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을 퍼스트 무버로 만들어야죠!”

2019 현대제철 철강상 대상팀의 이주상, 정준호, 이재석 사우(왼쪽부터)

한 해 동안 회사에서 진행된 다양한 과제 중 국내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회사의 비전과 경영 방침 달성에 이바지한 주제를 선정해 수상하는 현대제철 철강상. 올해의 대상은 ‘LNG 저장탱크용 극저온 보증 철근’을 개발한 전기로기술개발1팀 이주상 사우, 김태형 사우, 정준호 사우와 신수요개발1팀 이재석 사우, 인천공장 철근제강부 김유진 사우가 수상했다.

이들이 개발한 LNG 저장탱크용 극저온 철근은 -165도까지 파손 없이 견딜 수 있는 새로운 철근이다. 약 -40도까지 견딜 수 있었던 기존의 저온 철근의 한계점을 압도적으로 상회하는 수치다.

“극저온 철근의 가장 주요한 쓰임은 철근 콘크리트로 만드는 LNG 탱크의 외벽입니다. 기존에는 내조, 즉 후판으로 만드는 탱크와 외벽 사이에 보냉재를 삽입하여 건설했다면 요즘은 보냉재를 없애는 설계 방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부 탱크가 파손되는 등 유사시에 -190도 가량의 LNG 가스가 유출될 경우, 기존의 저온 철근에서는 금속 특유의 끊어지는 속성인 취성이 발현돼 파단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죠.”

 

대상팀이 개발한LNG 저장탱크용 극저온 철근은 무려 -165도까지 파손 없이 견딜 수 있다

회사를 LNG 관련 건설산업의 선두주자로 도약시키다
정준호 사우의 설명대로 대상팀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극저온 철근은 이러한 기존 저온 철근의 한계점을 압도적으로 뛰어넘고, 팽창하는 LNG 관련 건설산업에서 회사를 확실한 선두주자로 도약시켰다.
“공기를 단축해서 원가를 절감하기 때문에 건설사에도 이득이고, 보냉재를 생산할 때의 이산화탄소를 줄여주기 때문에 환경적으로도 이롭습니다.”
이주상 사우가 덧붙인다.

뿐만 아니다. 생산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 단계부터 원가 절감을 염두에 두고, 최소한의 합금 원소를 사용하되 미세 조직을 제어하는 등의 금속학적인 방법을 고민했다. 전기로기술개발1팀 김태형 사우, 이주상 사우, 정준호 사우는 이 성분계를 도출하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거듭했다.

고객의 필요에서 시작해 과제 전체를 출발시킨 신수요개발1팀 이재석 사우는 마케팅적 관점에서 충분한 시장성과 경쟁력을 인정받을만한 요소로 이 합금 설계 단계에서의 원가 절감을 꼽는다. 연구소에서 실험실 규모의 평가를 한 후, 생산라인에서의 현실화 방안을 논의했다. 무엇보다 쇳물 자체의 청정도가 중요한 요소였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인천공장 철근제강부 김유진 사우와 함께 생산 부서를 설득하고 손수 합금철을 퍼넣으며 물심양면 땀을 흘렸다.

 

대상팀은 원가 절감을 위해 최소한의 합금 원소를 사용하되 미세 조직을 제어하는 등의 금속학적인 방법을 고민했다

“남들이 안 하는 걸 미리 준비해야 한 발 먼저 나갈 수 있죠”
언뜻 보기에 복잡한 조합 같지만 이 드림팀은 아이템에 따라 상시로 긴밀히 협업하고 있다. 신수요개발팀에서 수요를 발굴하면 기술개발팀에서 실제 제품 개발에 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철근제강부 등 생산부서와 협력한다. 이후 제품이 출시되면 다시 신수요개발팀에서 영업에 나선다. 이렇게 다섯 명의 동료가 지속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극저온 철근을 개발하는 데 꼬박 2년을 쏟았다.

처음부터 쉬운 길은 아니었다. ‘왜 해야 되냐, 정말 필요한 거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처음 고객사로부터 문의를 받은 이재석 사우는 지난 10년 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해 LNG 탱크 건설 수요가 향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임을 예측했다. 세계적인 에너지 회사들은 2040년에 이르면 LNG 사용이 석탄, 석유와 거의 유사한 비율로 늘어날 거라고 전망한다.

