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째 이어지고 있는 당진의 신평양조장. 그곳의 김용세 회장은 1970년대 아버지로부터 양조장을 물려받은 후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막걸리의 제조에 몰두해 왔다. 변함없는 품질의 술을 만들기 위해 과학적인 양조법을 연구하고, 조선시대 대중적이던 연잎주를 살리고자 술 제조 관련 책들을 탐독했다. 끝내 지금의 연잎주가 완성되었고 그는 대한민국식품명인 제79호로 지정됐다.
연잎은 연꽃이 진 후 7월에서 8월 중순까지 채취한다. 그래서 오직 여름 계절주로만 즐길 수 있던 술이었지만, 지금은 김용세 식품명인 덕에 사시사철 언제든 즐길 수 있는 술이 됐다. 연잎의 쓴맛은 빼고 그 고유의 향과 맛은 살린 백련 막걸리를 탄생시킨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신평양조장의 역사가 약 100년 가까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아버지의 외삼촌께서 양조장을 운영했었는데요, 외삼촌께서 돌아가시고 신평면의 유일했던 양조장 면허가 폐지되면서 여러 사람이 신규 면허를 얻고자 경쟁했습니다. 그때 아버님이 양조장을 낙찰받아 시작한 게 바로 신평양조장입니다. 1933년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90년 정도 됐군요. 아버지의 뒤를 제가 따랐고, 지금은 아들이 제 뒤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도 아들도 처음부터 양조장에 뜻이 있던 건 아닌데 참 신기하죠. 전통주에 대한 사랑이 있어서 3대째 운영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신평양조장의 술은 만찬주로도 유명한데요, 제조하는 술을 소개해 주세요.
청와대 만찬주로 유명한 건 바로 백련 생말걸리 ‘스노우’입니다. 가장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기기 좋은 막걸리죠. 그리고 백련 ‘맑은술’은 삼성그룹에서 신년회 만찬주로 사용한 적이 있어요. 이 맑은술은 백련막걸리를 장기간 숙성시켜 맑은 부분만 걸러낸 생주이고요. 그 외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상을 받은 백련 생막걸리 ‘미스티’, 백련 살균막걸리 ‘미스티’가 있습니다.
생막걸리와 살균 막걸리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우리가 보통 먹는 막걸리는 살균 막걸리입니다. 막걸리 안에 들어있는 효모와 유산균을 살균해 유통하는 막걸리죠. 살균막걸리는 유통 기간이 길어 수출하기도 좋고, 오랫동안 집에 두고 먹을 수 있어요. 하지만 전통주 본연의 맛에 더 가까운 것은 효모와 유산균이 그대로 살아있는 생막걸리입니다. 생막걸리는 효모와 유산균에서 발생하는 탄산이 느껴지는 특징이 있어요.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효모균이 발효되기 때문에 맛이 달라집니다. 전통주의 특별한 맛을 느끼고 싶다면 생막걸리를 마셔보는 것도 추천해 드려요.
모든 막걸리에 연잎이 들어간 것이 큰 특징인데요, 연잎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셨나요?
저희 집안은 본래 여름마다 연잎을 사용해 가양주(家釀酒, 집에서 빚는 술)를 만들어왔습니다. 연잎의 향을 가득 품은 데다 막걸리 특유의 텁텁함 없이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게 정말 좋았거든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마셔볼 수 있도록 시도해 보고 싶었어요. 오랜 연구와 시행착오 끝에 나온 것이 지금의 4가지 연잎주입니다. 우리술 품평회 외에 해외 주류 품평회에서도 수상한 걸 보면 다행히 제 입에만 맛있었던 게 아닌 모양이에요.
명인님께서 막걸리를 제조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공정은 무엇인가요?
모든 공정에 정성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굳이 고른다면 온도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막걸리는 발효주인 만큼 제조되는 동안 온도를 계속 잘 맞춰줘야 하거든요. 단순히 몇 도에 고정해 두는 게 아니라 마치 아기를 키우듯이 적정한 온도를 계속 바꿔가며 맞춰줘야 해요. 그래야만 막걸리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죠.
신평양조장에서 연잎주를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상당히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저처럼 나이 든 사람들은 부모님이 집에서 술 빚는 것을 다 보며 자랐어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술 빚는 과정 자체를 볼 기회가 적잖아요. 그래서 더 신기해하는 것 같아요.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만든 연잎주를 맛보려면 집에 가져가 일주일간 발효시켜야 하는데요, 기다림의 묘미가 있는 데다가 그 맛도 말할 수 없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직접 정성스레 술을 빚었으니 특별할 수밖에 없겠죠.
명인님이 보시기에 연잎주과 가장 잘 어울리는 안주는 무엇인가요?
사실 거의 모든 안주가 다 잘 어울려요. 마치 누구나 잘 어울리는 우리나라 한복처럼요. 그래도 굳이 꼽으라면 연잎주도 막걸리인 만큼 부침개, 과일, 나물 등의 안주와 조합이 좋습니다. 가끔 저는 소금을 안주 삼아 먹기도 합니다. 어렸을 적 아무것도 없던 시절에는 소금도 하나의 안주였거든요. 짭짤한 맛과 막걸리의 톡 쏘는 맛의 궁합이 참 괜찮습니다. 그러니 자신이 좋아하는 안주와 함께 연잎주 고유의 향과 맛을 음미하며 드셔보세요.
당진이라는 지역이 양조장을 운영하기에 특별히 좋은 점이 있을까요?
그럼요. 당진은 넓은 평야 지대를 가진 데다가 일조량이 좋아서 벼가 자라나기 아주 좋은 장소입니다. 신평면(新平:새로운 넓은 평야)이라는 이름만 봐도 느껴지지 않습니까? 그리고 막걸리의 핵심이 곧 쌀이죠. 그래서 옛날에는 당진에 약 15개 정도의 양조장이 있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그 오래된 양조장들은 다 사라지고 저희만 남았지만요. 그래서 저희는 지금도 당진의 비옥한 땅에서 나는 쌀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통주의 맛을 살리고 유지하기 위해서요.
신평양조장의 철학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저는 전통주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화요, 철학이며 과학이고 예술이라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태초부터 거슬러 온 우리나라의 역사와 생활 모든 것이 이 전통주 하나에 담겨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전통주의 맛을 지켜나갈 거고, 더 사랑받도록 발전시킬 겁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도 뻗어나가야겠죠. 다양한 한류 문화가 퍼져나가는 것처럼 우리 전통주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글 「쇠부리토크」 편집팀
사진 차드 박(wavefilm)
영상 정유라(wavefilm)
신평 막걸리 맛있어요.
잘 읽었습니다
다음 기사도 부탁드립니다
명인의 말씀 잘 봤습니다. 멋지십니다.
식품명인도 있었네요! 좋은 기사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