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습한 여름이 찾아왔다. 푹푹 찌는 찜질방 같은 거리를 보면 불쾌지수가 저절로 올라가곤 하지만 관점을 다르게 생각해 보면 여름은 오히려 축복받은 계절이다. 왜냐고? 우리에겐 시원한 ‘하이볼’이 있으니까! 올여름에는 맥주 대신, 위스키뿐만 아니라 다양한 원주로 응용이 가능한 하이볼의 세계를 탐험하며 이 계절을 만끽해 보는 건 어떨까.

요즘 대세는? 하이볼!

폭우 속에서도 오픈런을 하게 만든다는 김창수 위스키, 이를 활용해 신규 출시된 하이볼 제품 ⓒ GS 리테일

확실히 요즘 ‘대세’는 하이볼이다. 얼마 전까지 ‘4캔 만 원’ 맥주가 점령했던 편의점 매대는 각양각색의 하이볼로 대체되고 있는 추세다. 심지어 카브루,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등 한국을 대표하는 수제 맥주 회사들도 하이볼을 만들어 편의점에 납품하고 있을 정도니 여름을 상징하는 술이 기존 맥주에서 하이볼로 완전히 넘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GS25에서 국산 싱글 몰트 위스키인 ‘김창수 위스키’ 원액을 첨가한 ‘김창수 하이볼’이 출시됐는데 특히 하이볼에 열광하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공이 높이 날아서, 하이볼!

하이볼은 얼음 잔에 위스키와 탄산수를 섞어 마시는 칵테일이다. 하이볼을 누가, 언제부터 만들어 마셨는지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지만 스코틀랜드 골퍼들이 골프장에서 술을 마시다가 탄생했다는 전언이 가장 재미있다. 골프와 위스키의 발상지인 스코틀랜드에서 사람들은 위스키를 마시면서 골프를 치곤했다. 그런데 위스키는 도수가 40도 이르러 18홀까지 게임을 이어 나가기가 힘들었다. 한 골퍼는 위스키에 탄산수를 타서 알코올 도수를 낮추면 훨씬 덜 취하고, 갈증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 시원한 위스키는 금방 입소문이 나 골퍼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청량감이 뛰어난 이 탄산 위스키를 골퍼들이 게임 중 벌컥벌컥 들이켰고, 결국 만취한 골퍼들은 전보다 많아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술 취한 골퍼들이 샷을 날리면 공이 엉뚱한 곳, 특히 함께 라운딩을 하는 사람 머리 위로 날아간다고 해서 이 술의 이름은 ‘하이볼’이 됐다고 한다. 이후 하이볼은 미국에도 알려졌고 미국인들은 스카치위스키 대신 버번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어 기차를 기다리면서 역에서 즐겨 마셨다. 칵테일과 바 문화가 발전한 미국은 위스키뿐만 아니라 진, 보드카 등 다양한 원주를 사용한 하이볼을 만들어 마셨고 오늘날 하이볼은 높은 도수의 증류주에 탄산수를 섞은 술 전체를 의미한다.

가볍게 맛있게 하이볼 한 잔!

하이볼의 기본인 ‘위스키 하이볼’을 맛있게 마시는 방법은 자신의 위스키 취향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원주 위스키 종류에 따라 하이볼의 맛이 달라진다. 화려한 맛을 좋아한다면 과일향이 강한 셰리 오크에 숙성된 위스키를, 훈연향을 선호한다면 스코틀랜드 아일레이 지방의 피트 위스키를, 균형이 잡힌 맛을 원한다면 개성 강한 싱글몰트보다는 블렌딩 위스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원주의 개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향과 당이 첨가된 진저에일이나 토닉워터보다는 아무 맛도 나지 않는 플레인 탄산수를 섞을 것을 권한다. 위스키는 아니지만 사과 발효주를 증류한 칼바도스를 원주로 한 하이볼도 매력적이다. 칼바도스는 위스키보다 과실향이 뛰어나고 산뜻해서 술자리의 시작이나 끝을 장식하는 데 매우 적합한 술이다.

