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만드는 스크랩의 힘
스크랩수입팀 고주완 사우

너희가 스크랩(고철)을 아느냐
“뭐? 고철을 돈 주고 사 온다고? 그것도 비행기를 타고 해외까지 가서?”

일반 사람들이 들으면 눈이 똥그래질 일이다. 스크랩수입팀 고주완 사우 역시 회사에 입사할 때만 해도 그들과 반응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철이라고 하면 철광석이나 석탄만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고철이라고 하면 고물상 같은 영세한 이미지를 떠올리잖아요. 저 역시 그랬고요. 하지만 회사에 들어와서 보니 고철은 보물 같은 귀중한 자원이더라고요. 철강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재료거든요. 고철 구매로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되는 산업에 기여한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금속 제품을 만들 때 생기는 금속 부스러기나 고철인 스크랩(scrap)을 구매하는 부서로 발령받고 당진제철소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한 고주완 사우. 쓸모없어 보이던 고철이 산업의 기반이 되는 튼튼한 철강이 되기까지의 놀라운 변화를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는 시간들은 의미가 깊었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부서를 옮겨 스크랩수입팀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기존에 담당하던 스크랩 구매 업무가 세계를 무대로 확장된 셈이죠. 현장에서 생생하게 스크랩의 쓰임을 눈으로 확인하고, 내부 고객인 조업부서들과 만나 얼굴을 맞대고 서로 의견을 교환했던 경험이 현재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냉철한 판단력으로 시황 분석
고주완 사우가 근무하는 스크랩수입팀은 전기로 제강 공정의 원료가 되는 철스크랩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부서다. 회사가 국내외에서 구입하는 스크랩 양은 연간 1000만여 톤. 세계 2위를 차지하는 세계 스크랩 시장의 큰 손이다. 이 중 350만 톤을 해외에서 들여온다.

핵심은 적절한 시기에 좋은 품질의 스크랩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하는 것! 특히 해외 스크랩 시장은 전 세계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부지런하게 언론과 공급사의 정보를 통해 시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크랩 시장은 주식이나 석유 시장과 비슷해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거래 물량과 단가가 수시로 변하죠. 해외 시장은 더욱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어요. 그에 따라 회사의 구매 방향도 달라져요. 그 때문에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의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고, 다른 나라에서 이뤄지는 거래 상황들까지 함께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스케줄도 품질도 꼼꼼하게 관리 
스크랩 구매는 한 주에도 몇 차례씩 이뤄진다. 구매한 물건은 선박을 통해 회사 공장이 있는 당진과 인천, 포항으로 입고되고 있다. 공장이 제대로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물건이 매일 입고되어야 하므로 출근하면 이동이나 하역에 문제는 없는지, 계획대로 잘 진행되는지부터 챙긴다.

철저한 일정 관리와 함께 품질 관리를 위한 검수도 신경을 쓴다. 마트에서 물건사듯 상태를 직접 살펴서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검수를 진행한다.

“스크랩도 등급이 있어요. 공장 같은 곳에서 쓰고 나온 스크랩이 A등급이라면 건물 철거나 생활 속에서 얻은 스크랩은 불순물이 섞이기 때문에 B급으로 봅니다. 등급마다 단가가 달라요. 그 때문에 구매한 스크랩에 등급이 섞여 있는지도 확인하고 있어요.

단가가 오른다! 스크랩을 확보하라!
때때로 심장이 쫄깃해지는 긴장 상태도 벌어진다. 바로 스크랩의 가격이 올라가는 시기다. 같은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는 양이 적어지는 데다 판매사 쪽에서 단가가 더 오르기를 기다리며 물건을 풀지 않기 때문에 스크랩 수급량을 맞추기 곤란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럴 때는 다른 판매처들을 바쁘게 알아보며 적당한 가격으로 거래를 진행한다.

“필요한 양의 물건을 적당한 가격에 맞췄다고 해도 마지막 계약 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면 안 돼요. 전 세계 다른 업체들도 같은 입장이라 눈에 불을 켜고 스크랩을 찾기 때문이죠. 간발의 차이로 다른 업체에서 구매해가거나 더 높은 단가를 제시해 물건을 빼앗기는 경우도 있어요. 모든 준비를 마쳤다가 놓치면 허탈감이 꽤 크죠.”

업무를 하며 맛본 뼈아픈 경험은 다음 업무에서 성장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두근두근~ 러시아로 떠나는 출장
스크랩 수입을 담당하다 보니 해외 거래처를 방문해 회사의 구매 방침을 설명하고, 물건의 품질을 확인하는 해외 출장도 주요 업무 중 하나다. 물류 배송의 효율성을 따졌을 때 주요 거래국은 가장 가까운 일본. 그러나 고주완 사우는 러시아 극동지역인 블라디보스토크를 담당하고 있다. 올봄 처음으로 러시아로 출장을 갈 때만 해도 마음에 설렘과 부담 그리고 걱정도 컸다. 러시아라는 나라에 대해 ‘마피아’나 ‘불곰’ 같은 무서운 이미지가 있었던 것. 하지만 현지에서 만난 러시아 스크랩 공급사의 인상은 기대 그 이상으로 좋았다.

“업체 대표를 만나 회사의 구매 방침을 설명하고 품질 검수를 진행했어요. 그리고 우리가 바라보는 시황도 공유했죠. 얼굴을 보지 않고 소통할 때는 굉장히 딱딱하고 손익에 민감한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현장에서 만나고 보니 편견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정책을 이해시키기 위해 준비도 많이 필요하고, 영어로 진행되는 회의라 부담이 큰 게 사실이죠. 그래도 직접 얼굴을 보고 소통하는 힘이 있는 만큼 그런 기회를 만들며 관계를 잘 다져가려고 해요.”


*5월 24일 발행되는 쇠부리토크」 1071호의 <슬기로운 회사생활코너에 업무를 소개하고 싶은 팀이 있으시면
talk@hyundai-steel.com으로 신청해 주세요사우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슬기로운 회사 생활의 가이드가 됩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 정말 모르는 업무가 많네요~ 신기 하기도 하고 뭔가 신세계 입니다.
    고철 수입 , 단가 확인 …힘든 업무지만 늘 건강하고 즐겁게 일하세요~기사 너무 즐겁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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