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치유 전문가, 명상과 요가 강사, 화가, 작가, 그리고 배우. 문숙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여러 일들이 나열된다. 중요한 것은 앞에 나열한 다채로운 일들이 역경을 극복한 불굴의 의지이기 보다는 자연적인 삶을 추구하는 철학과 태도의 자연스런 결과물이라는 사실이다. 자연 속에서 정신을 치유하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이어 나가는 삶의 태도는 어떤 것일까. 문숙을 쇠부리토크 멘토 인터뷰에 초대해 작은 삶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문숙이 돌아온 것은 5년 전이었다. 미국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온 화가, 명상과 요가로 심신을 수련하는 자연인, 그리고 전문교육을 통해 자연치유와 자연식을 전파하는 전문가로서 그는 다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20대 초반의 화려했던 배우가 40년 만에 되돌아왔을 때 사람들이 주목한 것은 그가 과거의 스타여서가 아니라 그가 견지하는 삶의 태도 때문이었다.
염색하지 않는 머리칼, 결코 꾸미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맵시와 옷차림, 나이 듦을 신비롭게 대하는 태도, 그리고 다시 스크린이나 카메라 앞에 서서 전혀 다른 이미지를 연출해 내는 매력까지. 그의 모습은 지금까지 보아 왔던 중년의 모습과는 다른 것이었다. 스스로 그러하도록(自然) 두는 태도.
문숙은 자연에 순응하는 삶의 이치를 깨달으며 하나씩 실천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가 최근에 출간한 에세이 <위대한 일은 없다>와 엽서 모음집 <위대한 사랑이 있을 뿐>은 자연에 순응하는 삶에 대한 문숙의 경험과 생각들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몸의 변화를 겸손하게 그리고 신비롭게 받아들이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나를 돌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에 대한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우리에게 굉장히 필요합니다.”
Q. 근황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온갖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요가와 명상을 가르치고 있고, 강연도 하고 영화와 드라마에 간혹 출연하면서 최근에는 화보와 광고를 찍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두 권의 책을 동시에 출간하기도 했고요.
Q. 하는 일이 많으신데 어떤 하나가 내 옷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떤 하나를 내 옷이라고 생각하면 그 생각에 갇혀 버릴 수 있잖아요. ‘나는 이런 사람이야’ 라고 단정하지 않고 그냥 백지 상태의 나 자신으로 생각할 때 모든 일이 가능해지고 상상 못 했던 길이 열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어차피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를 받아들이면 가장 낮은 발판이 되어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고 실수를 용납하는 아량이 생기고 점점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체험으로 얻은 지혜가 있다면 그것입니다.
Q. 최근 내신 책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에세이 <위대한 일은 없다>와 엽서 모음집 <위대한 사랑이 있을 뿐> 두 권을 냈습니다. 그동안 굉장히 열심히 살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외국 생활 오래 하면서 적응하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아이들을 키웠죠. 그때는 열심히 한 이유가 뭔가 위대한 일을 해보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어느 날 위대한 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고 조그만 일들을 구체적으로 해나가는 것만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심지어 위대한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삶의 소중한 순간을 얼마나 놓치고 있었는가 하는 후회도 있었고요. 그런 깨달음과 삶의 태도에 대해 제 경험과 생각을 글로 표현한 책과 그림을 각각 묶었습니다.
Q. 자연치유와 자연식이 왜 중요한가요? 자연치유는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요?
우리 몸이야말로 자연의 결정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인위적인 공간에 살아도 스스로 몸을 들여다보고 몸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위적이거나 자극적인 것에 몸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깨끗하게 조금 모자라게 심신을 유지하는 일이 그러한데요. 먹는 것도 자연적인 것 중에서 깨끗하게 정제된 것을 먹으려고 노력하고 세월에 따른 몸의 변화를 거스르려 하지 않고 신비롭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바로 자연치유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Q. 최근 몸이 인문학의 화두인데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몸의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람에게 몸은 삶의 전부죠. 몸이 없으면 삶도, 죽음도, 두려움, 행복도 아무것도 없어요. 몸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몸은 태어나서부터 돌려줘야 하는 날이 정해져 있잖아요. 그걸 알아차리고 인식해야 무리가 없습니다. 우리가 영원히 살 사람처럼 행동하면 몸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몸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변화하는 것 자체의 아름다움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우리 몸을 효율적으로 쓰다가 지구에 돌려줄 수 있어요.
