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일만큼 값진 일이 또 있을까. 여기 두려움도 잊은 채 위기 상황 속에서 용기 있게 생명을 구한 이가 있다. 바로 포항공장 스크랩구매2팀의 권세범 사우다. 그를 만나 익수자의 목숨을 구하기까지의 절체절명의 순간을 들어보았다.
수영은 배운 적 없지만 허우적대는 사람을 본 순간 단숨에 바다 속으로 뛰어든 권세범 사우.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 파도 속에서도 거침없이 헤엄쳤던 그의 용기는 어디에서 나온 걸까? 한여름,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지는 습한 한강 나들목에서 진행되는 촬영에도 따뜻한 미소로 남을 배려하는 그의 모습 속에 정답이 숨어 있다. 그것은 용기이기 이전에 그의 몸에 밴 품성이었다.
Q 포항공장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시나요?
2022년 1월부터 포항공장 국내 스크랩 구매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스크랩은 철강산업의 쌀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포항공장에서 생산하는 H형강, 철근, 특수형강, 롤 등의 제품을 만드는 주원료입니다. 스크랩이 제품에서 차지하는 원가 비율이 가장 높기 때문에 구매원가에 따라 회사 이익이 크게 달라집니다. 영남권에서 강원도까지 국내 스크랩 공급사를 관리하며 포항공장의 구매 경쟁력 강화에 힘쓰는 중입니다.
Q 포항공장은 주요 전기로 공장 중 하나라고 들었는데요, 전기로로 생산하면 어떤 점이 좋은가요?
전기로 생산은 고로 생산 방식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75퍼센트 감소하는 친환경적인 철강제품 생산방식입니다. 최근 ESG 경영이 기업의 화두로 떠오르고 지속성장이 가능한 원동력으로서 전기로 생산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죠.
Q 쇠부리토크에 포항공장 사우님 출연이 드물어 더욱 반갑네요. 포항공장의 분위기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포항공장에 부임한 지 6개월 정도 지났는데요, 포항공장의 조용하고 포근한 느낌에 반했습니다. 일단 이른 아침에 출근해도 맛있는 밥을 주시는 게 최고예요. 제철 음식을 맛볼 수 있고 맛도 꿀맛이죠. 본사에 있을 때보다는 조금 여유가 있다 보니 사무실에서 더 집중해서 일할 수 있다는 점도 좋고요. 본사에서는 숫자로 이해하며 이미지를 만들었던 스크랩 구매를 현장에서 직접 보고 생각하며 숫자로 만들어내는 경험이 매우 값집니다. 나아가 현장에서 공장 담당자분들과 얼굴을 보며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니 성과도 오르고 있어요.
Q. 포항 송도해수욕장에서 익수자를 구조하셨다고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그때 상황을 말씀 부탁드립니다.
퇴근할 때 포항공장에서 사택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어요. 약 2시간 정도 거리인데, 익수자를 구조한 날에도 평소처럼 사택으로 걸어가던 중이었습니다. 오래 걷다 보니 지쳐서 중간 지점인 송도해수욕장 모래사장 근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요, 해안 쪽에 3~4명이 모여서 웅성거리기에 시선이 자연스럽게 이동하게 되었고 바다 쪽을 보니 사람 한 명이 바다에 빠진 것이 보였습니다. 상황을 파악하려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위험한 상황인 것 같아서 바로 익수자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사람이 어깨까지 물속에 잠기고 있는 순간이라 지체 없이 바로 물속에 들어가 익수자를 구조하게 되었죠.
Q 바다에 들어가셨을 때 두려움은 없으셨나요?
두렵다고 생각할 틈이 없었어요. 바다에 빠진 사람을 보니 저러다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본능적으로 바다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저와 함께 구조를 도와주셨던 분이 계신데 나중에 알고 보니 수영을 전혀 못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분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와 함께 구조했던 분은 수영을 못해 발이 닿는 부분까지 오셨고, 저는 그분을 뒤로하고 혼자 익수자를 향해 나아갔는데요. 익수자를 2~3미터 앞에 두고부터는 저도 발이 바닥에 안 닿더라고요. 그때 순간적인 두려움이 몰려왔고 잠시 멈칫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눈앞의 위험 상황을 보니 지체할 수 없겠더군요. 다행히 그분 어깨를 잡고 해안가 쪽으로 헤엄을 치며 나올 수 있었습니다. 해안가에 도착했을 때는 119 구조대와 해양경찰이 달려와 익수자를 안전하게 인도해주셨죠.
Q 이번 선행으로 포항해양검찰청장 감사장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감사장을 받으니 어떠셨나요? 주변 사람들 반응도 궁금합니다.
바다에서 익수자를 구조한 날, 구조자를 119 구조대에 인계하고 혼자 터벅터벅 모래사장을 나와서 해안가 벤치에 앉아 양말을 벗어 물을 짜고 있는데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서 잘했다며 칭찬과 격려를 해주시더라고요. 그때가 가장 뿌듯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나서 포항해양경찰청에서 감사장을 받으니 좋은 일을 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 동료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지인들한테도 많은 격려와 응원을 받았습니다. 회사에서는 표창장과 함께 포상금도 주셨고요.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 많은 분들이 격려해주셔서 앞으로도 선행을 베풀며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Q 선행과 관련한 나만의 철학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선행에 특별한 철학을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다만, 저는 주변 사람에게 선한 마음을 전하면 다시 저한테 되돌아온다고 믿어요. 내가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곧 다른 사람이 나를 대하는 태도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선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도 궁금합니다.
2022년은 포항공장에서 새로운 업무를 시작한 해입니다. 업무에서 성과를 내고 싶고, 포항공장 모든 팀원분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즐겁게 지내고 싶습니다. 평소처럼 저녁 시간마다 운동도 열심히 해서 체력도 기르고 싶어요. 소소하지만 저만의 단단한 일상을 꾸준히 실천해나갈 예정입니다.
글 「쇠부리토크」 편집팀
사진 김성헌 사진가
영상 정유라(wavefilm)
※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안전하게 지키며 취재 및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오~~ 권세님 완전 멋짐폭발 입니다. 머리가 언제 눈발이… 세월이 참… 그래도 멋지네요… ㅎㅎ
10여년전 본사 같은 팀에서 일할때도 늘 선한 미소와 배려심에 정말 좋은분이라고 생각했지만, 세월이 흘렀어도 선한 인성은 여전하시군요~
쉽지 않은 일을 해내신 권팀장님, 정말 멋지십니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선행에 감동입니다~
글 잘 보고 갑니다
좋은 기사 계속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