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와 점묘화를 그리는 금손 예술가
당진제철소 후판1부 오승모 사우

4월의 봄날, 당진의 한 스튜디오에서 오승모 사우를 만났다. 캘리그래피와 점묘화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는 그야말로 ‘금손’이다. 평범한 문장도 그의 손을 거치면 뜻을 한가득 머금은 진한 손 글씨가 완성된다. 하나하나 일일이 점을 찍어 완성한 호랑이 그림에서는 경이로움마저 느껴진다. 현대제철 사우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적어달라고 하니, 단숨에 ‘초록의 생기를 당신에게’라는 멋진 작품을 완성하는 오승모 사우. 그저 즐거워서 시작했던 취미가 이제는 자신을 표현하는 예술이 되었다.

어떻게 취미생활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회사 비전이 ‘철 그 이상의 가치 창조’잖아요. 아무래도 험한 일을 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황폐해질 때가 있어요. ‘철’에만 집중하는 삶보다는, 그 이상의 가치를 누리는 삶을 살고 싶어서 취미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주어지는 시간을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과 휴식의 균형이 잡히고 하루를 뜻깊게 보낼 수 있게 되었죠.

많은 취미 중 캘리그래피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건강한 정신을 위해 손을 쓰는 취미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님이 쓰신 ‘처음처럼’이라는 캘리그래피 작품을 보고, 나도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처럼’이라는 문구의 뜻도 좋았지만, 뜻과 어울리는 글씨체를 보니 의미가 더 확 와닿더라고요. 캘리그래피가 주는 힘이 있다는 것을 그때 느꼈어요. 그 이후로 독학하며 여러 문구를 캘리그래피로 써봤습니다. 그렇게 취미활동을 시작한 지 10년 가까이 됐네요.

캘리그래피를 시작하고 난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캘리그래피를 하다 보면 글씨체에서 제 마음이 보여요. 차분한 마음을 가지고 쓰면 글자가 동글동글 부드럽게 써지고, 급한 마음으로 쓰면 글자가 화난 것같이 보이더라고요. 부드럽고 예쁜 글자를 쓰려면 마음가짐부터 달라져야 하죠. 덕분에 캘리그래피를 하기 전보다 성격이 훨씬 차분해지고 부드러워진 것 같아요.

취미생활로 일상도 많이 달라지셨군요.

네. 그렇죠. 저희와 같은 업종에 있다 보면 각박함을 많이 느껴요.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점점 잃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삶이 메말라가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하면서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상쇄할 필요가 있어요. 저는 캘리그래피와 점묘화를 취미로 하고 있지만, 뭐가 됐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도전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도전하다 보면 재능이 생기고 또 하나의 자산이 되기도 하거든요. 그렇게 꾸준히 취미를 가꿔나간다면 삶이 더욱 풍성해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취미가 없는 사우들에게 캘리그래피를 소개해주신다면요?

캘리그래피는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라 누구나 도전할 수 있어요. 이론으로 먼저 배우려는 분들도 많은데 그러지 마시고 일단 한번 써보셨으면 좋겠어요. 캘리그래피에는 정답이 없어요. 내 스타일대로 쓰다 보면 멋진 작품이 탄생하기도 하죠. 게다가 써먹을 때도 많아요. 명언을 캘리그래피로 써서 집에 걸어둘 수도 있고, 멋진 문구 하나를 완성해 친구에게 선물할 수도 있죠. 어렵지 않고 쓰임새도 많아서 누구에게나 좋은 취미활동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요즘에는 점묘화까지 도전하게 되셨다고요?

캘리그래피를 통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재미를 느끼게 되었어요. 그러고 나서 도전한 것이 점묘화입니다. 프랑스 화가 중에 ‘조르주 쇠라’라는 신인상파가 있어요. 이분이 점묘화를 처음 시작했다고 해요. 한번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하나하나 찍은 점들이 모여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 매력적이더라고요. 그래서 동물을 그리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은 인물화까지 도전하고 있어요. 실력을 더 키워서 가족들의 얼굴을 점묘화로 직접 그려주고 싶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묘화는 어떤 작품인가요?

2022년 호랑이해를 맞이하며 그렸던 호랑이 점묘화가 가장 마음에 드네요. 호랑이의 맹렬함을 나타내고 싶어서 열심히 그려봤는데요. 덕분에 점묘화로 표현된 호랑이를 보고 있으면 ‘할 수 있다’는 용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가끔 기운이 빠질 때마다 이 호랑이 그림을 보며 기운을 되찾고 있답니다. 그래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 되었어요.

앞으로 그리고 싶은 작품은 어떤 것인가요?

요즘 점묘 인물화에 도전하면서 간디를 그리고 있어요. ‘간디’ 하면 사람들의 머릿속에 이미지가 확 새겨지잖아요. 강렬한 특징이 있는 그림이 난이도가 낮은 편이에요. 그래서 인물화 첫 도전으로 간디를 선택했죠. 간디를 시작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점묘화로 그려보고 싶어요. 실력을 갈고 닦아 추후에는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을 점묘화로 그려주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쇠부리토크」 편집팀
사진 김성헌 사진가
영상 정성한(WITHENM)
※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키며 안전하게 취재 및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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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3
  1. 와~ 형님. 이런 취미가 있으셨네요. 대단하십니다.^^
    멋지내요.

  2. 취미수준이 아니고 완전 전문가시네요 대단하십니다.

  3.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