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 즐길 거리가 끊이지 않는 도시의 삶은 확실히 재미있고 활기차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처럼 이러한 다양성은 때론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끊임없이 해야 할 것, 하고 싶은 것이 떠오르고 빠른 속도에 장단을 맞추지 않으면 도태되는 느낌마저 들 때가 있다. 그렇게 조급한 마음이 밀려들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초록의 기운’을 찾게 마련이다. 보드라운 잔디, 바람에 일렁이는 연둣빛 나뭇가지, 울창하다 못해 어둡기까지 한 숲속을 떠올려 보자. 당장이라도 코끝에 신선한 풀 내음이 느껴지고 머릿속엔 복잡한 고민 대신 편안한 여유가 밀려오는 기분이 들 터.
실제로 미국 하버드대학교 에드워드 윌슨 교수는 그의 저서 <바이오필리아(Biophilia)>를 통해 인간의 마음과 DNA에 자연에 대한 애착과 회귀본능이 새겨져 있음을 주장하기도 했다. 책에서 그는 100년 남짓 도시 생활에 적응한 우리는 수천 년 수렵과 채집을 이어간 조상의 생활 방식을 무의식적으로라도 친숙하게 느낄 수밖에 없으며, 자연 속에서 쾌적하고 행복한 느낌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인간이 태생적으로 자연에 끌리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자연으로부터 비롯된 ‘슈퍼 이끌림’ 외에도 실제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장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양하다. 먼저 식물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다.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는 우리 몸의 스트레스 지수를 낮춰 몸의 긴장을 풀어주며, 음이온은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해 심신의 평화를 가져온다.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 역시 촉진되는데 이런 다양한 효과들은 객관적인 연구 결과나 실험 수치를 통해 증명되기도 한다.
강북삼성병원 연구팀은 산림 속에서 하는 운동(심혈관질환 고위험군 대상)이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평균 4.7% 감소시켰다고 발표했으며 고려대 통합의학센터 연구팀과 산림청은 유방암 환자를 2주 동안 숲에서 지내게 한 결과 NK세포(우리 몸의 선천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면역세포로 암세포를 공격한다고 알려져 있다)가 유의미하게 증가, 지속됐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는 시원함마저 기대할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폭염인 날, 도심보다 휴양림이 평균 2.47℃ 시원하다고 한다. 나무와 숲이 그늘 효과를 만들어 내는 동시에 나뭇잎에서 발산하는 수증기가 더운 열기를 식혀 준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연, 숲, 식물은 언제나 인간에게 편안한 휴식과 힐링을 선사한다. 많은 사람들이 산에서 산림욕, 도보 여행, 명상 등을 즐기며 녹색 한 무드에 흠뻑 빠지는 이유 또한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다가오는 가을, 한결 선선해진 공기 속에서 나무와 식물이 주는 편안한 위로를 즐겨 보면 어떨까? 다행히 전국에는 걷기 좋고 머물기 좋은 아름다운 숲길이 즐비하다.
우리 사업장 인근에서 만날 수 있는 걷기 좋은 숲길
인천
인천대공원
ⓒ인천광역시 공식 블로그
1996년 설립돼 연간 400만 명 이상의 시민이 찾는 인천대공원은 넓은 녹지가 형성돼 있을 뿐 아니라 접근성마저 뛰어나다. 특히 빽빽한 나무들이 반기는 1.3km 길이의 무장애 나눔 길은 누구라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어 산책 명소로 소문이 자자하다. 장애인, 노약자를 우선해 만들어진 길인만큼 평탄하기 때문에 휠체어, 유모차도 무리 없이 접근할 수 있는데 중간중간 쉼터나 숲속 도서관 등의 편의 시설이 잘 마련돼 있어 가족 나들이 장소로도 손색없다. 인근에 호수를 품고 있는 느티나무길 역시 아름다운 풍경과 쾌적한 산책로로 유명하니 함께 둘러봐도 좋겠다.
