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과 붓으로 화선지에 담는 자연
서예가 인중 이정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옷소매 붉은 끝동>의 여주인공 붓글씨는 과연 누가 썼을까 궁금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일곱 살 때부터 문방사우와 친구처럼 놀다가 매일 1일 1서를 쓰는 이 서예가는 경애하는 마음으로 붓을 든다. 젊은 감각과 뛰어난 표현력으로 서예를 힙한 예술로 바꾸고 있는 청년 서예가 인중 이정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정화는 서예를 ‘은은한 달빛 위에 나만의 우주를 담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은은한 달빛의 화선지 위에 우주의 색을 닮은 먹을 한 획 한 획 써가는 것, 그것이 그녀가 말하는 서예의 매력이다. 화선지에 닿아 번져가는 먹은 경이로운 자연을 품고 우리의 여러 감정들을 담는다. 문자의 의미에서 벗어나 작품이 품고 있는 분위기를 느끼려 할 때, 서예는 더 깊은 세계를 보여준다.

서예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일곱 살 때 처음 서예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아버지가 제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서예를 하시던 분이셔서 자연스럽게 시작을 하게 되었죠. 진로를 결정할 때도 진지하게 고민해봤는데, 제가 하고 싶은 게 서예가 맞더라고요. 그래서 이 길을 더 깊게 가봐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동안 서예가로서 어떤 활동을 해오셨나요?

2010년도 드라마 <동이>를 시작으로 <뿌리깊은 나무>, <해를 품은 달>, <기황후> <호텔 델루나>, <미스터 션샤인> 같은 드라마 작품에서 여배우 서예를 대필했어요. 그리고 작가로서 강연도 하고 작품 활동도 했죠. 요즘에는 서예를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에도 많이 나가고 있어요.

서예가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가 굉장히 기억에 남는데요, 주인공이 말을 하지 못하는 역할이었어요. 그래서 대사를 할 때는 무조건 제가 나가서 필사를 해야 했죠. 그때 한 사람의 심정을 글씨로 표현하면서 그 안에 감정과 마음을 담는 연습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 이후로 실력도 좋아진 것 같아서 가장 기억에 남아요.

드라마 캐릭터에 맞는 서체는 어떻게 정하시나요?

시대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서체를 정하고, 캐릭터의 감정과 성격을 파악해서 글씨 안에 담으려고 해요. 예를 들면 <미스터 션샤인>에서 애신 아씨 같은 경우에는 조선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강단 있는 캐릭터였는데요. 그래서 글씨도 강한 느낌의 필체를 사용했어요.

한자에도 다섯 가지의 서체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소개해주세요.

우선 한문 서체 같은 경우에는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 이렇게 5가지 서체가 있거든요. 전서는 쉽게 말하면 그림 문자처럼 보이는 서체고요. 예서는 좀 납작한 느낌, 해서는 컴퓨터 글씨처럼 정갈해 보여요. 그리고 해서는 조금 흘려서 쓴 서체, 행서와 초서는 더 많이 흘려서 쓴 서체예요.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서체는 해서와 행서, 초서죠. <뿌리깊은 나무> 같은 경우에는 행서와 초서를 많이 썼어요. 말을 하는 속도와 비슷하게 글씨를 써야 했기 때문에 굉장히 획이 많이 생략된 서체를 쓸 수밖에 없었죠.

서예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서예는 ‘지워지지 않는다’라는 게 굉장히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컴퓨터로 타이핑을 하면 백스페이스로 다 지울 수 있잖아요. 하지만 서예는 불태우지 않는 이상 남아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예전에 썼던 내 작품을 보면서 그 당시를 추억할 수 있어요. 요즘같이 글씨를 안 쓰는 시기에는 더욱 서예의 가치가 남다른 것 같아요. 직접 글씨를 새겨보고 작품을 간직하다 보면 마음이 더 깊어져요. 자신의 감정을 잘 알게 되고, 상대방의 마음도 잘 헤아릴 수 있게 되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직장인 취미로 서예는 어떨까요?

적극 추천합니다. 제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강연도 많이 해봤는데요. 처음에는 서예가 직장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막상 직장인 여러분은 붓을 들어서 글씨를 쓰는 그 순간부터 마음가짐이 달라진다고 하더라고요. 스트레스가 풀리고 치유가 된다고 말씀해주신 분들도 많았어요.

취미로 서예를 하면서 또 다른 활동도 할 수 있을까요?

우선 작품을 쓸 정도 실력이 되면 전시회를 열 수 있어요. 요즘은 취미로 서예를 배우신 분들도 개인전을 많이 여세요. 그리고 일상생활에서도 서예를 활용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공책 하나를 선물할 때도 표지에 떠올랐던 문구를 정성스럽게 써서 줄 수 있죠. 문구 하나만 써도 공책의 가치가 달라지잖아요. 요즘에는 텀블러에 글씨를 새겨서 쓰기도 하더라고요. 이렇게 일상에서도 유용하게 서예를 활용할 수 있어요.

서예가로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서예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오해를 풀어주고 싶어요.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 서예는 글자나 문구처럼 보일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서예를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화선지 위에서 퍼져 나가는 먹은 단순히 글씨를 표현하는 게 아니라 자연의 한 획을 표현하는 것과 같아요. 나무에 있는 가지를 생각하면서 획을 긋거나 산 능선을 표현하거나 물 위에서 물고기가 튀어나오는 것처럼 글씨를 쓰면서 자연을 담죠. 서예 작품을 감상할 때 글씨를 읽으려 하지 말고, 추상화를 보듯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느껴보세요. 작가가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을까 생각하면서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서예에 어떤 매력이 있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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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화 서예가가 사연을 읽고 직접 뽑은 3분께
가훈을 적은 족자 작품을 9월 말까지 보내드립니다.

「쇠부리토크」 편집팀
사진 김성헌 사진가
영상 안지수(스튜디오 인디203)
※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키며 안전하게 취재 및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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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6
  1. 어렵게만 느껴졌던 서예인데~ 잘 보고 갑니다 ~

  2. 당첨 감사합니다! 소중히 간직 하겠습니다!

  3. 당첨이라니! 정말 저희 집 거실에 걸어두고 하루에 한번씩 읽고 실천하며,아이들에게도 가르치겠습니다!

  4. 멋지네요

  5. 조금이나마 서예에 대해서 알았네요

  6. 서예 배워보고싶어요
    글씨체 이쁜사람들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