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도 이상하게 계속하게 되는 이유,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 좋아하는 힘이 우리를 살아 있게 한다. 또 이런 힘이 인생 2막을 열어젖힌다. 특전사 출신 박은하는 몸에 밴 생존 기술을 바탕으로 좋아하는 캠핑을 하며 인생 2막을 위풍당당하게 걸어가고 있다. 캠핑에 살고 캠핑에 죽는 멋진 누나와 용인의 마운틴 캠핑장으로 향했다.
‘커 보이는 사람’이 있다. 신장이나 비율 이야기가 아니다. 잘 뿌리내린 사람에게는 크고 단단한 멋이 흐른다. 3년 차 캠핑 유튜버이자 특수부대 출신 특전사 박은하의 첫인상이 그렇다. 베일에 가려진 전 특수부대 대원은 ‘부시크래프트 캠핑’이라는 콘텐츠로 대중에게 다가왔다. 박은하의 유튜브 채널 <은하캠핑>은 초보 캠퍼를 위한 안내서이자 중급 캠퍼를 위한 매뉴얼이며, 도전과 생존에 영감을 주는 인사이트 채널이다.
‘특전사 출신 여군 유튜버’,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특별한 정체성인데요. 제대 후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대 후 캠핑 관련 방송에 출연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미 10년 이상 캠핑을 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캠핑을 통해 제가 교육받아온 것들을 알려주는 채널을 여는 것은 어떨까 싶었습니다. 사실 특수부대는 비밀스러운 곳이라 얼굴이나 신분에 관해서는 보안이 철저한 편입니다. 특히 여군은 특전사 내에서도 정말 소수죠. 그 때문에 전역한 지 오래되었지만, 보안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방송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과거가 노출될 수밖에 없더라고요. 특히 특전사 시절 훈련받은 것들, 몸에 익은 습관들은 숨길 수가 없더군요.(웃음)
3년 차 유튜버입니다. 3년 전과 지금을 비교한다면,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 어떠한 변화를 느끼시나요?
캠핑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이해도가 3년 전보다 크게 높아졌기 때문에 영상을 찾아보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오래전 영상부터 최근 것까지, 도움이 되었다는 댓글도 많이 달리고 있어요. 특히나 저는 일반적으로 하는 캠핑이 아니라, ‘부시크래프트(Bushcraft)’라는 최소한의 장비로 하는 캠핑을 하고 있기에 더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요. 구독자들의 피드백을 받는 일이 재밌습니다. 이런 반응들이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죠. 카메라 앞에 서는 일도 3년 전에 비하면 많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물론, 아직 어색하긴 하지만요.(웃음)
부시크래프트는 ‘덤불’을 뜻하는 부시(Bush)와 ‘기술’을 뜻하는 크래프트(Craft)가 합쳐진 용어인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일반적인 캠핑을 할 때에는 텐트나 각종 장비를 많이 챙기게 됩니다. 저 역시 처음 캠핑을 시작할 때만 해도 정말 많은 장비를 사용했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캠핑용품이 트렁크뿐만 아니라 뒷자리까지 가득 메우고 있더라고요. 소위 ‘장비발’이라고 하죠.(웃음) 그런데 특전사 시절을 되돌아보니, 그때는 군장 하나 메고 생존 훈련을 했거든요. 그 기억을 접목해 하나씩 하나씩 장비를 덜어내기 시작했어요. 필요한 게 있으면 만들어서 사용하고요. 불편해도 한번 해보는 거죠. 즉, 편의성을 추구하기보다 최소한의 장비로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면서 자연을 즐기는 캠핑을 부시크래프트라고 할 수 있어요.
듣고 보니 지금껏 ‘캠핑’을 너무 전형적인 형태로 생각해오지 않았나 싶네요. 부시크래프트 정신, 와일드 캠핑을 즐기고 싶은 초보 캠퍼에게 ‘이것만은 꼭 기억하라’고 할 만한 이야기가 있다면요?