추천 하이볼 : 아일레이 위스키 하이볼

다양한 하이볼 가운데 쇠부리토크 독자들에겐 훈연향이 강한, 스코틀랜드 아일레이 지역의 위스키인 라가불린, 아드벡 등에 플레인 탄산수를 타서 만든 ‘아일레이 위스키 하이볼’을 추천한다. 술을 마구마구 퍼마시다가 중간에 라가불린 하이볼을 마시면 양치를 한 것처럼 개운해지고, 술자리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운을 얻는다. 아일레이 지역 위스키들은 기본 하이볼 원주로 사용되는 위스키보다는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이지만 오히려 “샤넬 가방을 들고 목욕탕에 가는 기분”과 같은 소소한 사치를 누리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스코틀랜드 현지에서 피트라고 불리는 이탄을 태워 맥아를 말리는 과정을 거친 아일레이 위스키는 강한 훈연향과 병원 소독약 냄새, 해초향(갯내) 등의 독특한 아로마를 내뿜는 것이 특징이다. 지역별 위스키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한다면 초심자라도 아일레이 위스키만큼은 쉽게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개성이 강하다. 아일레이 섬 남부의 아드벡과 라가불린, 라프로익, 중부의 보모어 등 위스키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유명 증류소가 이곳에 모여 있다.

아일레이 섬 라가불린 증류소(좌)와 라가불린 16년 위스키(우)

그중에서도 다채로운 맛의 균형이 일품인 라가불린 16년은 위스키 업계의 전설적 평론가인 마이클 잭슨(팝의 황제와 동명이인)이 만점을 준 위스키로도 유명하다. 셰리 오크통에 위스키를 숙성시켜 강한 훈연향에 꽃향기와 은은한 과일향을 입혔다. 첫 아로마는 과일향인데 중간부터 스모키향이 폭풍처럼 밀려온다. 캐러멜과 과일향이 어우러진 부드러운 오크향을 선호하는 취향을 가졌다면 아일레이 위스키를 싫어할 수도 있다. 묘한 건 아일레이 위스키가 가진 중독성이다. 처음 맛봤을 땐 특유의 얼얼함 때문에 표정을 찡그리다가 점점 빠져들고 마는 마라 요리처럼, 한번 중독되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마성의 매력을 지녔다.

매력의 핵심은 훈연향이다. 라가불린 16년 하이볼을 제대로 느끼려면 불에 구운 소고기와 함께 먹어야 한다. 잔을 넉넉하게 채운 피트향 가득한 하이볼과 소고기를 머금으면 “인생 뭐 별거 있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입안에선 불 맛이 폭발하고 참나무향 가득한 고기 한 점이 혀끝을 살살 녹이는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 남부러울 일도, 아무런 근심 걱정도 없을 것이다.

TIP. 하이볼 제작의 정석

1. 먼저 잔은 두꺼운 유리잔을 선택한다.
길고 좁은 하이볼 전용잔이 있으면 좋다. 얇은 잔보다는 두꺼운 잔이 차가운 하이볼 온도를 오랫동안 지켜준다.

2. 잔에 얼음을 채운다.
잘게 부서진 것보다는 큰 얼음이 좋다.

3. 위스키를 먼저 따른다.
비중이 낮은 재료를 먼저 따라야 잘 섞이는데 위스키는 물보다 가볍기 때문이다. 이후 탄산수가 얼음에 닿지 않고 잔 밑에 깔린 위스키에 직접 부딪치도록 낙차 거리를 두고 따른다. 대류의 힘으로 재료가 섞여 굳이 바스푼으로 젓지 않아도 맛있게 완성된다. 얼음을 나중에 넣는다면 탄산을 보호하기 위해 잔을 기울여 컵 벽면을 타고 내려가게 넣는다.

4. 위스키와 탄산수의 클래식한 비율은 40도 위스키 기준으로 1:3.
이보다 더 도수가 높은 위스키는 원주의 양을 줄이거나 탄산수의 양을 늘려 조절한다.

PLUS. 내 입맛을 찾아 다양하게 시도해 보자

베이스가 다양한 위스키와 보드카, 데킬라, 전통주 등으로 다채롭다면 탄산수 역시 토닉워터나 콜라, 진저에일 등 취향껏 사용될 수 있다. 클래식한 비율로 시작해 나만의 비율을 찾아가 보자.

  • 얼그레이 하이볼 : 위스키 1잔, 토닉워터 3잔, 얼그레이 시럽 1/3잔(또는 시럽 대신 얼그레이 토닉워터를 3잔 사용), 레몬 한 조각(또는 레몬즙 사용)
  • 잭콕 : 잭다니엘 1잔(보드카를 넣으면 보드카 콕, 버번위스키를 넣으면 버번 콕), 콜라 3잔, 레몬 한 조각(또는 레몬즙 사용)
  • 화요 하이볼 : 화요 41 1잔, 탄산수 4잔, 레몬 한 조각(또는 레몬즙 사용)

심현희 (주류전문기자, <술꾼의정석> 저자, 블로터 산업팀장)
사진 셔터스톡

  • jun*** 댓글:

    오늘하루도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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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r*** 댓글:

    요즘 하이볼이 참 맛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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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mj*** 댓글:

    현대제철 항상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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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y*** 댓글:

    하이볼의 향기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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