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차 신상, 어디까지 사봤니?

과거의 ‘신상’이란 이제 막 백화점 진열을 마친 따끈따끈한 새제품을 뜻했지만 2021년의 신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른바 ‘N차 신상’의 시대가 도래했다.

한때 구두, 가방 등 신상을 고집한다는 뜻에서 ‘신상녀’로 통하던 서인영. 출처 SBS FiL 유튜브 캡쳐

너도 나도 ‘잇백(It Bag)’ 구입에 열을 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똑딱’ 하고 열리는 동전지갑을 연상케 하는 마크제이콥스의 스탐백, 찰랑대는 가죽 수술이 매력적인 발렌시아가 모터백 등 한 시절을 풍미한 잇백 들이 즐비하다. 이런 잇백과 세트처럼 따라다니던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신상’이다. 신상은 이제 막 출시된 ‘새로운 상품’으로 트렌디한, 감각적인, 최신의, 부유한 등의 온갖 형용사와 맞물리는 가장 ‘핫’한 키워드였다. 그렇게 구두나 가방 따위를 가리켜 자못 우쭐한 표정으로 ‘이거 신상이야’ 할 적이 있었지만 요즘의 신상은 단순히 ‘새로 나온 최신의 것’을 뜻하진 않는다. 자신만의 ‘신상’을 찾는 사람들 덕분이다. ‘N차 신상’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맥락이기도 하다.

한 방송에 등장해 중고거래 마켓 활용기를 소개한 함소원. 출처 TV조선 <아내의 맛> 캡쳐

너에겐 구제? 나에게는 신상!

N차 신상이 탄생한 배경에는 ‘중고거래’가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집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오래된 그릇을 헐값에 중고거래 마켓에 내놨다고 가정해보자. 이를 본 누군가는 ‘완전 내 취향인데’ 혹은 ‘우리 엄마가 꼭 찾던 스타일인데’란 생각으로 얼른 구매 요청을 걸어올 수 있다. 시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물건인데다 저렴하기까지 해 ‘득템’ 소리가 절로 나올 지경. 이렇듯 남에게는 구질구질한 ‘중고’라 할지라도 나에게는 ‘신상’ 못지 않은 핫 한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뜻에서 N차 신상이 등장했다. 비록 낡고 보잘 것 없는 물건일지라도 새 주인을 만날 때마다 몇 번이고 ‘신상’으로 귀하게 취급(?) 받는 일이 얼마든 가능해진 것이다. 때문에 중고거래 마켓에서는 가구, 가전, 캠핑용품 등 부피가 큰 제품부터 시작해 쓰다 남은 로션, 작아진 옷 등의 소소한 물건까지 판매되고 있다. 덩달아 하루에도 몇 번이고 중고 마켓을 들락이며 N차 신상을 발굴중인 사람들도 늘어났다.

N차 신상에 대해 설명중인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 출처 인터비즈 유튜브 캡쳐

왜? N차 신상의 시대가 왔을까?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서 《2021 트렌드 코리아》에서 N차 신상 확대 원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1. 편리하게 중고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마련됐다는 점 2. 공유 킥보드, 공유 주택 등 공유에 익숙한 MZ 세대에게 상대적으로 중고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는 점 3. 같은 자원을 여러 번 반복해 쓴다는 점에서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는 의식을 갖게 된다는 점 마지막으로 4. 코로나로 고용 불안이 계속되면서 푼돈이나마 아껴 보자는 심리가 커졌다는 점 등이다.

자신의 짠테크 노하우를 설명하고 있는 개그맨 여현수. 출처 Jtbc <정산회담> 캡쳐

특히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사람들은 적은 돈이나마 차곡차곡 모은다는 뜻의 ‘짠테크(짜다+재테크)’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는데 이 짠테크에 중고 거래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더 이상 쓰지 않는 물건을 처분해 용돈을 버는 것, 새것 대신 값싼 중고를 구입해 돈을 절약하는 것, 또 희귀한 상품을 구입해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이른 리셀(Resell : 되팔기)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중고거래 마켓이 큰 탄력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N차 신상의 개념이 생겨났다는 의미다.

N차 신상 열풍을 견인했다고 평가받는 당근마켓 앱. 사진 출처 당근마켓 캡쳐

N차 신상은 어디에서 만날 수 있나?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디에서 N차 신상을 판매, 구매 하고 있을까? 먼저 N차 신상을 견인한 <당근마켓>은 ‘당신의 근처’라는 타이틀처럼 거주지역 인근의 사람들과만 거래가 가능하다. 직거래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기가 적고, 부피가 큰 물건을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 반면 지불 방식은 계좌이체나 현금 지급이 대부분으로 한정적이다. <번개장터>는 35세 미만의 고객이 전체 이용자의 80%를 차지하는 만큼 최신 스마트 폰 등 가전 제품의 거래가 빈번하며 그밖에 스니커즈, 스타 굿즈가 주력 상품으로 통한다. <헬로 마켓>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100% 비대면 안전결제 중고마켓을 지향한다. 구매자가 구매대금과 거래 수수료를 지불하고 난 뒤 거래가 안전하게 이뤄지면 판매자에게 1일 이내 입금을 해주는 방식이다. 신용카드, 휴대전화, 토스 등 결제수단이 다양해 편리하다. <중고나라>는 회원수 2300만에 빛나는 최대 규모답게 사용자 연령도 다양하고 올라오는 품목도 다양하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쉬워서 찾고 있는 물건이 있다면 제일 먼저 검색해 봐야 할 곳으로 통한다. 선물 받은 기프티콘을 매입해 주는 업체도 있다. <기프티스타>와 <니콘내콘>인데 모두 사용자에게 기프티콘을 위탁 매입해 재판매하는 구조를 띄고 있다. 그런가 하면 개인간 기프티콘을 거래할 수 있는 <팔라고> 앱도 있다.

‘리셀’을 콘텐츠로 한 유튜브 영상은 셀 수 없이 많다. 사진출처 유튜브 캡쳐

‘리셀’의 원조격으로 불리는 스니커즈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앱도 있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에서 운영중인 스니커즈 중고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은 업체에서 직접 검수를 진행해 짝퉁을 가려내며 이 밖에 무신사가 런칭한 <솔드아웃>, 국내 최초 한정판 스니커즈 플랫폼 <프로그>, 등이 있다. 결국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이 무엇이냐 선호하는 거래 방식이 무엇이냐 등 여러 조건에 따라 접속할 마켓이 다르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편 N차 신상과 비슷한 맥락에서 포슈머리즘(Fauxsumerism)이란 단어도 등장했다. 꼭 필요해서 구입한다기 보다 이리저리 구경하다 마음이 동해 지갑을 연다는 뜻인데 1일 1당근(당근 마켓에 중독돼 매일 접속한다는 의미)을 실천하다 과소비라는 대참사(?)가 일어났다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만큼, 소비의 적절한 밸런스를 맞추려는 ‘노오력’도 필요할 듯 싶다.

「쇠부리토크」 편집부

「쇠부리토크」 편집부
사진 촬영 김대진(지니에이전시)
취재_유하용(인천공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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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1. tae*** 댓글:

    코로나시대에는 비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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