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미친다
포항공장 봉강제강부 박재호 사우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해야 이기는 격렬한 격투기, 주짓수의 매력에 푹 빠진 남자. 포항공장 봉강제강부 박재호 사우를 만났다.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해야 이기는 격렬한 격투기, 주짓수의 매력에 푹 빠진 남자. 포항공장 봉강제강부 박재호 사우를 만났다.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해야 이기는 격렬한 격투기, 주짓수의 매력에 푹 빠진 남자. 포항공장 봉강제강부 박재호 사우를 만났다.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부는 저녁. 포항의 한 주짓수 체육관은 한여름보다 더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다. 중학생부터 30대~40대 성인까지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이 하얀 도복을 입은 채 수련에 매진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박재호 사우의 첫인상은 제철소에서 땀 흘리는 사우보다는 TV 속 격투기 선수의 모습에 더 가깝다. 시작한 지 이제 겨우 3년 남짓. 하지만 박재호 사우는 ‘주짓수에 미쳤다’고 주저 없이 말할 만큼 그 매력에 푹 빠져있다.

Q.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포항공장 봉강제강부 80톤 전기로에서 조작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군복무를 마치고 2011년에 입사했으니 내년이면 어느덧 입사 10년 차에 접어듭니다.

Q. 주짓수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2017년 초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겨우 3년 차예요. 사실 2012년에 주짓수를 접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는 지금처럼 재미를 붙이지 못했죠. 국내에 저변이 넓지 않다 보니 못하는 사람들끼리 힘 겨루는 수준밖에 안 되더라고요.(웃음) 그러다 3년 전 우연히 다시 시작하게 되었는데 옛날하고는 비교할 수 없이 인프라가 확대되고 실력자도 많아지면서 재미를 붙이게 되었어요.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해야 이기는 격렬한 격투기, 주짓수의 매력에 푹 빠진 남자. 포항공장 봉강제강부 박재호 사우를 만났다.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해야 이기는 격렬한 격투기, 주짓수의 매력에 푹 빠진 남자. 포항공장 봉강제강부 박재호 사우를 만났다.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해야 이기는 격렬한 격투기, 주짓수의 매력에 푹 빠진 남자. 포항공장 봉강제강부 박재호 사우를 만났다.

박재호 사우는 ‘주짓수에 미쳤다’고 주저 없이 말할 만큼 그 매력에 푹 빠져있다.

Q. 원래부터 운동을 좋아했나요? 다른 운동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네. 원래부터 좋아했습니다. 제가 중학생 때 유승준, 김종국 같은 ‘근육맨’이 인기를 얻었는데 그게 멋있어 보여서 집에서 아령을 들거나 팔굽혀펴기 등의 맨몸 운동을 주로 했습니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보디빌딩을 하면서 시합에 나가 ‘미스터 경북’에 뽑히기도 했습니다.

Q. 주짓수의 어떤 점에 푹 빠졌나요?

주짓수는 운동량이 엄청나서 체력을 키워주는 것도 좋고, 낯가림이 심한 내성적인 사람은 성격이 바뀌기도 해요. 저도 그랬거든요. 그리고 주짓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스파링 파트너와 함께 해야 합니다. 함께 땀 흘리며 연습하다 보면 처음 만난 사람하고도 금세 가까워지곤 하죠.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해야 이기는 격렬한 격투기, 주짓수의 매력에 푹 빠진 남자. 포항공장 봉강제강부 박재호 사우를 만났다.

첫 대회에서는 1회전에서 탈락했지만 꾸준히 대회에 출전해 지금까지 11개 메달을 땄다.

Q. 프로레슬러처럼 귀가 납작해져 있어요.

취미로 하는 제가 프로로 활동하는 분들을 따라갈 수는 없죠. 초창기에 주짓수에 너무 빠져서 몰두하다 보니 어느새 귀가 이렇게 되어 버렸어요. 갑자기 귀에 물집이 생기면서 계속 붓고 가라앉기를 반복하더니 이렇게 되더라고요. 초창기에는 엄청 아팠죠. 지금은 돌처럼 딱딱해져서 괜찮습니다.

