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가장 자유롭다
여행작가 안시내

팬데믹 기간, 막혔던 여행길이 속속 열리고 있다. 항상 꿈꾸는 여행이건만 여행을 향한 욕구가 하늘 높이 치솟은 2022년 여름이다. 그래서 여행이 더욱 반갑다. 아프리카 오지를 포함해 지구 방방곡곡을 여행한 안시내 작가와 함께 여행의 감각을 두드려보자.

안시내 작가에게 여행은 ‘오롯이 나만이 존재하는 세계로 떠나는 길’이다. 수천 번 포기를 다짐하며 해발 5895미터 킬리만자로 정상에 올랐을 때,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의 이름을 일일이 메모하는 70대의 배낭여행자를 만났을 때, 여행의 수많은 순간 속에서 그녀는 잊고 있던 나와 마주했다.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나야 하는 것일까? 셀 수 없이 수많은 나라를 다녀와서도 또다시 짐을 꾸리는 그녀에게 그 답이 숨어 있다.

여행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해오셨는데요.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스물두 살 때부터 다녀온 세계 여행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세 건의 여행 에세이와 한 권의 산문집을 냈고요. 열심히 여행을 다니며 글을 쓰는 활동을 하고 있는 여행작가 안시내입니다.

여행을 많이 떠나셨는데 총 몇 개국이나 가보셨나요?

사실 40개국 이후로는 카운팅을 안 했어요. 너무 많은 나라를 다녀서 의미가 있나 싶더라고요. 어렸을 때 딱 하나 꿈이 있었어요. 가장 예쁜 나이에 딱 1년만큼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반짝반짝 빛나고 싶다는 꿈이요. 그게 저한테는 여행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반년은 돈을 모으고 반년은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제 여행이 시작되었죠.

많은 나라를 다니셨는데요, 수많은 여행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면요?

아프리카 종단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혼자 남아공부터 위로 쭉 올라갔거든요. 남아공부터 스와질란드, 모잠비크, 탄자니아, 케냐, 에티오피아 그리고 이집트랑 모로코는 한 달씩 머무르면서 대륙을 종단했어요.

아프리카 여행을 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시다고요.

그 당시 사람들이 제 여행에 굉장히 많은 관심을 주셨어요. 저에게 주는 관심을 어떻게 돌려드릴까 고민하다가 더 의미 있는 여행을 떠나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죠. 그래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여행자금을 모으고, 돈을 모아준 사람에게 여행의 추억을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예를 들면 킬리만자로산에서 펀딩에 참여해준 사람의 얼굴이 그려진 티를 입고 사진을 찍는 거예요. 마치 그 사람이 나와 함께 여행을 온 것처럼요.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와서는 책을 출판해 받은 인세에서 일부를 아프리카에 다시 기부하는 선순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신선한 여행 방법이었네요. 혼자 여행하면서 고생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하나 들려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여행 도중에 배낭을 통째로 털렸던 사건이에요. 케냐와 에티오피아를 잇는 국경 마을에서 배낭을 도난당했어요. 몇 달간의 긴 일정이 남아 있었는데 다 포기해야만 할 것 같더라고요. 좌절도 많이 했지만, 그냥 한번 돈 없이 지내보자는 생각으로 남은 일정을 이어나갔어요. 그랬더니 또 살아지더라고요. 다른 것은 다 잃어버리고 고추장 하나만 달랑 들고 돈도 집도 없이 몇 달을 살았어요. 오히려 무거운 짐에서 해방됐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그때의 그 자유로움이 아직까지 잊히지 않아요.

아프리카 종단 여행 중에는 킬리만자로산 정상에도 오르셨다고요.

맞아요. 탄자니아에서 킬리만자로산에 올랐던 것도 제 인생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에요. 5895미터 정상을 5~6일 만에 가야 하는데 하루하루 올라갈 때마다 고도가 계속 높아져서 고산병이 심하게 왔어요. 너무 힘들어서 울고 토하고 포기하겠다고 찡찡거리고 그랬어요. 산을 같이 올라갔던 친구 중에는 일본인 할아버지 한 명과 20대 독일 친구들이 몇 명 있었는데요, 저와 일본 할아버지가 항상 꼴찌였거든요. 그런데 정상에 올라가 보니 20대 독일 청년들은 모두 포기하고 내려가고 저와 일본인 할아버지 두 명만 남아 있더라고요. 무릎이 닳을 정도로 계속 넘어졌는데 다시 일어나서 걷고 또 걷다 보니 정상까지 오른 거예요. 그때 나는 끝까지 할 수 있는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그렇게 많은 나라를 여행하고도 계속 여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자유를 좋아해요. 구속받지 않는 해방감 같은 거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때가 참 많아요. 저는 그게 답답하더라고요. 낯선 곳으로 여행 가면 온전히 저 자신으로 살 수 있어서, 좋아요. ‘여행자 안시내’ 말고는 다 사라지거든요. 오로지 나만이 존재하는 세상으로 들어가는 거죠. 그 기분을 맛보려고 계속 여행을 가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많은 나라 중에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여행지를 추천해준다면 어떤 곳이 있을까요?

가까운 곳을 꼽자면 태국의 치앙다오라는 곳이 있어요. 그곳에서 샴발라 페스티벌이 열려요. 전 세계 히피들이 모이는 축제인데요. 열흘 동안 같이 마을을 이루면서 음악, 미술 같은 예술 활동을 하고 춤도 추면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축제예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자유와 낭만 그리고 사랑을 겪어보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꼭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수많은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 필수템을 추천해주세요.

대용량 라면스프 하나쯤 챙기면 정말 좋아요. 2000원이면 살 수 있어요. 타지에 가면 한국 음식이 그리울 때가 참 많거든요. 그럴 때마다 끓여 먹기 좋아요. 그리고 폴라로이드 카메라도 추천하고 싶어요. 해외 가서 만난 아이들을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어서 나눠 주면 엄청나게 행복해하거든요. 그때그때 추억을 찍을 수도 있고요.

마지막으로 현대제철 사우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현대제철 사우 여러분 드디어 여행길이 열렸습니다. 이 자유로운 기분을 마음껏 누리는 날이 여러분에게도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계획만 세우지 마시고, 이번 여름에는 꼭 떠나시길 바랄게요. 우리 길 위에서 만나요.

「쇠부리토크」 편집팀
사진 김성헌 사진가, 안시내 작가 제공
영상 정성한(WITHENM)
※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키며 안전하게 취재 및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 멋지게 살아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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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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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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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2*** 댓글:

    여행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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