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史哲鐵(문사철철)
문학, 역사, 철학은 인문학 필수 분야. 현대제철인의 교양과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철로 풀어본 인문학을 연재한다. 이름하여 文史哲鐵(문사철철)!
철로 만든 튼튼한 다리가 놓이면 꿈이 실현된다. 사람과 문화와 경제를 연결하는 세계적인 대교들을 살펴보자.
매일매일 반복되는 업무에 매몰되다 보면 정작 우리가 일을 하면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의 본질을 잊기 쉽다. 사우들이 다양한 업무를 통해 만드는 것은 단순히 ‘철’이라는 물질이 아니다. 철이 재료가 되어 만들어진 배, 건물, 자동차들이 경제적이건 사회적이건 다양한 가치들을 창출해낸다. 결국 그 가치들도 우리가 일을 하며 만들어 낸 가치라고 볼 수 있다.
현대제철의 철이 사용되어 다리가 세워지고, 다리는 새로운 가치를 탄생시킨다. 다리는 사람과 문화와 경제를 연결해 새로운 문명을 만들고, 세계적인 경제 허브를 형성하고, 쇠락한 도시를 되살린다. 건너가고 거쳐 가며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세계의 다리들. 그 중에는 회사가 만든 강재로 건설된 세계적인 대교들도 있다.
구름 위의 작품, 프랑스 ‘미요교’
프랑스 미디 피레네(Midi-Pyrnes) 지역의 타른(Tarn)강에는 ‘미요교(Viaduc de Millau)’가 있다. 툴루즈와 몽펠리에 사이의 타른 협곡을 가로지르는 이 다리는 안개가 낀 날이면 장관을 보여준다. 교각 아래가 안개로 뒤덮이면서 마치 다리가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그림 같은 장면이 연출되는 것이다. 멋진 그림이 그려지는 이유 중 하나는 ‘높이’다. 미요교는 인도의 체납교(Chenab Bridge)와 함께 높게 지어진 교량으로 유명하다. 가장 높은 주탑의 높이는 에펠탑보다 23m나 높은 343m에 이른다. 다리를 짓는 데 쓰인 철재와 콘크리트는 무려 약 29만 톤에 달한다. 미요교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The Pritzker Archtecture Prize)을 수상한 영국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교량 전문 기술자 미셸 비를로죄(Michel Virlogeux)가 공동으로 설계했다.
이 다리는 1987년부터 사전 조사를 시작해 실제로 착공에 들어간 것은 2001년이며 2004년에 비로소 완공됐다. 하나의 작품과도 같은 다리를 남기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이 들어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침체된 도시를 부흥시킨 덴마크 ‘외레순대교’
2000년 7월 1일 개통한 외레순대교(Oresund Bridge)는 국경을 넘은 협력을 성공적으로 일궈낸 다리로 유명하다. 외레순 해협을 사이에 두고 떨어진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의 셸란(Sjælland)섬과 스웨덴의 말뫼(Malmö)를 연결하는 이 다리는 길이 7,845m의 이층 다리다. 1층에는 복선 철로로 열차가 다니고, 2층에는 4차로로 자동차가 달린다. 사장교(斜張橋, 교각 위에 세운 탑에서 비스듬히 드리운 케이블로 주빔(main beam)을 지탱하도록 지은 교량) 구간의 주탑 높이는 204m, 주탑 간 거리는 490m다. 외레순대교를 이루는 구조물의 총 무게는 8만2천여 톤에 달한다.