주소 인천광역시 남동구 장수동 산79
홈페이지 https://www.incheon.go.kr/park/index
늘솔길공원
ⓒ인천광역시 공식 블로그
인천 남동구에 자리한 늘솔길공원은 양떼목장, 장미원을 비롯해 아름다운 숲길로 유명한 곳이다. 편백, 메타세쿼이아 나무, 은행나무, 계수나무 등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식물이 연중 시민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선사하고 있다. 이곳에서 호젓하게 산책의 여유를 누리고 싶다면 편백숲 무장애 나눔 길을 추천한다. 1.27km 구간을 정비해 노약자, 어린이, 장애인 등 누구라도 편하게 걸으며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아름다운 꽃들,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어대는 저수지, 귀여운 양 떼까지 여러 요소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
주소 인천광역시 남동구 앵고개로 771
홈페이지 https://www.namdong.go.kr/main/area/physical/farm.jsp
당진
삼선산수목원
ⓒ삼선산수목원 공식 홈페이지
1160여 종의 식물이 옹기종기 자라고 있는 삼선산수목원은 다양한 식생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참나무, 자작나무, 층층나무, 벚나무, 물푸레나무, 복숭아나무 등 여러 종류의 나무를 비롯해 진달래, 벚꽃, 수국, 야생초, 무궁화 등 계절별로 피고 지는 아름다운 꽃들도 감상할 수 있다. 삼선산수목원의 산책 지점은 다름 아닌 황톳길이다. 산책로 한편에 황톳길을 조성해 안전하게 ‘맨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별도로 세족장을 마련해 놨으니 요즘 유행하는 ‘어씽(earthing, 땅의 지표면과 발바닥 피부를 맞댐으로써 몸속에 흐르는 나쁜 전기에너지는 몸 밖으로 배출하고, 땅에 흐르는 좋은 음전하는 몸으로 흡수하는 행위)을 실천해 봐도 좋겠다. 전망대 쪽의 억새밭이 사진 명당이라니 인증샷도 놓치지 말 것.
주소 충남 당진시 고대면 삼선산수목원길 79
홈페이지 https://www.dangjin.go.kr/samsun.do
내포문화숲길
ⓒ내포문화숲길 공식 홈페이지
120여 개 마을, 320km를 연결해 만든 내포문화숲길은 홍성, 예산, 서산, 당진 지역을 아우르는 장거리 도보 여행길이다. 길 곳곳에 지역의 역사, 문화, 생태적 가치가 쏙쏙 깃들어 있기 때문에 어느 구간을 방문하더라도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코스는 내포불교순례길, 내포천주교순례길, 백제부흥군길, 내포역사인물길, 내포동학길 등으로 나뉘는데 각각의 길에 대한 자세한 안내는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내포천주교 순례길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으로 유명한 곳이며, 불교순례길은 서산마애여래삼존상, 남연군묘 등의 가치 높은 유적을 만날 수 있는 코스다.
주소 충남 예산군 덕산면 가야산로 401
홈페이지 https://www.naepotrail.org/
포항
송도솔밭도시숲
ⓒ포항시청 퐝 매거진
포항 송도해수욕장 주변에 위치한 송도솔밭도시숲은 바다와 바다 사이에 자리 잡은 보석 같은 숲이다. 물레방아, 멋진 조형물, 바닥분수, 벽화 등 아기자기한 요소가 많아 연중 시민들의 즐거운 휴식처가 되어주는 곳. 그러나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눈여겨보는 스팟은 따로 있으니 바로 송도솔밭에 마련된 맨발 걷기 존이다. 보드라운 황토는 물론이고 곳곳에 나무, 자갈을 콕콕 박아 넣어 발 지압을 하기 좋다. 오장육부가 건강해지는 산책을 하고 싶다면 추천!
