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레드앤젤스가 대기록을 세웠다. 여자축구 WK리그 통합 7연패!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 되어 위업을 달성한 열정과 노력에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보름달이 유난히 선명했던 11월 11일 밤, 인천 남동경기장 앞으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에 몸을 움츠리면서도 붉은 막대풍선을 두 손에 든 이들의 표정은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여자축구 WK리그 사상 최초 7연패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목전에 둔 챔피언 결정전. 회사는 푸짐한 이벤트로 객석을 채운 응원단의 기대에 답했다. 챔피언결정전 당일인 빼빼로데이를 맞아 모든 입장객에게 빼빼로와 추위를 막아주는 담요, 핫팩을 증정했으며 푸드트럭에서는 떡볶이와 소떡소떡 등 경기 관람 내내 즐길 간식도 무료로 제공했다.
곧 펼쳐질 역사적인 승부에 대한 기대감과 긴장감이 맴돌던 경기장에 LK 치어리더팀의 일사불란한 동작과 함께 레드엔젤스의 응원 구호가 울려 퍼졌다. ‘와’ 함성소리와 함께 뜨거운 에너지가 관중석으로 퍼져나갔다.
승리를 위해 열띤 응원을 펼치는 레드엔젤스 서포터즈와 LK 치어리더팀.
7연패를 향한 붉은 천사들의 질주
2013년 이후 변함없이 여자축구 WK리그의 왕좌를 차지해온 현대제철 레드엔젤스는 정성천 감독이 챔피언결정전 일주일 전에 취임해 정상적인 컨디션은 아니었다. 통합 7연패를 위해 넘어야 할 마지막 산인 수원도시공사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이번 정규 리그 내내 최소 실점을 기록하며 탄탄한 수비를 자랑했고 11월 7일 열린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도 무승부를 거둬 레드엔젤스를 바짝 추격해왔다. 반드시 우승해 7연패를 이룩하겠다는 현대제철 레드엔젤스와 2010년 우승의 영광을 되찾아오겠다는 수원도시공사. 그라운드는 두 팀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콜린 벨 대한민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도 이날 경기를 참관하며 레드엔젤스의 활약을 눈여겨보았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격려를 받으며 양 팀 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했다. 전반전 초반부터 수원도시공사는 전원이 총력을 다해 레드엔젤스 공격수들의 발을 묶었다. 장슬기와 따이스가 측면, 비야가 중앙을 맡아 수원도시공사의 골문을 공략했지만 전반전 내내 두터운 수비진을 뚫진 못했다. 오히려 전반 18분, 수원도시공사 이현영이 레드엔젤스의 골문을 두드리는 중거리 슛을 날렸다. 다행히도 슈퍼세이브! 아찔한 위기를 골키퍼 김민정이 잘 막아냈다. 챔피언결정전답게 치열한 공방을 펼친 두 팀은 결국 전반전에서는 점수를 내지 못했다.
‘통합 리그 7연패’ 위업을 이루다
팽팽한 균형은 양 팀 모두 공격의 수위를 높인 후반에 깨졌다. 후반 16분 레드엔젤스의 미드필더 이소담이 정설빈으로 교체되면서 선제골을 넣기 위한 공격이 더 활기를 띄었다. 후반 27분, 드디어 레드엔젤스의 첫 골이 터졌다. 수원도시공사의 태클을 피한 비야가 오른쪽 측면을 허물고 센터링한 공을 따이스가 골문으로 돌진하며 그대로 마무리 지었다. ‘브라질 듀오’의 환상적인 플레이가 골망을 흔들었고 관중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지난 1차전부터 이어진 침묵을 깨는 천금 같은 골. 리드를 잡은 레드엔젤스는 끝까지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추가 시간이 7분 더해졌지만 레드엔젤스는 실점을 막고 첫 골을 결승 골로 만들었다. 여자축구 WK리그 사상 최초로 ‘통합 리그 7연패’라는 위업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이날의 MVP인 ‘퀸 오브 더 매치’의 영광은 결승 골을 넣은 따이스에게 돌아갔다.
이로써 현대제철 레드엔젤스는 명실상부 국내 최강의 팀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특히 이번 경기 우승까지 단 한 번도 패배한 적 없이 일궈낸 우승이라 더욱 특별했다. 2019년 정규 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더해 ‘30전 무패’라는 쾌거를 이루며 ‘무적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주장 정설빈 선수는 기자회견에서 “어려운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이겨내는 것이 강팀의 자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나로 뭉쳐 위기를 극복하고 기록을 세우다
‘한 시즌 전 경기 무패’ ‘7연패’라는 진귀한 기록보다 더욱 값진 것은 이처럼 위기의 순간을 선수들이 서로 똘똘 뭉쳐 이겨내고 훌륭한 성과를 일구었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해가 갈수록 불가능해 보이는 기록을 하나씩 경신하고 있는 인천현대제철 레드엔젤스. 앞으로도 계속될 이들의 도전을 응원하며 현대제철과 여자축구 WK리그의 더욱 빛나는 내일을 기대해본다.
여자축구 WK리그 ‘통합 리그 7연패’ 소감이 궁금합니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우승의 모든 공은 레드엔젤스 선수들의 것입니다. 우리 선수들을 믿었는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좋은 플레이를 펼쳐줘서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 팀을 어떻게 꾸려나가실 예정인가요?
“어깨가 무겁습니다. 감독은 우승을 해도 하지 않아도 고민하게 되는 자리예요. 2020년을 새로 시작하는 해로 삼아 사우 여러분과 여자축구 팬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7연패를 위해 어떤 마음으로 경기에 어떻게 임했나요?
“어려운 시기가 많았던 올해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무거웠지만 혼자 끌고 가기보다 팀 전체가 모두 리더가 돼서 서로 대화를 나누려고 했습니다. 덕분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레드엔젤스를 응원해준 사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올해 우리 현대제철도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낸 걸로 아는데 사우 여러분에게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기분 좋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저희를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힘들 때마다 그런 응원소리를 들으면 조금이라도 더 해야지 하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하고 더 좋은 축구를 보여드리는 게 사우들에게 드릴 수 있는 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2019 퀸 오브 더 매치(Queen of the Match)에 오른 소감은?
“지난 7년간 가족처럼 서로 의지하고 아껴주었던 동료들 덕분입니다. 7번째 별을 단 지금도 첫 번째 우승했을 때와 기분은 똑같아요. 8연패, 9연패, 10연패까지 결코 만족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