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하게 급여체를 ‘네넵’ 하세요!

급식을 먹는 초등학생들의 줄임말이 ‘급식체’라면, 급여를 받는 직장인들의 은어는 ‘급여체’라 부른다. 회사 내에서 의사소통하는 과정에 자연스레 생겨난 말이다. 뉴노멀 시대에 발맞춰 업그레이드된 ‘급여체’를 탐구해보는 시간. 급여체, 여러분은 과연 어디까지 쓰고 계시나요?

마법의 단어 “네”, 고급 응용 전략

“네”, 간단한 단어이지만 이 말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수많은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넵병’이니 ‘넵무새(넵+앵무새)’니 ‘넵봇(넵+로봇)’이니 하며 비아냥대는 사람도 있지만, ‘네’라는 대답은 직장 생활의 시작이자 기본이다. 상사가 불러도 “네”, 진행 상황 체크에도 “네”, 그러다 보니 “네”의 응용 사례가 이토록 많아진 것도 당연하다. 더구나 코로나 시대, 비대면 일상이 지속되면서 메신저나 메일의 사용량이 훨씬 늘었다. 표정을 알 수 없는 텍스트에서 감정을 읽어낼 방법은 저 수많은 “네”의 안팎을 보는 것이다.

직장인 모드와 찰떡궁합인 “넵”

“네”에 받침을 붙이면 의미가 좀 더 풍부해진다. 흔쾌하게 대답할 때는 주로 ‘ㅂ’ 받침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넵!”이 무난하게 통용되는 이유다. 너무 분위기가 딱딱해진다 싶을 때는 비음을 넣어 “넹”은 어떤가. 하지만 초면이거나 비즈니스 파트너라면 “넹”은 너무 가벼운 느낌을 줄 수도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네넵”이나 “넵넵”, “네네” 등 두 글자를 붙여서 변화를 주어도 어감이 달라진다. 여기에 문장부호가 붙으면 의미가 좀 더 섬세해진다. 의욕에 가득 찬 “넵!”과 한숨 소리가 들릴 듯한 “네…”는 같은 한 글자지만 천지 차이다.

적재적소 물결을 쓸 줄 알아야 진정한 직장인

신입 시절엔 미처 몰랐다. 왜 ‘선배’들이 물결무늬를 애용하는지. 하지만 사회생활 N년차, 이제는 확실히 인정하게 됐다. 물결무늬가 붙는 “네”는 전혀 다른 어감으로 읽힌다는 걸 말이다. “네~”라는 대답을 듣고도 한소리 더 하던 상사의 입장이라면 “네~~~~~~~~~”를 듣는 순간 얼른 멈춰야 한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겠으니 이제 그만!”이라는 말이 이 기나긴 물결무늬에 담겨있다. 여기에 “앗”, “아”등의 감탄사를 붙이면 마치 그 사람의 표정을 보는 듯 생동감이 생긴다. 요즘은 이모티콘이 “네”를 대신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외국어를 한국어처럼

남이 들으면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외국어 단어들. 그러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그 외 다른 표현을 찾기 어려울 정도의 찰떡같은 외국어가 많다. 그 밑에 깔린 의미를 서로 아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중하고 세련된 듯하지만 물밑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는 이 말들은 주로 영어 단어 뒤에 ‘하다’가 붙는 형태를 띠고 있다.

“개런티(Guarantee) 하셨는데요.”는 “확실하게 보장하셨는데요.”라는 뜻. “어레인지(Arrange) 하죠.”는 업무 일정을 조율하자는 의미다. “인발브(Involve) 했다”는 말은 어떤 일에 관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크로스-체크(Cross-Check) 부탁드립니다.”는 같이 잘 확인해서 나중에 딴소리하지 말라는 의미가 숨어있다. “더블체크(Double Check)”와 비슷한 뜻이지만 살짝 어감이 다르다. 단어의 의미 자체보다 동료와 상사가 사용하는 어감을 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공장, 지역마다 의미가 조금씩 다르니 말이다.