“남들이 안 하는 걸 지금 준비해놔야 때가 왔을 때 한 발 먼저 나갈 수 있잖아요. 지금 당장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선도자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기 힘들다면 신제품과 신기술을 빠르게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가 돼야죠.”

정준호 사우가 말처럼 이런 믿음으로 회사를 설득하기 위한 수많은 미팅과 보고서가 수도 없이 쌓였다. 이에 이재석 사우는 “사실은 정말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팀원 모두 개인의 편안함보다는 회사의 수십 년 후 미래를 고민하시는 분들이라 힘이 됐다”며 “지금은 오히려 국내 건설사들마다 문의가 쇄도한다”라고 덧붙였다.

 

많은 대화로 다양한 생각과 제안을 공유하며 기술을 발전시키는 대상팀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대화로 팀워크를 다졌습니다”
착수에 성공한 이후로도 우여곡절은 계속됐다. 2016년에는 극저온 철근을 생산하는 회사가 세계에 단 한 곳뿐이었다. 벤치마킹을 할 수 있는 이른바 ‘B/M재’를 구하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그냥 포기할 순 없는 거죠. 저쪽 회사에서도 하는데 우리가 못할 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준호 사우가 회고한다. 표지판조차 없는 불모지였지만 치열하게 전진했다. 사례든 설비든 없으면 만들었다. 결국 휴가까지 반납하고 제주도에서 구한 B/M재의 성분이 대상팀이 도출했던 성분과 거의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했을 땐 희열이 밀려왔다.

그러나 국내에 없었던 기술이기에 극저온 철근을 평가할 기술 또한 없다는 게 마지막 난관이었다. 자체적으로 방안을 찾아야 했다. 이주상 사우가 극저온에서 실험할 수 있는 지그(Jig)를 직접 설계하기도 했다. 결국 세계 유일의 시험 기관이 있는 룩셈부르크로 날아갔고, 모든 규격의 현대제철 극저온철근이 요구 조건을 만족했다. 제품 자체만이 아니라 시험 기술을 국내 최초로 발전시키고 있는 것도 대상팀의 큰 업적이다.

수상 소감을 묻자 세 사람은 입을 모아 ‘팀워크’를 말했다.
“대화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저는 제가 살아온 환경을 바탕으로 생각하지만 다른 삶을 사셨던 분들이 각자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제안하고 공유해주시니까요.”
정준호 사우의 말이다.

“저희 대상팀이 철근 과제를 같이 진행해온 지도 4년 정도 됐거든요. 이 팀워크가 더 좋아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주상 사우가 말에 이어 이재석 사우는 분명한 방향성과 최종 목표를 설정하고 달려간 대상팀의 팀워크가 회사의 DNA와 잘 맞았다고 말했다.
“저도 대상팀원들의 도움으로 함께 상을 받긴 했지만, 제가 이 과제를 하는 동안 제 일을 맡아준 다른 동료부터 보이지 않는 생산 라인에서 소임을 다해주신 분들까지 모두가 함께 나눠야 할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상팀의 이주상, 정준호, 이재석 사우(왼쪽부터)와 김태형, 김유진 사우는 ‘드림팀’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패스트 팔로워를 넘어 퍼스트 무버로!
대상을 받은 팀답게 회사에 이바지할 포부도 크다. 이재석 사우는 건설용 강재 분야에서 봉형강, 후판, 열연강판 등 건축이나 토목에 소요되는 모든 강재에 대한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꿈이자 비전으로 삼고 있다. 정준호 사우는 두 가지 이상의 특성을 가진 고기능성 강재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 회사가 말 그대로 백년제철소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현대제철하면 건설강재 분야에선 믿고 쓸 수 있는 곳, 필요한 건 모두 찾을 수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막내뻘인 이주상 사우는 회사에 앞으로 제일 오래 다닐 것은 자신이라며 웃는다.
“지금 전기로기술개발1팀에서 철근만을 연구하고 있는 게 저뿐이라 어깨가 무겁고 책임감이 큽니다. 철근에 적용할 수 있는 다른 기능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퍼스트 무버’가 돼야죠.”

겉으로는 겸손하고 고요하지만 속에는 누구보다도 강한 확신과 의지를 가진 이들의 모습이 곧 현대제철의 참모습이 아닐까. 몇십 년이 걸리더라도 본인들의 손으로 ‘패스트 팔로워’를 넘어서 ‘퍼스트 무버’가 되자는 이들의 웃음 섞인 포부가 머지않아 실현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다.

「쇠부리토크」 편집팀
사진 김대진(지니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