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 해변으로 떠나며 자외선차단제를 장만할 찰나, 하와이에서 산호초 보호를 위해 일부 자외선차단제 성분을 금지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금지된 성분은 옥티녹세이트(에칠헥실메톡시신나메이트)와 옥시벤존(벤조페논-3)이라는 두 가지 성분이다.
이 기회에 나는 ‘신기한 동물도감’을 읽는 아이처럼 산호가 암석이 아니라 동물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게 됐다. 산호는 곤충을 잡아먹는 식물처럼 촉수를 뻗어 바다의 작은 생물들을 섭취한다. 그런데 이렇게 살아 움직이는 산호에 옥시벤존이 조금만 닿아도 백화현상이 일어나고 DNA가 손상된다고 한다. 또한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해 바다 생물들의 성별 교란, 생식 이상, 기형 등을 일으킨단다.
하와이처럼 사람이 많은 바닷가 산호들은 정자와 난자를 생산하지 못해 번식하지 못하는 반면, 인적 드문 바닷가 산호는 정상적인 생식활동을 한다. 또한 옥티녹세이트는 산호 체내에 있는 바이러스를 활성화시켜 산호를 죽게 한다. 그뿐 아니라 이 성분들은 우리 건강에도좋지 않다. 옥티녹세이트는 동물실험에서 갑상선 호르몬을 감소시켰으며, 옥시벤존은 알레르기를 유발하고호흡기, 소화기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지구 표면의 70퍼센트를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바닷물에 잠시 자외선차단제 성분이 닿는다고 무슨 대수랴, 라는생각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올림픽경기장 규격의 수영장 6.5개 부피의 물(1만 6250톤)에 단 한 방울의 옥시벤존이라도 들어있으면 산호가 영향을 받는단다. 현재 세계적으로 연간 1만4천여 톤의 자외선 차단제 성분이 산호초로 흘러 들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이 성분들이 들어있는 화장품은 얼마나될까? 화장품 검색 앱인 ‘화해’를 켜고 등록된 2098개의 선케어 제품을 살펴보았다. 옥티녹세이트가 들어간제품은 전체 제품의 70퍼센트(2098개), 옥시벤존은2.3퍼센트(69개)이다. 하지만 두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선케어 제품도 808개나 된다. 문제의 성분을 쓰지않고도 얼마든지 많은 선케어 제품을 고를 수 있다. 징크옥사이드 혹은 티타늄디옥사이드는 건강과 환경에 유해하지 않으면서도 자외선 차단효과가 높다.
한 가지 더! 스프레이 형식의 자외선차단제를 몸에 뿌릴 경우 해변에 떨어졌다 밀물 때 바다에 흘러들 수 있으니 크림이나 로션 형태가 좋다.
올 여름, 바다와 산호초를 지키기 위해 옥티녹세이트와 옥시벤존이 들어있지 않은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하면 어떨까! 방법은 간단하다. 스마트폰에서 ‘화해’를 다운받은 후 ‘성분사전’을 클릭한다. 성분명 입력 창에 두 가지 성분을 입력하고 제외할 성분으로 지정한 후, 카테고리를 ‘선케어’ 제품으로 한정한다. 짠! 2가지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제품들이 주르륵 뜬다.
바다에도, 내 몸에도 건강한 즐거운 물놀이를 즐기시기를. 여름도 짧고 휴가도 그지없이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