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쇳물만큼 높은 자부심으로
당진제철소 연주1부

“극한직업입니다. 모든 부서, 모든 작업이 다 힘들지만 우리 작업은 정말 거친 일이에요. 불을 다루는 만큼 공장 안 온도는 항상 뜨겁지요. 2016년 여름에는 50도 가까이 올랐어요. 우리는 30도 정도만 되면 시원하다고 해요(웃음).”
당진제철소 연주1부를 이끄는 차우섭 사우의 말대로 이들이 하는 일은 거칠고 힘들다. ‘연주’라는 용어는 ‘연속주조’의 약자. 쇳물을 슬라브로 만드는 공정을 담당하는 연주 공장은 늘 뜨거운 불과 씨름하는 곳이다.

“고로 공장에서 만든 쇳물이 넘어오면 우리는 그 액체 상태의 쇳물을 고체 상태의 직사각형 반제품인 슬라브로 만듭니다. 이후 슬라브는 열연 공장으로 넘어가 압연을 하게 되죠. 그러니까 쇳물이 완전한 철강 제품으로 만들어지기까지 대장정의 딱 중간 과정을 담당하는 게 우리 일입니다.”
차우섭 사우의 설명대로 2010년 1월 8일 당진제철소 고로에서 쇳물이 쏟아진 역사적인 순간부터 가동된 연주공장은 지금까지 ‘제철소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다.

 

연주1부의 업무는 무척 고되지만 국가 기간산업에 종사한다는 자부심은 크다.

우리의 하루는 24시간이 아닌 25시간
당진제철소 연주1부의 직원은 총 120명. 현장 기능직 112명에 일반직 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진제철소의 5개 연주기 중에서 3개 연주기를 연주 1부가 담당한다. 철저한 관리 보안 시스템 아래 연주기를 24시간 상시 가동한다. 현장 기능직의 경우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기에 책임감과 인내심이 필수. 일반직 역시 이 같은 현장을 중앙에서 컨트롤해야 하기에 24시간 깨어 있어야 한다. 돌발 상황을 대비해 비상 연락망이 마련되어 있고, 메신저 단톡방을 통해 늘 소통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필수다.

“지금은 시스템이 안정돼 돌발 상황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4조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는 현장 사무실에는 늘 긴장감이 감돕니다. 일반직 역시 집에서 잘 때도 전화기를 귀밑에 두고 누울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박관수 사우는 ‘24시간이 아닌 25시간 깨어 있다’는 말로 연주1부 업무의 긴장감을 표현한다. 이 같은 현장 사정상 이들은 인력 관리가 가장 힘들다고 고백한다.
“불을 다루다 보니 현장은 거칠지만 사람 관리는 부드럽게 해야 합니다. 대화를 통해 계속 소통하고 애로사항에 공감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업무에서 큰 역할을 차지합니다.”

 

연주1부 박관수, 김재기, 김영민, 윤용배, 이상봉, 차우섭, 이정규, 류승선, 오호영 사우(왼쪽부터).

‘연주는 제철소의 실력이다’
이들이 힘든 일을 하면서도 열정을 다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국가 기간산업에 종사한다’는 자부심이다.
“우리가 만드는 슬라브가 열연, 냉연을 거쳐 전 세계 사람들이 타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로 만들어지지요. 그에 대한 자부심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간의 노력으로 엄청난 품질 개선을 이뤄냈습니다. 자동차 연비를 높이려면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강판을 만드는 것이 지상과제니까요. 연속주조 속도를 향상시키면서 품질과 생산성 향상을 이뤄내 자동차 강판 전문 철강업체로 손색이 없도록 달려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입사 초기엔 도로 위의 현대자동차, 심지어 달리는 트럭에 실려 있는 슬라브 더미만 봐도 ‘혹시 우리 공장에서 생산하는 건가’라는 생각에 눈을 뗄 수 없었다는 차우섭 사우의 설명이다.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윤용배 사우 역시 같은 생각이다.

“길을 가다가도 자동차를 보면 우리 슬라브로 만든 강판이 아닐까 생각하게 돼요. 전 세계에서 자동차 강판을 만드는 나라가 몇 안 되거든요. 우리 회사가 자동차 강판을 만든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낍니다.”
이정규 사우는 “해마다 설비 개선을 위한 공사를 진행할 때 지금까지 갈고닦은 지식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이 실행되어 공사가 완성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이 크다”고 고백한다. 때문에 연주1부 사우들은 스스로 늘 되뇌는 말이 있다.
“연주가 제철소의 실력이다.” 이들은 이 짧은 문구를 가슴에 새긴 채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

 

4조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는 연주1부 현장 사무실에는 늘 긴장감이 감돈다.

‘안전사고 없는 무재해 공장’을 위해
이와 더불어 공장이 안정적으로 돌아간다는 보람도 크다. 업무 특성상 타 부서에 비해 크고 작은 사고가 많은 편인 연주1부가 올 4월 210일 무재해를 기록해 1배수를 달성하고 2배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오는 9월 28일이 2배수를 달성하는 날이라고. 팀원들은 2배수를 달성하면 내친김에 3배수까지 이루겠다며 의욕을 보인다. 차우섭 사우는 “한마디로 2019년에는 안전사고 없는 무재해 공장이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한다.

연주1부 사우들은 평소 수시로 티타임을 가지며 대화를 많이 나눈다. 회의는 매일 아침 하는 것이지만 이후 가볍게 커피 한 잔을 나누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이때 업무 현안과 함께 개인적인 부분까지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 팀원들은 부서의 이 같은 문화가 연주1부의 생산성 향상과 장기간 무재해 기록 달성에 큰 원동력이 되었다고 믿는다.

불과 씨름하는 거친 현장에서도 오랫동안 쌓아온 노하우, 인내심과 자부심, 친밀한 부서 문화를 바탕으로 남다른 성과를 달성한 연주1부의 미래가 쇳물처럼 뜨겁고 붉게 빛나기를 응원한다.

 

봉준호 감독 같은 우리 팀 히어로
– 이상봉 사우

2012년에 입사, 올해 7년차 대리인 이상봉 사우는 1연주기의 관리와 보수를 담당한다. 그는 뜨거운 공장 안에서 위험한 불을 다루는 업무 특성상 무엇보다 꼼꼼함과 침착함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현장과 기기를 점검하면서 미리 문제점을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실력을 키우고 싶다는 것이 그의 고백. 이런 이상봉 사우가 닮고 싶어 하는 히어로는 최근 칸영화제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감독 봉준호다.

“봉준호 감독의 별명이 ‘봉테일’입니다. 매우 꼼꼼하게 촬영장을 챙기고 배우들을 독려한다고 들었어요. 저는 정비 부서, 외주 협력업체들과 함께 현장에서 여러가지를 조율하면서 보수 업무를 진행합니다. 그래서 봉준호 감독처럼 정교하게 현장을 컨트롤하는 디테일을 갖고 싶습니다.”

「쇠부리토크」 편집팀
사진 김대진(지니에이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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