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로 찾은 두 번째 인생
前 (인)기계팀 김길남 사우

100세 시대, 사람들은 누구나 은퇴 후 행복한 제2의 삶을 꿈꾼다. 36년간 제철인으로 한길 인생을 걷다 은퇴 후 사진가로 변신한 그의 이야기는 그래서 매력적이고 솔깃하다. 인천 미추홀구 루카스박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 김길남 사우를 만났다.

인천 토박이로 현대제철 인천공장을 다니던 제철인에서 이제는 사진가로서 두 번째 인생을 살고 있는 김길남 사우. 그의 첫 개인전 장소 역시 인천에 자리한 루카스박갤러리. 이렇듯 그의 육신은 한결같이 인천을 지키고 있지만 그의 직업은 그간 꽤나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제철소 기계팀의 정비 담당자라는 안정적인 직업인이자 철이라는 현실의 물건을 다루던 그가 자연의 사물을 렌즈에 담아 자신만의 추상적 삶의 철학을 전하는 사진가로 변신한 것이다.

Q 지난 2014년 회사에서 은퇴하셨어요. 그간 어느 팀에서 어떤 일을 하셨는지요?

인천공장 기계팀의 40톤 공장에서 정비를 담당하는 계장으로 일했습니다. 인천합금철 시절인 1979년 입사해서 61세 말까지 무려 36년을 다녔지요.

Q 퇴직 후 사진가로 제2의 인생을 멋지게 펼치고 계신데요, 사진과 사우님의 인연이 궁금합니다.

어려서부터 사진을 좋아했어요. 열다섯 살 사춘기 무렵부터 지금까지 제 손을 거쳐간 카메라가 셀 수 없이 많아요. 디지털카메라가 나오기 전인 옛날 SLR 카메라 시절부터 사진을 찍고 암실에서 작업하곤 했는데, 그 모든 과정이 좋았죠. 다만 어디까지나 취미였다가 본격적으로 사진가가 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퇴직 2~3년 전 무렵이었어요. 은퇴 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좀 더 여유로운 나만의 삶을 꾸려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Q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는 어떤 식으로 사진 활동을 해오셨나요?

가족과 함께 국내와 해외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여행도 겸하며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그러다 50대에 접어들면서 산행에 빠져들었어요. 우리나라와 해외 명산들을 많이 찾아다녔죠. 국내는 지리산을 특히 좋아했고, 해외는 히말라야의 아마다블람, 차마고도 같은 4000 고지 산 위주로 다녔습니다. 가족과 함께 건강도 챙기며 좋아하는 취미활동도 할 수 있어 더욱 좋았지요. 사내에 사진 동호회가 있어 출사를 많이 다니기도 했고요.

Q 그러다 퇴직 2~3년 전부터 사진가의 꿈을 꾸게 되신 데에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은퇴 후에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좀 더 여유로운 나만의 삶을 꾸려나가고 싶었어요. 회고랄까요? 은퇴를 앞두고 내 삶을 돌아보니까 무언가 어린 시절의 향수와 함께 아쉬웠던 것을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죠. 자연스럽게 사진가의 꿈을 제대로 펼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Q 이제 이번 전시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이번이 첫 개인전이라고 들었습니다.

네, 첫 번째 개인전입니다. 물론 단체전으로 참가하는 작은 전시에는 많이 참가했습니다. 인천사협(한국사진작가협회 인천지회)과 대한사진작가협회에서 1년에 한 번씩 하는 사진전, 인천사진작가협회에서 주최하는 제물포사진대전 등에 계속 참여해왔지요. 이번 전시는 화가 루카스 박 선생이 운영하는 갤러리에서 초청을 해주셔서 이뤄졌습니다. 오는 6월엔 인천 원인재역에 있는 원인재 갤러리에서 같은 작품으로 전시를 할 예정입니다.

순간을 포착한 그의 작품 <경계>, <겨울날의 볕>, <미추일출>(왼쪽부터 시계방향)

Q 이번 전시의 주제가 H2O, 물입니다. 주제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원래 불교와 도가 쪽에 관심이 많습니다. 불가에서는 지수화풍(地水火風)이라는, 우주를 이루는 네 가지 물질적 요소를 이야기하는데 그것이 땅, 물, 불, 바람이죠. 이번엔 그중 물을 선택한 것입니다. 물은 삼상 변화라고 해서 액체, 기체, 고체의 모습을 다 가지고 있죠. 얼음, 구름, 눈, 거품으로 변신하는 그 다양한 얼굴을 들여다보며 물의 본질 속으로 깊이 들어가보았습니다.

Q 물의 본질에 대한 고찰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촬영지는 주로 어디였나요?

코로나19로 해외 촬영이 불가능한 터라 주로 국내에서 촬영을 했습니다. 강원도 고성의 서낭바위, 강원도 정동진 바닷가, 영종도의 마시란 해변, 설악산 등지를 렌즈에 담았습니다. 특히 마시란 해변은 꽁꽁 언 바다의 모습이 마치 남극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더군요. 그 얼음을 가까이 찍으니 마치 보석이 쌓여 있는 듯했죠. 멀리서 보면 그저 언 바다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죠.

Q 사진작가로서 사우님의 꿈과 계획이 궁금합니다. 꼭 찍고 싶은 피사체나 주제도 궁금하고요.

가깝게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슬슬 출사를 다시 다닐 예정입니다. 국내는 지심도, 장사도 등 섬 여행을 계획하고 있고, 해외로는 미국 그랜드캐니언 출사를 계획하고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지수화풍의 요소를 모두 다뤄보고 싶습니다. 땅, 불, 바람이 남았죠? 그리고 윤선도의 <오우가> 속에 나오는 물, 바위, 소나무, 대나무, 달도 다루고 싶고요. 그런 식으로 지수화풍의 세계관을 모두 정리해 책을 출간하고 싶어요.

Q 사진과 관련한 사우님만의 좌우명이나 철학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사진가가 된다는 것은 나를 예술적으로 표현 또는 추구하는 것이고, 그것은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이런저런 경험 속에서 결국은 무조건 많이 찍고 많은 작품을 만들어봐야 합니다. 제일 먼저 할 것은 다작이에요. 사진을 통한 자기표현이 목적이라면, 일단은 많이 찍어서 충분히 배운 뒤에야 마침내 나만의 것을 찾을 수 있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사우님에게 사진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앞으로도 계속 가야 할 길이죠. 인생의 친구예요. 우선은 집사람도 사진을 찍다 보니 함께할 수 있어서 가장 좋지요. 그리고 사진은 자기 안으로 침잠하기 쉬운 다른 예술과 달리 밖으로 시선을 확산할 수 있는 예술이라 좋아요. 사진 작업을 위해서는 물론 작업실에서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하지만 우선은 밖으로 나가야 하죠. 여행이라는 취미생활을 겸하면서 자기표현을 할 수 있고, 자기 삶의 시선을 안으로 가둬두지 않고 넓힐 수 있는 것이 사진이에요. 사진이라는 친구가 있어서 참 좋습니다.

취재 유하용(인천공장 기자)
「쇠부리토크」 편집팀
사진 김대진(지니에이전시)

※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안전하게 지키며 취재 및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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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1.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