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주먹과 호랑이 눈빛으로
인천공장 봉형강압연설계팀 박찬선 사우

작은 링 위에서 오직 주먹으로 둘 사이의 팽팽한 결전이 펼쳐지는 복싱과 수만 명의 사람이 모여 철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제철소는 얼핏 전혀 다른 세계다. 하지만 흘린 땀방울만큼 정직한 결실을 얻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프로복서 출신 제철맨 박찬선 사우를 만났다.

새해가 밝으면 많은 이들이 ‘새해 목표’를 세운다. 그중에 꼭 빠지지 않는 목표가 바로 운동이다. 다이어트나 건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은 건강한 스포츠맨의 몸과 마음. 프로복서 출신으로 현대제철에 입사, 제철맨이 된 인천공장 봉형강압연설계팀 박찬선 사우는 회사 권투동호회 훈련 코치로서 자신의 재능을 사내에 기부하고 싶다. 이를 통해 사우들과 함께 건강한 정신과 강인한 체력을 가꾸고 싶다는 새해 포부를 밝힌다. 단단한 육체에 깃든 건강한 정신으로 포효하는 강철 아이언맨이다.

Q.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인천공장 봉형강압연설계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롤설계팀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서 저는 압연을 하기 위한 롤을 설계하고 유지 및 지속적인 관리를 하는 업무를 맡고 있어요. 2011년 3월에 입사를 했으니 1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Q. 프로복서 출신의 제철인이라니 정말 흥미로운 이력이에요. 복싱 입문은 언제 어떻게 하셨나요?

제가 군대를 해병대로 갔습니다. 그러다 이라크 파병을 지원해 갔다가 그때 미 해병대와 캠프 생활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미 해병대 친구들을 통해 복싱을 처음 접했습니다. 저도 스포츠라면 자신이 있는 편이었는데 복싱의 매력에 완전히 매료됐어요. 전역을 하고 체육관을 찾아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Q. 복서 시절의 활약이 궁금해요. 복서의 삶은 어땠나요?

스무 살이 넘어 남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행복했습니다. 복싱이란 정말 솔직한 운동이거든요. 땀을 흘린 만큼 정직하게 결실을 맺습니다. 링 위에 올라서면 오롯이 혼자인데, 그게 참 공정한 것 같았어요. 누가 도와줄 수도 없는, 백도, 인맥도 안 통하는 상태에서 오직 맨주먹의 두 사람이 같은 조건에서 싸우는 거니까요. 제 경우 좋은 관장님을 만나 두 달 만에 프로선수 라이선스를 땄어요. 상황에 따라 개인차가 있지만 두 달은 꽤나 빠른 편이었죠. 저는 웰터급 66.5킬로그램 체급이었어요. 아마추어 경기에선 준우승 입상도 해봤고, 프로에서는 5전을 뛰었어요. 4승 1패의 전적을 남겼지요.

Q. 그러다 현대제철에 입사하게 된 스토리가 궁금해요.

복싱을 그만둔 가장 결정적 계기는 아무래도 ‘경제적 문제’였어요. 그야말로 ‘헝그리 복서’의 삶을 감내해야 하거든요. 부상이 많은 종목이다 보니 몸도 상하고 체력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도 있었죠. 그러던 중 현대제철 공채 시험을 알게 되었어요. 제가 인천에 살면서 현대제철은 대한민국 일류기업으로 늘 선망의 대상이었던 터라 지원을 했고 운 좋게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Q. 선수 출신으로 갖춘 남다른 체력과 정신력이 회사 생활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아요.

네, 정말 그렇습니다. 4조 3교대 근무를 하는데 여름엔 덥고 겨울엔 정말 춥죠. 늘 안전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요. 그런 환경이다 보니 복싱 경력이 체력이나 멘탈 면에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 과거엔 제가 좀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요, 해병대 입대와 운동을 통해 성격도 많이 적극적으로 변했어요. 회사 동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지요.

Q. 지금도 운동은 꾸준히 하고 계시나요?

사실 입사 후 결혼해서 아이들이 태어나고 또 4조 3교대 일상을 지내다 보니 꾸준히 운동하는 게 쉽지 않아요. 살도 좀 쪘고요(웃음). 그래도 전에는 집에서 회사까지 11킬로미터 거리를 조깅해서 출근하는 등 틈틈이 운동을 했습니다.

Q. 사내 복싱동호회에서 훈련 코치 역할을 맡고 계세요.

사실 동호회가 생길 무렵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거의 훈련을 못 하고 있어요. 회의를 통해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고 있는 정도지요. 제가 만든 동호회는 아니지만 처음 동호회가 만들어지고 훈련 코치 제의를 받았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사우들에게 저의 재능을 기부하고 싶어요.

Q. 사내에 복싱에 관심 있는 사우들도 꽤 있을 것 같아요. 이번 기회를 빌려 그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사실 요즘 같은 시대 복싱은 최소한의 자기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스포츠예요. 복싱은 절대 공격적인 스포츠가 아닙니다. 최소한의 자기 보호는 저 자신뿐만 아니고 가장으로서 가족을 위해서도 꼭 갖춰야 할 기본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복싱은 최고의 스포츠라고 믿습니다. 같은 직원들끼리 활기차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건강한 정신, 강인한 체력을 키워, 체력도 회사 일도 모두 업그레이드되기를 바랍니다.

Q. 회사와 복싱을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복싱과 관련해 나만의 좌우명이나 철학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복싱이나 회사 일이나 공통점이 있어요. ‘땀을 많이 흘린 만큼 정직하게 결실을 얻는다’는 것과 ‘결과는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면 그만큼 스스로 성취감을 얻고 성과를 내듯이 복싱도 마찬가지거든요. 정말 정직하고 공평한 스포츠죠. 지금도 복싱은 저에게 ‘설렘’입니다.

Q. 끝으로 새해 인사 겸 사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회사 일도 열심히 하면서 복싱으로 재능기부도 하는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부서의 오일균 사우와 배병철 사우 등 팀원 여러분들께 항상 감사드리며 모두가 행복한 한 해를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또 하나는 3년 안에 프로 경기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제가 올해 서른아홉인데요, 사우들과 함께 열심히 일하고 운동하면서 몸을 만들어 제 아이들에게도 도전하는 멋진 아빠의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인천공장 복싱동호회 ‘STEEL-BOXING’은 2021년 5월, ‘행복한 변화,with 복싱!’을 슬로건으로 시작해 매주 복싱을 즐기고 있습니다. 복싱뿐 아니라 공정사회 실현을 위한 다양한 활동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복싱과 운동을 좋아하는 사우님들, 언제든지 문의주세요!
총무 김지현 010-5823-0241

「쇠부리토크」 편집팀
사진 김대진(지니에이전시)
취재 유하용(인천공장 기자)

※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안전하게 지키며 취재 및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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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
  1. 스틸복싱에 훌륭한 코치가되어주세요
    화이팅!

  2. 스틸 복싱! 화이팅! 빨리 코로나가 없어지고 복싱 교류전이 있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