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3총사가 쏘아 올린 우주여행 전쟁, ‘스타워즈(Star Wars)’가 본격화되었다. 무중력 상태의 지구 상공에서 우주 세계를 감상하는 당일치기 지구 저궤도 관광이 연이어 성공한 것. 부자들만의 ‘플렉스(Flex)’가 아니라 우리도 우주여행을 할 수 있을까?
우주여행을 쏘아 올린 억만장자 3총사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리처드 브랜슨(왼쪽부터)
“어린 시절부터 이 순간을 꿈꿔왔습니다”
우주여행을 꿈꾸는 사람에겐 경이로운 7월이었다. 연이은 민간인의 우주여행 성공으로 꿈이 실현되는 광경을 눈앞에서 목격했기 때문이다. 7월 11일,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 Holdings Inc.)의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이 “민간 최초 우주여행”에 성공했다. 그의 우주선 ‘유니티(Unity)’는 승객 6명을 태우고 지상으로부터 85킬로미터까지 날아 올라간 뒤 1시간 만에 복귀했다. 민간 우주선으로는 처음으로, 직업적인 우주비행사가 아닌 일반인을 태우고 우주공간으로 날아간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9일 후인 7월 20일,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가 두 번째 우주여행에 성공했다. 자신이 설립한 민간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Blue Origin)에서 만든 우주발사체 ‘뉴 셰퍼드(New Shepard)’를 타고 우주의 경계로 불리는 ‘카르만 라인(Karman line, 지구 상공 100킬로미터)’에 도달했다. 브랜슨의 유니티보다 조금 더 멀리 갔다 온 셈이다. 버진 갤럭틱은 우주비행사 2명이 조종하면서 승객 6명을 태운 우주비행을 했다면, 블루 오리진은 캡슐에 4명의 승객을 태우고 우주비행사 없이 자율 모드로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민간인 우주여행에 성공한 버진 갤럭틱(왼쪽)과 블루 오리진(오른쪽)의 우주인들
무중력 체험을 넘어 지구 한 바퀴 우주여행까지
이쯤에서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떠오른다. 스페이스X(SpaceX)를 만들어 우주산업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이다. 비록 첫 번째 민간 우주여행이라는 타이틀은 놓쳤지만 일론 머스크는 무척이나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버진 갤럭틱과 블루 오리진은 둘 다 80~100킬로미터 상공까지 올라가 무중력 체험을 하면서 지구의 모습을 보고 돌아오는 준궤도 우주여행이었다. 일론 머스크는 이를 뛰어넘어 2021년 9월,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곤(Crew Dragon)’에 4명의 승객을 태우고 지상으로부터 540킬로미터까지 올라가 지구를 도는 사흘간의 우주여행을 하겠다 예고하고 있다. 2022년에는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우주여행을 하고, 2050년까지 화성에 8만 명 규모의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원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기도 하다.
억만장자 3총사가 쏘아 올린 우주여행
민간 우주여행 시대는 버진 갤럭틱, 블루 오리진 그리고 스페이스X의 3총사가 이끌고 있다. 이들 기업은 모두 2000년대 초에 설립돼 우주관광 분야 개발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보잉(Boeing), 에어버스(Airbus), 스페이스 어드벤처(Space Adventure) 등 많은 기업이 민간 우주여행 사업에 뛰어들고 있어서 당분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브랜슨과 베이조스 그리고 머스크는 자신들의 어린 시절 꿈이 우주를 향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계 부자들이 우주여행 산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천문학적인 시장규모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 앤 마켓(Research and Markets)은 2020년 6억 5000만 달러(7338억 원) 규모인 세계 우주관광 시장이 2027년에는 17억 달러(1조 9100억 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미국과 중국 시장이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에 성공한 준궤도 우주여행은 국제우주정거장으로의 우주여행 그리고 달과 화성까지의 우주여행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나아가서는 2040년 전체 규모가 1조 달러(1144조 원)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우주산업을 향한 투자이기도 하다.
우주여행 탑승권은 얼마?
민간 우주여행 사업은 최근 수년간 후끈 달아올랐다. 2021년 6월에는 세계 최초 민간 우주여행사인 영국의 로켓브레익스(Rocket Breaks)가 문을 열었다. 이들은 우주관광 상품을 판매하며 민간인 관광객들을 모집하고 있다. 관광객들에게 우주선 예약뿐만 아니라 숙박, 식사, 우주여행에 필요한 트레이닝까지 제공한다. 우주여행 패키지로는 우주 당일 여행, 무중력 체험, 오로라 스테이션 숙박 등이 있다. 베이조스는 우주여행 완료 직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블루 오리진이 우주여행 탑승권을 판매하고 있으며 그 ‘수요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버진 갤럭틱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우주여행 사업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20만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는 탑승권을 구매한 고객은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Leonardo Dicaprio)와 팝스타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를 포함해 1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만 달러는 우리 돈으로 2억 원이 넘는 금액이다. 참고로 베이조스와 함께한 첫 우주여행 티켓은 경매에서 312억 원에 낙찰되었다.
버진 갤럭틱이 공개한 우주선 내부(왼쪽)
‘창백한 푸른 점’ 보러 지구 밖으로
아마존에서 우주여행 티켓을 사고 “우주정거장에서 만나자”고 약속할 날이 머지않았다. 그러나 벌써부터 너무 기대하진 말자.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해 인간의 발자국을 달 표면에 남겼을 때를 떠올려보라. 곧 우주여행이 열릴 것 같았지만 5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여행이 시작되었다. 우주여행이 몇몇 부자가 아닌 일반인에게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다. 우선 우주여행 티켓 가격이 더 내려가야 우주여행의 문이 활짝 열릴 수 있다. 아직은 부자들의 전유물에 가까운 가격이다. 상업화가 가속화되면 안전성에 대한 검증도 더 철저해질 것이다. 타임지를 장식했던 1986년 미국의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Challenger)의 공중 폭발은 아직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 트라우마처럼 각인되어 있다. 이번 우주여행에 브랜슨이나 베이조스가 직접 동행한 것은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안전성을 홍보하려는 의도도 크다.
글 이명현 (과학책방 갈다 대표, 천문학 박사)
사진 셔터스톡, 버진 갤럭틱, 블루 오리진
예약할수있나요?
가고 싶다라는 생각만,,,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