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현대차시리즈 2019
: 박찬경 <모임, Gathering>

MMCA-현대차시리즈 2019 : 박찬경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여러분들의 맘속엔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함께해 줄 연인, 소원을 빌어보게 되는 첫눈, 설레는 크리스마스 캐롤 등 다양한 이미지들이 각자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을 것입니다. 저에게는 특별히 이 맘 때쯤 되면 항상 기다려지는 미술 전시가 있는데 바로 <MMCA-현대차시리즈>입니다.

아마도 사우분들은 언론이나 그룹방송에서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텐데요, <MMCA-현대차시리즈>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고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10년간의 장기 프로젝트로 2014년부터 안규철, 김수자, 최정화 등 매년 1명의 국내 중진작가의 대규모 신작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MMCA-현대차시리즈 2019 : 박찬경

올해는 박찬욱 영화감독의 동생인 박찬경 작가가 <MMCA-현대차시리즈>의 여섯번째 작가로 선정돼 <모임, Gathering>이라는 전시를 들고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사실 기존 작가들에 비해 많이 어렵다는 평이 있습니다. 박찬경 작가는 분단, 냉전, 민간신앙, 동아시아의 근대성을 주제로 활동을 해왔고 이번에도 역시 현대사회의 재난과 현대미술에 관한 모호한 메세지를 쉴 새 없이 던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시는 전체적으로 액자식 구성을 가지고 있으며 전시장 입구 쪽에 설치된 ‘작은 미술관’이 이번 전시의 액자 역할을 합니다. 전시장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뚫려 있는 벽은 이러한 액자식 구성을 환기시키고 그 안에 이번 전시의 대표작 ‘늦게 온 보살’을 비롯해 ‘후쿠시마 오토래디오그래피’ ‘맨발’ ‘제5전시실’ 등 현대 사회의 재난과 구원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총 9점의 작품이 파편처럼 자리하고 있습니다.

MMCA-현대차시리즈 2019 : 박찬경

<작은 미술관, 2019, 설치>

MMCA-현대차시리즈 2019 : 박찬경

<늦게 온 보살, 2019, 영상>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근대성의 필연적 결과인 재난에 대한 반성과 이 과정에서 미술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세월호 이후 우리에게 바다는 어떤 것인가?” “보이지 않는 방사능을 어떻게 재현할 수 있을까?” “현대미술관은 누가 어디에 왜 만들었을까?” 등 작품들이 제시하는 질문들을 따라 가다 보면 이를 품고 있는 미술관의 의미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이번 전시의 메인 포스터를 차지하고 있는 산신당이 한국에 미술관이 생기기 전 그림과 조각들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었고 개인(俗)과 공동체(聖)를 결속하는 중요한 매개였다는 점이 작가의 메시지를 이해하는 작은 단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날 미술관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기능에서 많이 멀어져 있습니다. 오히려 은밀하게 감추어져 있는 사회적 문제를 폭로하고 우리에게 이대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날카롭게 던지는 데에 희열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찬경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지금, 송성진 작가의 ‘1평 조차’, 김순기 작가의 시를 읽는 로봇 ‘심심바보 영희’, 2019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이주요 작가의 ‘러브 유어 디포(Love Your Depot)’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반성적 시각들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들을 다양하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추운 겨울이지만 작가들의 자기 고민과 반성을 엿보고 나면 어느새 뜨거워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실 수 있으리라 확신하며 주말을 이용해 미술관을 방문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더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정: 2019년 10월 26일~2020년 2월 23일
공연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관람권: 4000원
홈페이지: https://www.mmca.go.kr/main.do

이원상 사우(CSR추진팀)
안녕하세요. 저는 본사 CSR추진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원상입니다.
평소 미술 보는 것을 좋아해서 자주 미술관을 다녔는데 그 관심이 커져서 2년전부터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말에 전시 해설을 하고 있습니다. 미술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가지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미술작품에 눈에 보이는 않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사우 여러분과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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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
  1. min*** 댓글:

    미술은 항상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글을 읽고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주말에 가봐야겠네요~

  2. koa*** 댓글:

    모르고 봤다면 그냥 평범한 그림, 사진으로 지나쳤을 작품들인데, 사우님의 설명으로 색다른 시각에서, 함축된 사회적 의미를 고찰하며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미술작품 역시 아는 만큼 그 의미와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사우님의 글로 아름다움을 넘어선 인사이트를 얻어가고 싶네요. 다음 글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