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만 되면 바다의 보물창고라 불리는 갯벌에 인파가 몰려든다. 바로 ‘낙지잡이’꾼이다. 삽 한 자루만 있으면 펄떡이는 낙지를 생포할 수 있는 이색 취미로 인기를 끌고 있다. 중학생 때부터 당진 앞바다에서 낙지를 잡은 낙지킬러 인증환 사우와 이제 막 그 재미를 알아가고 있는 낙지잡이 초보 문기종 사우. 두 사람을 충청남도 당진군 석문방조제 앞 너른 갯벌에서 만났다. 곧바로 무한 ‘삽질’이 시작되었고 순식간에 세발낙지 4마리를 잡았다.
낙지가 어디 숨었는지 딱 보면 알죠
당진에서 나고 자라 갯벌은 제 놀이터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이곳 갯벌에 와서 조개도 잡고 낙지도 잡았죠. 중학생 때부터는 낙지를 잡아서 판 돈을 용돈으로 썼으니 낙지잡이만 벌써 40년이 넘은 셈입니다. 이제는 갯벌만 봐도 어디에 낙지가 있는지 딱 압니다. 한번 삽질을 하면 99% 낙지를 잡는다고 보면 됩니다. 한창 낙지를 잡으러 다닐 때는 갯벌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출근 전, 출근 후 그리고 쉬는 날까지, 물때만 맞으면 낙지를 잡으러 왔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닙니다.
한번 펄에 들어오면 2시간을 쉬지 않고 잡는데, 많이 잡을 때는 한 번에 100마리도 잡은 적이 있어요. 특히 손으로 낙지를 잡을 때 손끝에 전해지는 ‘손맛’은 잊을 수 없죠. 잡은 낙지는 대부분 회사에 가져가서 동료들과 나눠 먹습니다. 낙지를 잡는 또 다른 즐거움이죠. 낙지잡이는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게 아닙니다. 낙지를 잡는 순간의 즐거움을 느끼는 거죠. 낙지잡이를 취미로 둔 사람들은 남보다 더 많이 잡는 데 관심 없어요. 돈을 벌려고 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저 낙지 잡는 순간을 즐깁니다. 낙지잡이마다 좋아하는 갯벌도 다른데, 저는 힘들어도 돌이 많은 곳을 좋아합니다. 이곳 석문방조제에는 방조제 한가운데 나무 한 그루를 심어서 저만의 장소를 표시해뒀죠.
물때만 맞으면 매일 갯벌에 가요
2년 전 이 갯벌에 처음으로 발을 담갔어요. 그때 인증환 사우님과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는데, 낙지를 잡아 직원들에게 나눠주셨거든요. 처음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우연히 낙지잡이를 따라갔다가 반했습니다. 성격이 급한 편이라 지루한 걸 못 참거든요. 낙지잡이는 낙지 숨구멍만 잘 찾아내 삽으로 파면 잡을 수 있는지 없는지 바로 판가름이 나서 딱! 좋았죠. 그길로 인증환 사우님을 따라다니며 본격적으로 낙지 잡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갯벌에 푹 빠져 삽니다. 한번 빠지면 빠져나가긴 힘든 그야말로 ‘뻘’입니다.
요즘은 낙지가 제철이라 물때만 맞으면 거의 매일 갯벌에 나갑니다. 낙지를 잡는 게 얼핏 쉬워 보여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10마리를 겨우 잡는 수준입니다. 오늘도 삽질 못한다고 야단을 맞았으니까요. 사실 저 같은 초보는 헛삽질을 하는 경우가 훨씬 많죠. 그래도 낙지를 잡는 동안 멍 때리며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머리가 개운해집니다. 또 낙지 잡다가 고개를 들면 펼쳐지는 바다 풍경도 최고죠. 운동량도 상당하기 때문에 따로 운동할 필요도 없어요. 낙지잡이를 하는 사람 중에는 배 나온 사람이 없습니다. 하하.
사우 여러분, 가을 제철 낙지 잡는 색다른 재미 한번 느껴보세요.
사진 김성헌(STUDIO INDIE 203)
※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안전하게 지키며 취재 및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낙지는 정말 어렵네요
글 잘 읽고 갑니다
다음 글도 기대해 봅니다
잡으러가보자 오늘
나도 낙지잡고싳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