맞아요, 캠핑의 범위는 다양해요. 텐트 치고 모닥불 피우는 것만이 캠핑은 아닙니다. 밖에서 낙엽을 깔고 자는 것도 캠핑이죠. 우선 장소 선정이 시작입니다. 산이 좋다면 산, 바다가 좋다면 바다에서 시작하면 됩니다. 다만 그곳이 캠핑을 하기에 안전한 곳인지 우선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 사유지여서도 안 되고요. 장소 선정부터 계획적으로 이루어져야 나머지를 그에 맞춰 준비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를 보면 폐가에서 하루 묵는다거나 수상한 장소(?!)에서 캠핑을 하던데, 그런 시도를 해보는 이유가 있을까요?
일반적인 캠핑은 누구나 할 수 있기도 하고 다른 유튜브 채널도 많기에 나만이 할 수 있는 색다른 콘셉트를 찾았어요. 보는 사람에 따라서 ‘왜 저기서 캠핑을 하지?’, ‘저런 걸 왜 하지?’ 싶은 것들도 있을 거예요. 막연한 도전이라고도 생각합니다. 폐가는 주로 도심지와 떨어진 산속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덩그러니 집만 남겨져 인적도, 물도, 전기도 없는 공간이지만 사람이 떠난 자리엔 ‘자연’이 돌아와 있습니다. 야생동물이 자리를 잡는다거나 오소리, 멧돼지, 고라니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하죠. 캠핑에 대한 저의 신념이랄까요. 야외에서 하는 모든 활동이 캠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담한 장소들을 선정하고 싶습니다. 물론 담력을 자랑하고 싶기도 하고요.(웃음)
촬영이 아닐 때도 캠핑을 하시나요?
그럼요, 그걸 훨씬 좋아합니다. 일명 ‘퇴근박’이라고, 금요일에 퇴근하면서 곧장 캠핑을 시작하는 거예요. 경치 좋은 곳에 자리를 펴고 힘들었던 일주일을 정리하는 거죠. 맥주도 한잔하고, 불멍도 하면서요.
특히 캠핑을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요?
야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연이 주는 선물이 바로 캠핑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에서나 실내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밖으로 나오면 만날 수 있어요. 특히 청소년들에게 캠핑을 추천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걸스카우트, 보이스카우트 등을 통해 캠핑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요새는 거의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머리가 복잡한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 익숙한 환경을 떠나 있는 것만으로 생각이 정리될 거예요.
특전사 시절에는 지금과 같은 캠핑 유튜버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웠을 텐데요. 인생의 큰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특수부대라는 경험은 지금도, 앞으로 살아갈 삶에서도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군인일 때 하던 행동들을 저도 모르게 하고 있으니까요. 우선 군인이었던 만큼 야외에서 하는 활동이 제 적성에 맞았기 때문에 캠핑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즐기면서 하다 보니 잘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준비하기보다 평소 자신이 무엇을 즐기고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먼저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인생을 하나의 긴 선이라고 본다면, 지금 어느 부분에 위치해 있다고 보시나요?
수명이 아닌 인생을 두고 생각한다면 3분의 1 정도 지점에 와 있는 것 같아요.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며 오르막을 올라가고 있는 기분입니다. 이제 서서히 정상이 보이지만 아직 정상에 다다르지는 않은 시점이라고 할까요? 등산을 할 때도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제일 좋은 것처럼, 이 길을 잘 올라서 정상에서만 볼 수 있는 도심이나 땅 위 풍경들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힘들었지만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말이죠. 한번은 쌀 20킬로그램을 메고 산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냥 도전하고 싶었어요. 별다른 이유가 없어도, 그냥 해보는 것만으로 용기가 되고 힘을 주는 일들이 있습니다.
글 「쇠부리토크」 편집팀
사진 ChadPark(wavefilm), <은하캠핑> 제공
영상 정유라(wavefilm)
※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안전하게 지키며 취재 및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멋집니다. ?
특전사와 캠핑 조합 멋있습니다.
특전사출신.
잘 읽었습니다
다음 기사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