주소 경북 포항시 남구 송도동 253-94
홈페이지 https://www.pohang.go.kr
오어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공식 홈페이지
산사에서 느끼는 차분함과 고즈넉함은 경험해 본 사람들만 아는 인생의 즐거움이다. 포항에서 이런 즐거움을 누려보고 싶다면 오어사를 찾아보자. 오어사는 신라 진평왕 때 창건된 사찰로 원효대사의 삿갓을 보관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사찰 탐방과 함께 꼭 즐겨야 할 재미가 있다면 바로 오어사 주변에 마련된 상생 문화 숲길 산책이다. 오어지라는 큰 저수지 주변으로 걷기 좋은 둘레길 코스가 마련돼 있어 놀멍쉬멍 걷기 좋은데 총거리는 7.1km로 약 2시간 이상 소요된다. 울창한 숲, 에메랄드빛 물결, 심신에 위안을 주는 사찰까지 완벽한 힐링을 기대할 수 있는 곳.
주소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오어로 1
홈페이지 https://www.pohang.go.kr
판교
판교공원
ⓒ대한민국 구석구석 공식 홈페이지
첨단 IT 회사가 즐비하고 교통이며 쇼핑 시설 등의 인프라가 잘 갖춰진 판교에는 어쩐지 자연 친화적인 공간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판교도서관과 인접해 있는 판교공원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몇 발짝만 걸어 들어가면 키 큰 나무가 가득한 울창한 숲이 펼쳐지기 때문. 솔 냄새 가득한 흙길, 산들바람에 일렁이는 참나무, 초록색 풍경에 컬러를 더하는 예쁜 들꽃까지 잠시나마 한적한 자연의 여유를 누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우드칩 놀이, 통나무 오르기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놀이 시설도 다양해 가족 단위 방문으로도 적합하다.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로225번길 37
판교화랑공원
ⓒ성남시청 공식 홈페이지
최근 한 방송에서 이영자가 맨발로 황토 러닝머신을 걷는 장면이 등장했다. 보드라운 황토를 깔고 그 위에 러닝머신처럼 손잡이를 설치한 뒤 연속해서 황토를 밟는 원리였다. 이러한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새삼 맨발로 황톳길 걷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직접 실천해 보고 싶다면 판교의 화랑공원을 찾아보자. 판교역과 가까운 이 공원에 최근 길이 250m, 폭 1.5m 규모의 황톳길이 설치돼 누구라도 맨발로 몸에 좋은 황톳길을 체험할 수 있다. 주변의 나무가 뿜어내는 산뜻한 피톤치드는 덤.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 609 화랑공원
순천
선암사
ⓒ전라남도 공식 블로그
조계산 기슭에 자리 잡은 순천 선암사는 꼭 불자가 아니라도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한 사찰이다.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 드라마 <용의 눈물> 등에 등장할 만큼 빼어난 풍광과 경치를 자랑하는 데다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세계적인 사찰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이런 선암사로 향하는 길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계절마다 오묘하게 변하는 나무의 색감, 일부러 올려놓은 듯한 절묘한 기암괴석, 청량하게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감상하며 산사에 오르다 보면 인생사 시름도 잠시 쉬어가는 기분. 선녀들이 목욕하고 하늘로 올랐다는 독특한 아치형 모양의 승선교는 인생샷 성지로 통하니 들렀다면 기념사진도 꼭 찍자.
주소 전남 순천시 승주읍 선암사길 450
홈페이지 https://www.suncheon.go.kr/tour/tourist/0007
순천왜성
ⓒ순천시 공식 홈페이지
조선시대에 쌓은 순천왜성은 일본군이 축조한 성으로 전라도 지역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왜성이라고 한다. 뼈아픈 일본의 잔재이기 때문에 사적으로 지정되었다가 지방기념물로 격하되기도 했는데 외곽에 위치해 조용하고 한적하게 걷기엔 그만이다. 남파랑길 51코스의 일부로 곳곳에서 의외로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는데 탄탄하게 돌을 쌓아 올린 토성과 그 주위를 감싼 울창한 숲이 마치 제주도 같은 느낌마저 자아낸다.
주소 전남 순천시 해룡면 신성리 산1
홈페이지 https://www.suncheon.go.kr/tour/tourist/0009/0003
글 장혜정
사진 셔터스톡
걷기 좋은 숲 길이 많네요~~
가을을 느끼면 산책과 힐링을 할수 있겠네요
사진이 다 너무 이쁘네요
요즘엔 자연에 눈길이 더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