Q. 나이 들수록 몸을 위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굉장히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파본 사람들이 삶의 고마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처럼 나이를 먹으며 지혜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나이를 먹으면서 해야 할 일은 자신을 내려놓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지혜가 황금빛을 띄우며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몸이 쇠퇴하는 것을 겸손하게 받아들이면서 대신 즐거운 마음으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움직이며 나를 돌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에 대한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Q. 40년 만의 영화 출연 등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는데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세요?
두려움은 살아 있는 한 늘 존재하는 마음속의 현상입니다. 그러니까 두려움을 하나의 현상으로 인정하기만 하면 되지 특별히 싸우고 극복할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시도 역시 “도전해봐야지”가 아니라 “내가 모르니까 해보는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렇게 접근해요. 지하철에 타기 위해서는 계단부터 내려가야 하는 것처럼, 모르면 어디서부터 해야 하는지 물어보고 숨부터 한 번 쉬어 보고 손가락 한 번 대보며 해보는 거죠. 못하면 그때 인정하면 되고 두려움이 떠오르면 가만히 인지하면 되고요. 파도가 올 때 두려워서 아무것도 안 하면 물만 먹게 되지만 타보겠다고 하면 잔파도부터 차근차근 탈 수 있잖아요. 제가 40년 만에 연기를 다시 하는데 어떻게 잘하는 걸 기대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해보는 거죠. 시키는 대로 하고 손 달라면 주고 뛰라면 발을 내딛고 하면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위대한 일은 없다>는 작은 것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삶의 태도를 담은 책입니다. 일상의 가치에 대해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 듯합니다.
사실 우리에게는 다 작은 일뿐이죠. 아침에 일어나면 이를 잘 닦아야 해요. 치아가 잘못되면 여간 힘들고 불편한 게 아니잖아요. 그릇 잘 닦아 밥을 담아 데지 않게 후후 불면서 먹어야 하고 교통수단을 잘 이용해 회사를 가야죠. 인사도 잘해야 하고 제대로 앉아 하나둘씩 살피며 일합니다. 모두 작은 일의 연속이에요. 큰 일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는데 우리가 만든 상상일 뿐이죠. 그걸 깨닫고 작은 일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일을 했느냐고 하죠. 작은 일에 위대한 사랑을 더해 성실히 하면 어느 날 잘해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니 잘하든 못하든 즐겁게 재미를 놓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살아요. 그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Q. 사우들도 요가에 관심이 많습니다. 초심자들이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요?
요가를 어려운 동작으로 몸에 고통을 주는 행위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아요. 저는 모든 사람은 사는 동안 ‘요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을 조금씩 밀고 나아가고 싶은 게 우리의 마음이죠. 그런 면에서 요가를 하는 것과 사람들과 술을 마시는 행위가 다르지 않아요. 삶이란 자신의 영역을 조금씩 넓히려는 노력이니까요. 요가는 우리 마음의 영역을 밀어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내면의 체험을 통해 더 행복해지고 평안함을 느끼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약간의 신체적 자극을 통해 마음을 집중하는 능력을 길러 변화를 감지하고 나를 조금 더 넓고 평화롭고 자연스러운 경지에 이르게 하는 것이죠. 나를 가로막고 있는 것을 밀어내면서 마음을 열고 자신에게 자유를 주는 행위입니다. 그런 식으로 나의 영역을 넓혀가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하길 바랍니다.
Q. 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인데요. 사우들에게 조언을 한 말씀 부탁드리면?
우리는 일부러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꼭 결심하지 않아도 이미 살고 있습니다. 살아 있으니 가만히 살면 되는 것이죠. 자연의 뜻처럼 스스로 그러하게 두면 됩니다. 우리는 이미 자연의 변화 안에 들어 있는 존재이니까요. 우리가 잘 살겠다고 해서 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오히려 그런 강박 때문에 고통스럽고 병이 생길 수도 있어요. 우리는 욕망으로 사는 게 아니라 환경에 맞게 살만하니까 살아가는 것입니다. 꽃을 생각하면 꽃은 피지 않아요. 꽃을 피우기 위해서 생각할 건 퇴비와 흙, 즉 자연의 순환이죠. 사람으로 치면 어떻게 걷고 먹고 움직일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것만 하면 꽃은 알아서 핍니다. 꽃이 위대한 것이라면 흙만 잘 밟고 다니면 되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쇠부리토크」 편집팀
영상 제작 ATO STUDIO 임상현
사진 촬영 Lad스튜디오 김태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