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심심찮게 ‘메타버스(Metaverse)’라는 단어가 들린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온라인 게임, SNS, 플랫폼 서비스, 온라인 지도 & 내비게이션… 아직 생소한 단어지만, 우리 일상은 이미 메타버스에 스며들고 있다. 자 그럼, 이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메타버스를 탐험해보자.
메타버스의 선두주자, 로블록스의 탄생
메타버스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를 논하려면, 두 인물을 빼놓을 수 없다. 보잉 엔지니어였던 ‘데이비드 바스추키(David Baszucki)’와 ‘에릭 카셀(Erik Cassel)’이다. 이들은 비행기를 온전히 설계하기 위한 가상 테스트 비행용 시뮬레이션 장비를 만드는 엔지니어였다. 이 업무의 관건은 실제 지구 환경에서 비행할 때 항공기에 가해지는 중력을 가상 환경에서 똑같이 재현하는 것이었다. 둘은 이때 깨달았다. 현실을 현실적으로 만드는 건 바로 중력이라는 것을. 바스추키와 카셀은 중력을 재현할 수 있다면 메타버스를 창조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현실과 연결돼 있지만, 현실과는 다른 대안세계를 말이다. 2004년 바스추키와 카셀은 캘리포니아 먼로파크의 작은 아파트에 작은 스타트업을 차린다. 그 이름은 바로 로블록스(Roblox). 2021년 현재 로블록스의 시가총액은 518억 달러로, 우리 돈 58조 원에 달한다.
거울 세계: 제페토의 그린팩토리로 출근한다
기술적으로, 메타버스는 크게 4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먼저 현실 세계와 닮은 가상 세계를 디지털 공간 안에 구현하는 ‘거울 세계(Mirror Worlds)’다. 최근 네이버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 안에 분당 네이버 본사인 그린팩토리 빌딩을 그대로 재현해놓았다. 제페토의 글로벌 가입자는 2억 명이 넘는다. 2021년 네이버 신입사원들은 메타버스의 그린팩토리로 첫 출근을 했다. 이런 게 거울 세계다.
증강 현실: 가상 사무실에 모여 회의를 한다
얼마 전부터 부동산 유니콘 기업 ‘직방’은 메타버스 공간에 현실의 사무공간을 재현한 직방 사무실을 만들었다. 직방 직원들은 메타버스로 ‘직출’했다가 ‘직퇴’한다. 직방이 이용한 메타버스 플랫폼은 가상회의 솔루션인 ‘게더타운(Gather Town)’이다. 게더타운 사무실은 2차원 도트 그래픽으로 재현된 사무공간 안에서 아바타로 업무를 보도록 설계돼 현실 속 사무실보다 훨씬 유용하다. 물리적으로 전국 각 지역에 흩어져 근무하는 직원들도 메타버스 직방 사무실에선 한자리에 모여 일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 유형이다.
라이프로깅: 나의 일상을 가상화해 포스팅 한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는 얼마 전 파리에서 열린 ‘비바 테크 2021’에서 페이스북의 미래를 메타버스라고 정의했다. 페이스북은 이미 사용자가 일상을 가상화시키는 ‘라이프로깅(Lifelogging)’ 유형의 메타버스다. 현재 페이스북의 주력 상품은 인스타그램이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에 VR을 결합해 현실을 더 현실적으로 포스팅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다.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 역시 라이프로깅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가상 세계: 가상 공간에서 현실적으로 논다
네 번째 유형인 ‘가상 세계(Virtual Worlds)’는 메타버스 가운데서도 가장 확장성이 크다. 로블록스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로블록스 유저들은 로블록스에서 친구를 사귀고 게임을 즐기고 여행을 다닌다. 앞서 밝혔듯, 로블록스의 창업자들은 로블록스 안에 대안 현실을 만들면서 현실을 현실적으로 만드는 중력의 힘을 고려했다. 이들은 가상 세계 속 중력의 힘으로 돈을 선택했다. 쉽게 말해 유저들이 가상 세계에서 돈을 쓸수록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도록 만든 것이다.