말뫼는 1970년대까지 스웨덴을 대표하는 공업단지였지만 스웨덴의 조선산업이 기울면서 도시의 미래도 흐려졌다. 말뫼는 이를 극복하고 도시를 부흥시키기 위해 외레순 해협 건너편에 있는 코펜하겐과 협력하기로 했다. 실제로 코펜하겐과 말뫼를 자동차로 30분 거리로 잇는 이 외레순대교가 개통하자, 약 23만 명까지 줄었던 말뫼의 인구는 32만여 명으로 늘어났다. 외레순대교를 통해 노동 인력과 산업이 자유롭게 이동하게 되면서 두 나라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 허브를 만드는 중국 ‘강주아오대교’
2009년 12월 착공해 2018년 10월 개통한 강주아오(港珠澳)대교는 중국 교량 기술의 집약체다. 홍콩, 마카오, 중국 광둥성을 연결하는 길이 55km의 이 다리는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 대교다. 다리, 인공섬, 해저 터널을 망라하는 인프라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6.7km에 이르는 해저 터널 양단에는 인공섬을 만들었다. 중국은 이 강주아오대교를 통해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 경제를 하나로 묶어 2030년까지 세계 최대의 경제 허브(hub)로 키우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첨단 기술도시인 선전, 국제 금융 중심인 홍콩, 카지노로 유명한 마카오를 결합해 세계적인 경제권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광둥성의 주하이에서 홍콩까지 자동차로 걸리는 시간이 3시간에서 30분으로 줄어들면서 강주아오대교 개통 이후 중국인들의 홍콩 유입이 늘어났다. 중국은 강주아오대교 개통으로 주변 지역을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키우겠다는 꿈에 한발 한발 다가서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보스포러스교’
터키에서 가장 큰 도시인 이스탄불에 흐르는 보스포러스 해협은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중요한 수로다. 때문에 ‘보스포러스 제3교’가 세워지기 전에도 이 해협에는 2개의 다리가 있었다. 영국과 독일의 건설사가 지은 제1교, 이탈리아와 일본의 건설사가 지은 제2교. 그러나 이 두 다리로는 다 해결하지 못하는 교통 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제3교가 지어졌다.
육지 사이의 거리가 가장 먼 곳에 건설된 제3교는 3개의 다리 중 가장 웅장하다. 기존의 제1·2교보다 중앙 경간(주탑 사이의 거리)이 1.4배 넓고, 주탑 높이는 2배가 넘는다. 총 길이는 2,164m에 달하며 왕복 8차선 도로와 복선 철도가 있다. 해협 구간인 중앙 경간은 1,408m다. 사장교 기준으로 보스포러스 제3교는 중앙 경간이 세계에서 가장 긴 교량이며, 현존하는 현수교 기준으로는 세계 4위다.
보스포러스 제3교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것은 웅장한 규모뿐만 아니라 진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장교와 현수교 복합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총 길이 2,164m, 중앙 경간 1,408m, 교폭 58.5m에 달하는 이 교량 위로 왕복 8차로 도로와 복선 철로가 놓이기 때문에 현수교 방식으로만 지을 경우, 교량이 많이 흔들려 기차가 지나가지 못한다. 이런 문제를 사장교 방식을 적용해 극복한 것이다.
대형 교량 건설에는 후판이 사용된다. 회사는 보스포러스 제3교 상판 건설을 위해 총 5만t 이상의 후판을 공급했다. 특히 이 다리에 공급한 유럽 규격의 고성능 후판 S460ML 강종은 TMCP 공법(온도제어 압연 기술)을 통해 영하 50℃의 극한 환경에서도 높은 강도와 용접성능을 유지하는 우수한 가공성을 지녔다. 특히 이 고성능 후판은 후판 개발에 나선지 1년만에 기술 수출에 성공한 국내 최초의 대량 수출 사례로 꼽힌다.
한국의 자랑, 부산의 명소 ‘광안대교’
부산광역시의 수영구와 해운대구를 연결하는 광안대교는 먼저 화려한 모습으로 눈을 사로잡는다. 외부에는 10만 가지 이상의 색상을 연출할 수 있는 경관 조명을 설치해 시간과 요일, 계절에 따라 각기 다른 화려한 야경을 만든다. 가을마다 부산 광안리에서 열리는 ‘부산불꽃축제’에서는 조명으로 만든 나이아가라 폭포쇼까지 보여준다. 대교의 상층부에는 오륙도, 황령산, 동백섬과 달맞이 언덕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를 갖추고 있다. 드라이브 코스로도 사랑받는다.
광안대교는 화려한 외관만큼 내실도 튼튼하다. 후판 약 14만 톤, 열연강판 3,500t, 현수교 케이블에 선재 4,300t 등 모두 14만4,800여t의 강재를 사용해 본격적인 강교량시대를 연 다리로 평가받는다. 리히터 규모 6의 지진에도 견디는 내진 1등급 설계를 적용하고, 평균 초속 45m의 태풍과 높이 7m의 파도에도 견딜 수 있도록 건설된 광안대교는 대한민국 최대의 해상 복층 교량으로 자부심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강관말뚝은 강관의 내부에 콘크리트를 채우거나 강관 자체만으로 하중을 지지하게 한 말뚝이다. 회사가 제작한 강관말뚝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이 아름다운 다리를 오늘도 든든히 지지하고 있다.
글_「쇠부리토크」 편집팀
다리하면 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