Q. 메달이 아주 많습니다. 수상 경력이 화려하시네요.

주짓수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대구오픈 주짓수 챔피언십’이라는 아마추어 대회에 마이너스 76kg으로 출전했어요. 그런데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그랬는지 첫판에 지고 말았습니다. 다시는 안 나가려고 했지요(웃음). 그런데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자신감도 붙고 시합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는 겁니다. 결국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하면서 메달을 따기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약 9개 대회에 참가해서 총 11개 메달을 땄습니다. 금메달이 8개고요. 운이 좋았어요. 아마추어 대회는 체급별뿐만 아니라 여자부, 남자부, 중등부, 고등부까지 촘촘히 나뉘어 있어서 대회 수보다 메달 수가 더 많습니다.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해야 이기는 격렬한 격투기, 주짓수의 매력에 푹 빠진 남자. 포항공장 봉강제강부 박재호 사우를 만났다.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해야 이기는 격렬한 격투기, 주짓수의 매력에 푹 빠진 남자. 포항공장 봉강제강부 박재호 사우를 만났다.

“주짓수를 시작하고 체력과 정신력이 좋아져 밝고 긍정적으로 회사 일을 하게 되었어요.”

Q. 4조 3교대로 근무하는 만큼 매일 운동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일주일에 몇 번 정도 체육관에 나오나요?

아침반 근무일 때는 퇴근하고 오고, 야간반 때는 운동하고 출근하지요. 대략 한 달에 10번에서 12번 정도 와요. 한번 오면 3시간 정도 운동합니다.

Q. 회사 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그럼요, 당연합니다. 체력과 정신력이 좋아지니까요. 일하다 보면 장시간 서 있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쑤시고 전신이 뻐근해지는데 주짓수를 하고 나서 그런 고충들이 사라졌어요. 어떤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여기서 스파링하면서 땀 흘리고 웃고 나면 다 해소됩니다. 훨씬 밝고 긍정적으로 회사 일을 하게 되었어요.

Q. 사내에 주짓수 동호회를 만들어볼 생각은 없나요?

사실은 한번 만들었다 망했어요.(웃음) 아무래도 매우 격한 운동이다 보니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이 되고, 특히 나이가 있는 분들이 힘들어하셔서 제약이 많더라고요.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해야 이기는 격렬한 격투기, 주짓수의 매력에 푹 빠진 남자. 포항공장 봉강제강부 박재호 사우를 만났다.

나이가 들면 주짓수로 ‘재능기부’를 하는 것이 박재호 사우의 꿈이다.

Q. 그래도 박재호 사우를 보고 주짓수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우들이 생길 것 같아요. 그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더 늦기 전에 체육관 가세요!’(웃음) 지금 포항만 해도 주짓수 체육관이 아주 많이 생겨났습니다. 체육관 문은 언제나 열려 있으니 한시라도 빨리 문을 두드리세요. 주짓수는 격렬하지만 숨쉬기 운동만 했던 사람도 바로 시작할 수 있어요. 체육관에서 기본 동작, 기초 체력 단련부터 할 수 있거든요.

Q. 격렬한 운동이라 언제까지 주짓수를 하게 될지 모른다고 하셨는데요, 앞으로의 꿈이 있나요?

태권도처럼 띠 색깔로 구분할 때 저는 지금 파란색 띠로 3단계 정도 됩니다. 언젠가 최고 등급인 검은 띠에 오르고 나이가 들어 격렬한 운동을 하기 힘들어지면 지역 아이들을 위한 ‘재능기부’를 하고 싶어요. 초등학교나 동네 아파트의 조그만 공간이라도 있으면 소박하게 주짓수를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집에서부터 시작하고 싶은데, 일단 아내랑 5살 딸아이는 배울 생각이 없답니다. 힘들다고 혼나기만 했어요.(웃음)

「쇠부리토크」 편집팀
사진 김대진(지니 에이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