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 밴드 ‘동물원’ 출신 싱어송라이터이자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로 활동하는 김창기. 그는 1988년 동물원 1집과 함께 데뷔했고, 1997년 동물원을 탈퇴한 후 현재는 도곡동에서 ‘생각과 마음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가수와 의사로서 그의 삶은 어떻게 진행 중일까.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먼저 매듭이 어떻게 묶였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우리 삶도 ‘매듭 푸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봄과 여름이 청춘의 시절이라면, 가을은 인생이 조금 더 성숙해지는 계절이다.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거리에서>, <혜화동> 등 여러 히트곡을 만든 동물원의 김창기 원장을 만나 ‘인생과 가을의 안부’를 나누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현대제철 사우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노래하는 의사 김창기입니다. 30년 전에는 그룹 동물원으로 인사드렸고, 지금은 ‘생각과 마음의원’에서 사람들 마음을 치유하는 의사로 생활하고 있어요. 낮에는 진료를 하고, 밤에는 가끔 노래를 부르거나 곡을 만들어요.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누구에게나 똑같이 찾아오는 하루, 그 시간과 만나고 헤어지면서 살아가지요.
가을 하면 동물원 노래가 여전히 생각납니다. 김창기에게 노래란 무엇인가요?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흘러도 좋은 노래는 여전히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지요. 노래는 오래된 추억을 현재라는 지점과 이어주는데요. 마음이 복잡할 때 노래를 듣거나 부르면 그 무게감이 조금 줄어들 때가 있어요. 얼마 전에는 드라마에서 제가 만든 노래 <혜화동>과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가 나왔어요. 인기 드라마에 실린 노래의 파장은 크더군요. 지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우리 아빠가 한때 잘나가던 가수였다”라며 인정해주었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니 저도 더욱 기쁘더군요.
쉼표의 계절 가을, 어떻게 보내고 계시나요?
느낌표로만 가득 찬 인생은 힘들어요. 간혹 물음표도 있어야 하고, 때론 쉼표를 놓아두고 사색하는 시간도 필요해요. 저는 좀 내향적이라서 복잡하거나 번잡하게 살지 않아요. 좋아하는 몇몇 사람과 만나서 얘기하는 이 계절이 좋아요. 또 제가 곧 환갑인데요. 인생이란 시절로 보면 가을의 문턱을 넘어섰지요. 지나온 삶과 나아갈 시간을 놓아두고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보냅니다. 가을에는 나와 이야기하는 시간을 조금 더 가지려고 노력해요.
나와 이야기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잠자리에 들기 전에 나의 하루를 돌아보며 나와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생각해요. 부모님이나 배우자, 자녀와 몇몇 친구들, 선후배 등. 좋은 사이라고 해도 갈등과 오해는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그럴 때 내가 먼저 다가섰는지, 말과 행동은 따뜻하게 건넸는지, 일관성을 갖고 대했는지 등을 꼼꼼하게 들여다봐요. 그러고 나서 나는 내 나이에 걸맞게 살았는지, 나의 목표에 맞는 삶을 살아가는지, 욕심내다가 놓치는 것은 없는지를 체크하지요. 괜찮은 하루였다면 “그래, 오늘 잘했어”라고 스스로 칭찬해요.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고 새로운 하루를 맞는 방식이에요.
매일 그러려면 쉽지 않을 텐데요?
당연히 쉽지 않아요. 하지만 생각도 습관처럼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고 싶다고, 조금씩 발전하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있잖아요. 그러려면 잘못은 없는지 확인하면서 조금씩 바로잡아가는 시간이 필요해요. 나는 부족한 사람이지만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기 믿음에서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죠. 때론 타인과 비교하여 결핍감이 느껴질 때, 이런 방법을 한번 시도해보세요. 제일 좋은 방법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처럼 행동”하는 거예요. 물론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포기하지 말고 조금씩만 바꿔보세요. 그러다 보면 성장한 나와 만날 수 있고요. 그런 다음 타인에게 그 마음을 베풀어보세요. 그러면 타인도 나를 좋은 사람으로 보고 그렇게 대해주거든요.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행동해보면 좋겠어요.
그렇게 하면 인생의 좋은 시절, 기회가 찾아올까요?
언제나 기회는 있어요. 사람들 대부분은 돈과 명예, 권력을 원하는데요. 사실 그런 건 쉽게 얻을 수 없어요. 그러니 그런 생각은 조금 놓아두고, 사회적 가치를 얻는 노력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크든 작은 어떤 분야에서 성실하고 열심히 일했다면, 그게 바로 사회적 가치를 얻은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조금 쉽게 말해 “그 사람 참 좋은 동료, 선배 혹은 관리자였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가치 있는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있어요.
성공한 삶보다 성장하는 삶도 괜찮다는 이야기인가요?
성장하는 삶은 꾸준하게 자기 인생을 밀고 나아가는 힘이 있어요. 한번 생각해보세요. 지난 시절은 정말 아름다웠을까요? 청년 시절을 거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동안 친구와 다툼도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도 경험하고, 꿈꾸던 일 앞에서 주저앉은 때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어느 순간을 떠올리며 가슴이 따뜻해질 때가 있잖아요. 지난날의 기억은 소중한 추억이 될 때도 있어요. 나이테를 하나씩 늘려가는 나무도 거친 비바람을 안고 자라는 것처럼요.
가을, 우리에게 인생이란 무얼까요?
가을을 인생에 비유해보자고요. 겨울을 앞둔 가을처럼, 가까운 미래에 직장을 그만두고 노년과 마주해야 할 때가 오거든요. 제일 중요한 건 친밀한 사람들과의 관계예요. 그들에게 늘 받으려고 한 건 아닌지, 내가 잘 주고 있는지, 주려고 노력은 했는지 생각해보세요. 친밀한 사람들과 관계가 잘 형성돼야 삶에 의미가 있고, 재미가 있고, 보람이 생기는 것이에요. 그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사람, 더 나아가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공부해야 하고요. ‘짬밥’ 그러니까 나이만 앞세울 수는 없어요. 가을은 꾸준하게 인생 공부를 할 시점이에요. 공부라고 어렵게 생각하지는 마세요.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삶의 즐거움과 보람을 찾는 거니까요. 지금부터 차분히 시작해보세요.
현대제철 사우 여러분에게 건네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사우 여러분이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건 모두가 알고 있어요. 하지만 때론 그에 대한 대가와 존중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질 때도 있겠지요. 사실 이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노력한 만큼 대가와 보상은 받지 못하고 있지요. 펜대 잡고 일하는 사람들도 똑같고요. 가운 걸치고 ‘사’ 자를 달고 일하는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웃기고 있네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대가와 타인의 존중보다도 내가 나에 대한 사랑, 나에 대한 존중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가장 큰 힘이 될 거니까요. 만약에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곁에서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들과 꼭 붙어 있어야겠지요. 현대제철 사우 여러분, 힘내십시오!
글 「쇠부리토크」 편집팀
사진 김성헌 사진가
영상 안지수(스튜디오 인디203)
※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키며 안전하게 취재 및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따봉 ?
기분 좋아지는 기사입니다 ~
동물원노래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