이왕이면 단어도 경제적으로

코로나 이전에도 그랬지만, 이제 확실히 말보다 문자가 빨라진 시대다. 말을 줄여서 했는데도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면 효율을 택한다는 느낌이다. 세대별로 다양한 줄임말이 있지만 그중 직장인이 애용하는 줄임말들은 업무 이면의 삶의 애환이 묻어나는 게 특징. 하지만 상사들 중엔 여전히 줄임말을 ‘극혐’(극히 혐오하는)하는 경우도 많으니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편한 동료나 친구와 대화 나눌 때만 소환할 것.

이왕이면 단어도 경제적으로

코로나 이전에도 그랬지만, 이제 확실히 말보다 문자가 빨라진 시대다. 말을 줄여서 했는데도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면 효율을 택한다는 느낌이다. 세대별 다양한 줄임말이 있지만 그중 직장인이 애용하는 줄임말들은 업무 이면의 삶의 애환이 묻어나는 게 특징. 하지만 상사들 중엔 여전히 줄임말을 ‘극혐(극히 혐오하는)’ 하는 경우도 많으니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편한 동료나 친구와 대화 나눌 때만 소환할 것.

재택근무, 새로운 급여체를 불러오다

재택근무는 단순히 일하는 장소의 변화만을 뜻하지 않는다. 또 다른 세상이 열렸다. 재택근무 이전의 생활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신조어들도 당연히 생겨났다.

당신도 ‘작아격리’ 중?

오랜 ‘집콕’ 생활은 체형의 변화까지 불러왔다. 우리는 원치 않게 ‘작아격리’ 상태가 되어버렸다. 재택근무로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살이 쪄 기존에 입던 옷이 작아져 버린 것. 그렇다고 옷 없이 살 수는 없다. 화상회의를 해야 하니 말이다. 그런 직장인을 위한 꼼수가 “어퍼웨어”. ‘허리 위(upper)’와 ‘의복(wear)’의 합성어인 이 단어는, 화상회의 할 때 상의만 신경 쓰는 현상을 뜻한다.

‘작아격리’와 ‘추캉스’를 “네넵!”

“요즘은 어디서 일해?”

“응, 나는 요즘 재텔근무 중이야.”

혹시 오타가 났나 의심하지 마라. 장기간 재택근무가 이어지면서 가족들과 부대끼고 심신이 지친 직장인들이 호텔 방을 잡는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다. 몸은 호텔에 있어도 정신의 대부분은 가장 널리 애용하는 언택트 플랫폼인 줌(Zoom)에 들어가 있기 쉽다. 그런가 하면 한편에선 줌을 통해 불쑥 폭탄을 투여하듯 온라인으로 공격하는 ‘줌바밍(Zoom Bombing, 줌을 이용한 공간에 외부인이 접속해 방해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 늘어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번 여름 휴가철에는 바캉스를 갈 수 있을까? 백신을 맞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아무래도 전망은 어둡다. 그러다 보니 여름은 포기하고 지금부터 ‘추(秋)캉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여름휴가까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가을엔 반드시 휴가를 가보겠다는 의지와 소망을 담아 일단 연차를 미뤄두는 것이다.

새로운 말은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언택트’도 ‘작아격리’도 ‘재텔근무’도 지나가고, 다시 얼굴 보며 일할 날이 오면 언어는 또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많은 말이 사라지겠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 그때도 사람들은 ‘복세편살’을 꿈꾸며, 누군가는 “네넵!”을 외치고 있을 것이다.

글 「쇠부리토크」 편집팀
사진 셔터스톡, 유토이미지

  • tae*** 댓글:

    네넵~~~

    0
  • 한글 화이팅
    대단한 문자입니다.

    0
  • 네넵!!

    0
  • 스마트하게!! 넵^^ 오늘도 으랏차차 힘내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