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우리 곁에 다가온 ‘드라이브 스루’ 문화는 알고 보면 이렇게 역사도 깊고,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활성화되며 우리 생활에 큰 변화가 생겼다. 그중 하나가 바로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다. 드라이브 스루는 차에 탄 채로 다양한 서비스를 받는 것을 말한다. 맥도날드의 ‘맥드라이브’를 생각하면 금세 이해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패스트푸드점과 커피숍을 중심으로 제공되던 이 드라이브 스루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선별진료소에서 받는 ‘드라이브 스루 검진’으로 이어졌다. 드라이브 스루는 지금처럼 바이러스 감염증이 유행할 때 사람들과의 대면을 줄이는 방법으로도 사용하지만, 날씨나 외부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또 다른 장점도 있다. 빠르고 편리한 이 드라이빙 스루 서비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10분이면 끝나는 코로나19 검사,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은 세계 최초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만들었다. 코로나19 의심 환자는 자신의 차량에서 내리지 않고 차 안에서 모든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문진표 작성부터 진료, 검체 채취까지 가능하다. 일반 선별진료소는 검사 시간이 30분까지 걸리고, 줄을 서면서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검사 시간이 10분 안팎으로 짧고, 의료진과 환자 간 접촉도 최소화해 감염 가능성이 낮아졌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검사를 제안한 것은 코로나19 국내 1번 확진자의 주치의인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김진용 과장이다. 이후 칠곡 경북대병원이 검사를 시작했다. 현재 전국에서 70여 곳 이상의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가 운영 중이다. 드라이브 스루 진료는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사태에 얼마나 현명하게 대처하는지를 보여주는 자랑거리가 됐다.
2. 신선한 회를 차에서 산다, 드라이브 스루 농수산물 판매
드라이브 스루는 농수산물 판매에도 도입됐다.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농어민을 위해 국내 지자체가 판매 방식을 달리한 것이다. 소비자는 차에 탄 채 간단히 결제만 하면 판매자가 제품을 차에 실어준다. 포항에서 활어회와 새송이버섯, 시금치 등을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판매하며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도입 당시, 상품이 불과 몇 시간 만에 다 팔릴 만큼 인기를 끌었다. 소비자는 감염 우려 없이 저렴하게 농산물을 살 수 있고 농가는 매출을 유지할 수 있으니, 좋지 아니한가?
3. 예약하고 쓱 받아 가는 책, 드라이브 스루 도서관
최대한 ‘방콕’해야 하는 요즘, 가장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은 독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모이는 도서관은 감염 우려 때문에 임시 휴관에 돌입했다. 휴관 기간이 길어지자 많은 도서관이 ‘북 드라이브 스루’를 시작했다. 덕분에 집에서 예약하고 도서관 주차장의 임시대여소를 방문하면 책을 바로 받을 수 있다. 반납할 때는 무인 반납기를 이용하면 된다.
포항시립도서관은 인터넷에서 대출을 신청하고 도서관에서 바로 수령하는 이 드라이브 스루 대출 서비스를 3월 12일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시작했다. 시행 첫날 200여 명, 500여 권의 신청이 들어오고, 다음날에는 400여 명의 시민이 1,200여 권의 자료를 신청하며 인기를 끌었다. 답답한 주말,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4. 스몰 웨딩을 넘어 드라이브 스루 웨딩
미국 라스베이거스에는 ‘드라이브 스루 웨딩’도 가능하다. 신랑 신부가 차를 타고 결혼 증명 사무소를 방문하면 바로 결혼을 할 수 있다. 이 드라이브 스루 웨딩은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편하게 결혼식을 올리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형식적인 결혼식을 지양하는 젊은 커플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천안컨벤션 웨딩홀에서는 조금 다른 형태의 드라이빙 스루 웨딩을 시행한다. 800대 규모의 주차장에서 자동차 극장처럼 온라인으로 결혼식을 중계하며, 식사는 도시락으로 제공된다. 식사할 때는 신랑 신부가 하객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나눈다. 축하하는 마음은 그대로, 결혼 과정은 한층 간편해졌다.
5. 빵빵! 조문하러 왔습니다, 드라이브 스루 장례식
미국 로스앤젤레스 컴프턴의 아담스 장례식장에서는 ‘드라이브 스루 장례식’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담스 장례식장에서는 갱단의 다툼이 잦아 장례식이 엉망이 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조문객들의 안전을 위해 고안된 방법이라고 한다. 조문객은 차에서 내릴 필요 없이 차에 앉은 채로 조문을 하면 된다. 일본 나가노에 있는 우에다 미나미 아이쇼덴 장례식장에서도 2017년부터 드라이브 스루 장례식을 진행해왔다. 거동이 힘든 사람들이나 바쁜 일정을 쪼개 잠깐 고인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다.
6. 차에서 은행 업무를, 드라이브 스루 은행
최초의 드라이브 스루 패스트푸드 매장은 어디일까? 1947년 미국 미주리주 스프링필드의 고속도로에 처음 생긴 ‘레드 자이언트 햄버거’가 그 영광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한 업종은 금융업이다. 미국의 기술 전문잡지인 <파퓰러 메카닉스>에 의하면 이미 1930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그랜드 내셔널 은행을 시작으로 드라이브 스루 형태의 은행 지점이 등장했다고 한다. 그때는 범죄를 막기 위해 입금만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세계 곳곳에서 드라이브 스루 은행 영업점을 만날 수 있다. 신선한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유명한 일본의 오가키쿄리츠은행은 2000년에 일본 최초의 ‘드라이브 스루 ATM’을 개설했다. ATM 기기가 자동차 정차 위치, 운전석 높이에 자동으로 맞춰져서 무척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드라이브 스루의 미래는?
이 밖에도 코로나19로 인해 장난감 대여, 꽃놀이 등에도 드라이브 스루가 도입되고 있다. 땅이 넓고 자동차 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 먼저 자리 잡은 드라이브 스루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의 삶에도 급속도로 들어오고 있는 것.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잠잠해지고 난 후에도 이렇게 변화된 우리의 생활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현대인의 바쁜 일상 속에 시간을 절약하고 편리함을 추구하며 사람과 접촉하지 않고도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장점이 있는 드라이브 스루. 코로나19는 물러가지만 드라이브 스루 문화는 여전히 우리 생활에 남아 우리의 삶을 더욱 빠르고 편리하게 이어가게 되지 않을까?
스벅 드라이브스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