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과 붓으로 삶을 표현하다
당진제철소 소결제조팀 남정희 사우

이번 기사는 남정희 사우님 동료의 제보로 취재 및 작성됐습니다. 나만 알기엔 너무 멋진, 소중한 나의 동료. 여러분 주변에도 자랑하고 싶은 사우분이 있다면 언제든 쇠부리토크에 제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7월부터는 제보해주신 사우님이 선정되실 경우, 제보해주신 분과 선정되신 분 모두에게 소정의 선물을 드립니다.

오랫동안 갈고닦은 것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오롯이 삶에 새겨져 뚜렷한 흔적을 만든다. 남정희 사우에게는 서예가 그랬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우연히 시작한 서예는 오랜 시간을 머금고 그에게 서예가라는 타이틀을 쥐여 주었다. 서예는 곧 삶이자 일상이라는 남정희 사우. 그를 만나 진정한 취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똑같은 먹과 똑같은 붓으로 한 획을 그어도 똑같은 획은 없다. 먹의 농도에 따라, 붓의 결에 따라 모든 획은 자신만의 특성을 지닌 채 종이 위에 새겨진다. 그래서 신비롭다. 각자 다른 획들이 모여 뜻을 담고, 하나의 작품이 되어가는 일. 그 과정 자체가 즐겁다. 남정희 사우에게 서예란 내가 좋아하는 일 그 자체다.

Q.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당진제철소 소결제조팀에 근무하는 남정희라고 합니다. 소결제조팀은 전 공정의 원료팀에서 수급하는 분철강성을 입고 받아서 소결기에서 소결하여 고 적정 크기 50ml 이하로 소결한 뒤에 고로 공정에 투입해 주는 공정을 맡고 있습니다.

Q. 특별한 취미활동을 하고 있으시다고요.

1997년도 초반부터 시작해서 28년째 서예를 연마하고 있습니다. 현대제철에 입사하고 나만의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취미를 찾다가 서예를 발견하게 되었죠.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저와 잘 맞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한 서예를 오랫동안 갈고닦다 보니 지금은 서예가의 길을 걷고 있네요.

Q. 지금의 실력을 갖추기까지 얼마나 연습하셨나요?

처음 서예를 시작했을 때는 하루에 평균 10시간 정도 서예를 했던 것 같아요. 퇴근하고 글씨 쓰고 잠자는 것만 하면서 지냈었죠. 하루에 1/3이 오롯이 서예에 투자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게 한 10년 정도 한 것 같네요. 그때 제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어요. 어느 정도 훈련이 된 후부터는 일주일에 3~4일 정도 4~5시간씩 서예를 하는 편입니다.

Q. 사우님이 깊이 빠졌던 서예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서예의 매력은 너무 어렵다는 거예요. 서예라는 글자만 30년을 써도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잘 안 나오죠. 붓의 부드러운 털이 수십 개가 모여서 획을 그릴 때를 보면 하나도 똑같은 게 없습니다. 천차만별의 획이 나타나죠. 게다가 같은 먹물이라고 해도 농도가 다 달라, 똑같은 색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서예는 어렵고, 신비스럽죠. 이런 점이 서예의 가장 큰 매력이지 않을까요?

남정희 사우의 작품, 백거이(白居易) <조추독야(早秋獨夜)>

Q. 가장 의미 있는 서예 작품은 어떤 것인가요?

중국 백거이(白居易) <조추독야(早秋獨夜)>라는 시를 쓴 작품입니다. 서예도 예서, 전서, 행서, 해서 등 다양한 서체가 있는데요. 그중에 전서체로 쓴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충남도청에서 입상도 했어요. 덕분에 전시 회관에 임대되면서 저에게 가장 많은 수입을 벌어다 준 작품이 되기도 했죠. 서예로써 많은 것을 이뤄준 작품이기 때문에 가장 애지중지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서예 작품으로 수상도 많이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받은 상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못하죠. 그만큼 서예로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계속 대회를 나가고 있기 때문이에요. 크고 작은 상을 많이 받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뜻깊었던 수상은 2022년도 미술대전에서 입상한 거였어요. 정말 큰 대회인데 저 혼자만의 힘으로 들어가서 단독 입상을 했다는 것이 참 뿌듯하더라고요. 주먹이 꽉 쥐어지면서 가슴속 깊이 뭔가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의 감동은 지금까지 서예를 하면서 잊히지 않은 기억입니다.

Q. 동양화도 그리신다고요. 동양화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사군자를 한번 그려보자는 마음으로 한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요. 거기서 동양화를 배울 수 있더라고요. 우연한 기회로 동양화를 그려보고는 동양화를 그리는 매력에 빠져 시작하게 되었어요.

Q. 동양화는 어떤 매력이 있나요?

동양화는 한 작품을 그리는데 한 달 이상 걸려요. 상당한 시작을 투자해야 하죠. 설악산도 처음 오를 때는 힘들지만 정상에 오르면 몸도 가뿐해지고, 정복했다는 뿌듯함도 느끼잖아요. 동양화도 똑같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것을 그려야 할지 제대로 갈피도 못 잡고 있다가 한순간에 몰입하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리죠. 그렇게 한 작품 끝나면 설악산을 정복한 것처럼 뭔가 이루었다는 느낌이 있어요. 말할 수 없는 성취감 같은 것, 그게 동양화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남정희 사우의 동양화 <여유>

Q. 가장 기억에 남는 동양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여유>라는 그림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시원한 계곡 속에 발을 담그고 있다고 상상하고 그린 그림이에요. 이 작품을 보면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고, 여유가 느껴져요. 동양화 중 가장 최근에 그린 작품이기도 해서 현재까지 마음 속에 일 순위인 작품입니다.

Q. 앞으로의 인생 계획은 무엇인가요?

우선 정년이 10년 정도 남았으니 열심히 회사 다니고, 서예 활동도 열심히 병행해야죠. 정년퇴직 후에는 서예가로 활동하며 후학 양성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재능기부 봉사활동도 하고 싶어요. 서예를 많은 사람들이 찾고 즐길 수 있도록 제가 힘닿는 데까지 알려보고 싶습니다.

「쇠부리토크」 편집팀
영상∙사진 이종룡(필름라이즈)

  • eun*** 댓글:

    현대제철 항상 응원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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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yh*** 댓글:

    대단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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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제철의 아이언맨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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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씨 잘 쓰시는 분들 너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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