메타버스에서 돈을 벌고 게임도 개발한다?
우선 메타버스가 대안 현실이 되려면 가상공간 안에서의 활동이 가치를 창출해야만 한다. 로블록스의 유저들은 메타버스 안에서 직접 게임을 만든다. 바스추키와 카셀은 로블록스 안에선 코딩 지식이 없어도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개발도구를 완비했다. 로블록스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게임 개발자는 127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로블록스 안에서 게임을 팔아서 돈을 번다. 메타버스를 현실 세계로 느끼게 하는 방법은 분명하다. 사용자가 돈을 벌게 만들면 된다. 로블록스에선 ‘로벅스(Robux)’라는 가상화폐가 쓰인다. 이미 로블록스는 하나의 거대한 경제 생태계다.
BTS의 팬덤 ‘아미’가 메타버스로 가고 있다
레이디 가가(Lady GaGa)는 얼마 전 로블록스에서 가상 콘서트를 열었다. 슈퍼스타 레이디 가가가 개최한 콘서트의 제목은 ‘One World, Together at Home’이었다. 팬들은 레이디 가가라는 아이콘을 통해 하나의 커뮤니티로 묶인다. 로블록스는 레이디 가가의 팬덤 커뮤니티를 고스란히 메타버스로 옮겨 놓는 데 성공했다. 메타버스에서 팝 아이콘들의 가상 콘서트가 줄을 잇는 이유다. BTS 역시 게임 플랫폼 포트나이트에서 ‘다이너마이트’ 안무 뮤직비디오를 공개했고, 블랙핑크는 제페토에서 팬미팅을 했다.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끼리 하나로 뭉치는 관계야말로 유저들이 메타버스를 현실 세계로 인식하게 만드는 강력한 중력이다.
‘메타버스 네이티브’ Z세대를 위한 필수 플랫폼
315조 원. 시장 조사기관인 스트레티직 애널리스트(Strategy Analytics)가 전망한 메타버스의 2025년 시장 규모다. 흔히 2030 MZ세대를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 정의한다. 아날로그보다 디지털을 먼저 접한 첫 세대다. 그런데 10대 전후의 Z세대 이하는 ‘메타버스 네이티브’다. 메타버스를 현실처럼 편안하게 느끼는 세대라는 뜻이다. 실제로 로블록스의 유저 가운데 절반이 12세 미만, 3분의 1이 16세 미만이다. 제페토 역시 10대 비중이 절대적이다. 이들은 불과 5년 안에 소비시장으로 쏟아져 나올 미래 고객들이다. 메타버스와 현실을 오가는 이들의 행동 패턴을 이해하지 못하면 마케팅은 불가능해진다. 이미 구찌나 루이비통처럼 기민한 럭셔리 기업들은 메타버스로 미래 명품 고객들을 선점하기 시작했다. 구찌는 제페토에 60여 종의 신상을 착용할 수 있는 구찌 빌라를 구축했고 발렌티노는 동물의 숲에서 컬렉션을 진행했고 루이비통은 유명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와 협업을 했다. 덕분에 10대들에게도 이미 구찌와 루이비통은 너무나 낯익은 브랜드가 됐다. 이들이 구매 가능 연령이 됐을 때 현실 백화점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광경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로블록스의 메타버스에 살아있는 카셀
메타버스는 거의 모든 플랫폼을 집어삼킬 공산이 크다. 게임과 영화와 공연과 전시가 메타버스 안에선 통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게임 회사나 소셜네크워크 회사로 인식돼 있는 테크기업들이 미래엔 메타버스를 통해서 서로의 시장을 공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네이버나 하이브, 미국의 로블록스나 포트나이트가 메타버스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물론 이 시장의 선구자는 누가 뭐래도 로블록스의 공동창업자 두 사람이다. 에릭 카셀은 2013년 2월 암으로 사망했다. 하지만 로블록스 속 메타버스엔 여전히 카셀의 아바타가 존재한다. 이런 게, 바로 메타버스다.
글 신기주(북저널리즘 CCO)
내가BTS맴버였더라면
꿈같은 말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