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Net)과 영화(Flicks)를 합친 넷플릭스(Netflix)는 190개국에 약 1억 4천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 스트리밍(Streaming) 서비스다. 규모가 크니 볼 것도 많다. 한 달 9천5백원부터 시작하는 세 가지 요금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면 전 세계에서 제작한 영화와 다큐멘터리, TV 프로그램, 애니메이션 등 평생 다 못 볼 영상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인터넷과 연결되어 있다면 PC와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 TV 등에서 언제든지 볼 수 있으며 보고 싶은 콘텐츠를 다운로드하면 인터넷이 닿지 않는 곳이나 비행기 안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 무엇보다 넷플릭스의 가장 큰 매력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자체 제작 콘텐츠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다.
오직 넷플릭스에서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비디오 대여 사업으로 시작한 넷플릭스가 전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 2013년 선보인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자체적으로 제작하면서부터다. <소셜 네트워크>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핀처가 총감독을 맡고,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며 쌓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케빈 스페이시, 로빈 라이트 등의 배우를 캐스팅했다.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빠른 전개, 치밀한 연출 등 작품의 완성도도 높았지만 다음 편을 기다릴 것 없이 드라마 한 시즌 전체를 한 번에 볼 수 있게 한 방영 방식은 획기적이었다. 오랜 시간 드라마를 몰아서 보는 빈지 워칭(Binge Watching)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
<하우스 오브 카드>에 이어 여자 죄수 이야기를 다룬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콜롬비아 마약왕의 일대기 <나르코스>,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SF 미스터리 <기묘한 이야기> 등의 자체 제작 드라마가 계속해서 크게 히트했다.
이제 넷플릭스는 영화와 다큐멘터리, 코미디, 애니메이션 등 거의 모든 장르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산드라 블록이 출연한 공포 영화 <버드박스>는 작년 연말에 선보인 후 한 주 만에 4천5백만 명이 시청한 기록을 세웠다. 미국뿐 아니라 인도, 유럽, 일본, 남미 등 온갖 나라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가족 모두를 위한 볼거리
넷플릭스는 빅데이터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뿐 아니라 ‘이용자별 맞춤형 콘텐츠 추천’에도 활용한다. 이용자가 지금까지 어떤 영상 콘텐츠를 봤는지를 파악해 추천하는 맞춤형 콘텐츠는 넷플릭스의 수많은 콘텐츠 속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맞춤형 추천 기능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계정 내에 최대 다섯 개까지 설정할 수 있는 ‘프로필’이다. 프로필을 사용하면 자신이 즐겨 시청하는 TV 프로그램과 영화 위주로 구성된 개인화된 넷플릭스 환경을 가족 구성원 모두 개별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더욱 반가운 기능. 프로필 중 하나를 ‘키즈’로 설정하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위주로 구성한 화면에서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콘텐츠를 자녀가 자유롭게 골라 시청할 수 있다.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와 달리 아이들이 유해 콘텐츠를 보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할 필요 없이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을 위한 <스토리봇에게 물어보세요>, 고아 소녀 앤의 성장기 <빨강머리 앤>, 자연 다큐멘터리 <우리의 지구>등이 넷플릭스가 추천하는 대표적인 키즈 콘텐츠다. 한글 더빙, 한글 자막, 영어 자막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볼 수 있어 자녀 영어 교육에 활용하는 가정이 많다. 물론 <뽀로로>도 있다.
없는 게 없는 방대하고 새로운 영상들
힙합이 탄생한 1970년대 뉴욕이 궁금하다면? 다큐멘터리 <힙합 에볼루션>과 드라마 <더 겟다운>을 보면 된다. 드라마 <크라운>을 통해 젊은 시절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만날 수 있고, F1 레이서들의 내밀한 속내를 다룬 다큐멘터리 <포뮬러 원: 본능의 질주>도 있다. 넷플릭스에서는 영화나 드라마의 제목은 물론, 관심 있는 분야의 키워드를 검색하면 그에 해당하는 다큐멘터리와 영화, 드라마 등의 영상물을 만날 수 있다. 콘텐츠로 이뤄진 방대하고 새로운 세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 스파이크 리 감독의 <블랙클랜스 맨> 등 세계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들도 넷플릭스를 통해 신작을 발표하고 있다.
최근에는<부기 나이트> <데어 윌 비 블러드> 등을 연출한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이 밴드 라디오헤드의 프런트맨 톰 요크의 음악에 영상을 붙인 15분 분량의 음악 영화 <아니마> 같은 실험적인 시도도 활발하게 일어난다. <다크>(독일), <7월 22일>(노르웨이), <구울>(인도), <보디가드>(영국)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제작한 스릴러 드라마도 만날 수 있다. 물론 한국에서 제작한 조선 시대 좀비 사극 <킹덤>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가 만든 콘텐츠를 세계로
한국 최초로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은 넷플릭스가 서비스하는 전 세계 190개국에 27개 언어 자막, 12개 언어로 더빙해 선보인다. 올해 초 방영된 후 극중에서 등장인물들이 쓴 다양한 갓과 모자가 해외 SNS 이용자들을 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배우 정해인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고,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은 2017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국제 드라마 부문 톱10에 올랐다. 넷플릭스가 이들 작품을 세계에 배급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들.
넷플릭스는 지난 2016년 1월 한국에 진출한 이후 3년 만에 국내 이용자 수 240만 명을 돌파했다. 이런 가파른 상승세엔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킹덤> 등 오리지널 콘텐츠가 큰 영향을 미쳤다. 넷플릭스는 앞으로 국내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대폭 늘려갈 계획. 국산 캐릭터 ‘라바’를 활용한 키즈 콘텐츠 <라바 아일랜드>, 가수 겸 배우 아이유를 영화감독 네 명이 재해석한 <페르소나> 등이 이미 서비스 중이고, 천계영 작가의 웹툰을 드라마화하는 <좋아하면 울리는>, 정세랑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보건교사 안은영> 등을 올해 공개할 예정이다. 안방에서, 손안에서 전 세계의 콘텐츠를 즐기고, 한국 콘텐츠는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 넷플릭스가 만들어낸 완전히 새로운 풍경이다.
글 「쇠부리토크」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