정훈 작가가 운영하는 곳으로, 자녀의 이름을 따 세운 곳이 바로 이루라 책방. 부부의 취향과 관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엄청난 양들의 책들을 만날 수 있는데, 예약제로 운영돼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독서를 즐기기 좋다. 북 스테이를 함께 운영 중이니 하루 머물며 푸른 잔디와 넓은 테라스를 누려봐도 좋겠다.
주소 인천광역시 강화군 내가면 황청포구로333번길 27-1
홈페이지 https://blog.naver.com/haroo1222
이루라 책방
ⓒ이루라 책방 공식 홈페이지
인천 남동구에 자리한 늘솔길공원은 양떼목장, 장미원을 비롯해 아름다운 숲길로 유명한 곳이다. 편백, 메타세쿼이아 나무, 은행나무, 계수나무 등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식물이 연중 시민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선사하고 있다. 이곳에서 호젓하게 산책의 여유를 누리고 싶다면 편백숲 무장애 나눔 길을 추천한다. 1.27km 구간을 정비해 노약자, 어린이, 장애인 등 누구라도 편하게 걸으며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아름다운 꽃들,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어대는 저수지, 귀여운 양 떼까지 여러 요소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
주소 인천광역시 남동구 앵고개로 771
홈페이지 https://www.namdong.go.kr/main/area/physical/farm.jsp
당진
그림책 꽃밭
ⓒ그림책 꽃밭
31년간의 회사 생활을 마친 남편은 부인과 함께 당진 시골 마을에 그림책 서점을 차렸다. 서점 옆에는 팔각집 형태의 북 스테이를 세워 오가는 손님을 맞기도 한다. 바로 당진에 위치한 북 스테이 ‘그림책 꽃밭’에 대한 간략한 소개다. 당진시가 인증하는 지역 서점으로 외부 학교나 유치원에서 어린이 단체 손님이 찾아오곤 하는데, 그만큼 다양하고 흥미로운 동화책이 가득하다. 혹시 아이들에게만 흥미롭지 않을까 싶지만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도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어 뜻밖의 잔잔한 감동과 위로를 경험할 수 있다.
주소 충청남도 당진시 송악읍 계치길 143-12
홈페이지 https://blog.naver.com/kk8283kk
오래된 미래
ⓒ플러그인 당진 홈페이지
당진면천읍성 안에 위치한 ‘오래된 미래’는 개인이 꾸려가는 독립 서점이다. 2층 규모의 이곳은 기와장이며 유니크한 창문까지 여러 면에서 오가는 사람의 시선을 붙든다. 작가별로 코너 곳곳을 꾸려 일목요연하게 소장 책과 작가를 파악할 수 있는데, 주인장의 서평까지 곁들여져 타인의 관점을 훔쳐보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1층은 책의 전시 및 판매 공간, 2층은 독서 공간 및 소모임 장소로 구분돼 있으며 책방 주변에 정자, 카페 등 둘러볼 만한 지점이 많아 연계해 즐기면 좋다.
주소 충청남도 당진시 면천면 동문1길 6
포항
달팽이 책방
ⓒ달팽이 책방
포항 효자시장 내에 자리 잡은 ‘달팽이 책방’은 올해로 오픈 10주년을 맞았다. 주변의 많은 상점이 생기고 사라지며 급격한 변화를 맞는 와중에도 달팽이 책방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다양한 양서와 함께 글쓰기 모임, 독서 모임 등 유익한 ‘모임’이 구심이 되기 때문. 물론 잠시 잠깐 머물며 카페처럼 음료를 마시고 책을 읽기에도 그만이다. 단, 커피가 아닌 홍차를 주로 취급하며, 판매하는 책은 훼손 방지 차원에서 구입 후 읽을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그밖에도 그리너리한 무드의 인테리어와 다양한 굿즈, 생각의 환기를 가져오는 전시 등 공간 곳곳에서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주소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10번길 32
홈페이지 https://linktr.ee/bookshopsnail
판교
커피랑 도서관 정자역점
ⓒ커피랑 도서관 공식 홈페이지
판교에 있는 ‘커피랑 도서관’은 도서관과 커피숍을 합쳐 놓은 듯한 공간이다. 벽면을 가득 메운 다양한 책들, 1인석 및 다인석으로 마련한 좌석, 자리마다 나란히 놓여 있는 스탠드 등 여러 면에서 도서관을 떠올리게 한다. 특별히 ‘영국형 도서관’을 표방하고 있는데, 중후한 브라운 톤을 띄고 있어서인지 정말 외국 대학의 도서관과 비슷한 분위기가 난다. 24시간제로 운영하며, 1시간에 2천 원의 이용권을 구입하면 핸드드립 커피와 티가 무료다. 비치된 책들은 자유롭게 읽을 수 있으며, 다양한 신간이 구비돼 있어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로 13, 4층 417~418호
홈페이지 http://cll.co.kr/index.php
순천
어여와 3호
ⓒ어여와 공식 홈페이지
순천의 저전 마을에는 빈집을 개조해 마을 호텔로 활용하는 재미난 스테이가 있다. 바로 ‘어여와’다. 현재까지 3곳을 운영 중인데 고즈넉한 한옥의 운치를 즐길 수 있는 어여와 1호를 비롯해 아름다운 정원과 테라스로 꾸며진 여어와 2호, 그리고 북스테이로 운영되는 ‘어여와 3호’가 있다. 3호에는 방안 곳곳에 책장을 설치해 눈길이 머무는 곳, 그 어디서라도 책을 볼 수 있는 게 특징. 방 하나, 침대 하나로 2인이 머물기 좋으며 옥상에 루프톱이 있어 주변 경치를 감상하기에도 그만이다. 주변에 저전성당, 세모정원, 비타민센터 등 볼거리가 가득해 관광을 목적으로 찾아도 좋다.
주소 전라남도 순천시 저전3길 68-8, 2층
홈페이지 http://jeojeon.com/detail.html?service_id=3
글 장혜정
사진 셔터스톡
가을은 역시 독서의 계절이죠 근데 가을이 짧아졌네요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인천 7080 세대 배다리 중고 책방이 있었는데
추억이 되살아나네요
추억 여행 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