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제철소를 위하여

환경문제는 전 지구가 당면한 최대 이슈다. 철강 산업이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면 ‘친환경 제철소 구축’이 필수다.

환경문제는 전 지구가 당면한 최대 이슈다. 철강 산업이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면 ‘친환경 제철소 구축’이 필수다.

환경문제는 전 지구가 당면한 최대 이슈다. 철강 산업이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면 ‘친환경 제철소 구축’이 필수다.

‘고로 브리더 밸브를 여느냐 못 여느냐 2019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고로 브리더 밸브(용광로 안전밸브) 개폐 논란은 기술적 논란을 떠나 ‘철강 산업과 환경과의 조화’라는 전환적 시사점을 제시했다. 우선 이 논란을 열역학 이론적 관점에서 살펴보자. 철강 제조공정은 ‘생산성 유지’라는 현실적인 상황 아래 철을 만들 때, 투입된 에너지와 원료 일부가 주변 환경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것은 ‘자연환경 유지’라는 이상적인 사회적 요구와 충돌하게 된다. ‘효율적으로 철강을 생산하면서도 환경을 지킨다’는 이 모순된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다. 하나는 철강 제조공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법. 다른 하나는 제조공정에 투입되는 에너지와 물질을 친환경화함으로써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발생 등의 기후 위기가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요구를 불러일으킴으로써 ‘친환경화’는 ‘철강 산업의 생존에 필요한 새로운 충분조건’으로 대두되었다.

친환경의 뜻, ECO의 의미

‘친환경’을 의미하는 ‘에코(Eco)’의 어원인 ‘Oikos’는 생태, 환경, 생활, 집 같은 삶의 환경적 조건을 의미한다. ‘자연적인 상태’라는 의미 외에도 생태학(Eco-logy)이나 생활의 법칙(Eco-nomy) 같은 용어에서도 알 수 있듯 ‘친환경화(Eco Friendly)’라는 개념에는 ‘경제, 생활과의 조화’라는 의미도 내포되어있다. 현재로서는 철강을 만들 때 어쩔 수 없이 환경에 덜 바람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지구의 생태학적 잠재력에는 한계가 있다. 바로 이때 ‘친환경화의 경제성’이 대두된다. 이런 의미에서 친환경화는 단순히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자연의 환경 잠재력(생태 자원)의 유한성’이라는 경제성의 관점에서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환경문제는 전 지구가 당면한 최대 이슈다. 철강 산업이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면 ‘친환경 제철소 구축’이 필수다.

철강 산업의 친환경화를 위하여

철강 산업의 친환경화는 투입 에너지당 구현되는 물성 또는 공정 효율로 정의되는 ‘에코 인덱스(ECO Index)’를 극대화하는 소재적 친환경화, 제조 공정의 친환경화 그리고 자원의 친환경화라는 3가지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1) 철강의 소재적 친환경화

철은 높은 원소 안정성과 유일무이한 고온수축 특성을 나타내는 ‘신()의 소재’로써 현재 대략 이론적 물성의 약 2분의 1 정도가 구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철강 소재의 성능을 이론적 수준인 2배로 높임으로써 투입 에너지당 구현되는 물성, 즉 에코 인덱스를 2배로 높일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이 남아있다. 이와 같은 철강 소재적 기술은 에코 인덱스를 높이는 직접적인 환경 효과 외에도 경량화, 장수명화, 고강도화 같은, 미래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는 경제적 효과도 함께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기본적인 친환경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2) 철강 공정의 친환경화

현재진행형인 기후 위기와 환경 위기는 글로벌 차원의 경각심을 부르며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전 세계적 협정인 파리협정(2015 12 12)을 끌어냈다. 이런 흐름은 지금까지의 ‘생산성 중심의 제철 공정’을 뛰어넘는 ‘환경, 사회와 조화를 이루는 제철 공정(ECO Mill)’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친환경 철강 공정은 글로벌과 국가 차원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와 자원순환법에 따른 부산물 배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무배출 시스템(Zero Emission)화’ 전략을 기본 방향으로 설정할 수 있다.

환경문제는 전 지구가 당면한 최대 이슈다. 철강 산업이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면 ‘친환경 제철소 구축’이 필수다.

탄소계 제철 공정은 원가를 낮추기 위해 지속적인 에너지 절감 노력을 거듭했다. 그 결과 에너지와 이산화탄소 삭감 잠재력이 각각 0.07GJ/, 0.08-CO2/t에 이르는 임계 수준에 도달했다. 그 때문에 앞으로 추가적으로 에너지를 절감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 당진제철소 역시 탄소계 제철 공정을 통해 철을 생산한다. 이와 같은 탄소계 제철 공정의 한계를 넘어 국가별 감축 목표에 따른 추가 감축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철강기업들은 2030년 이후 완성을 목표로 탄소 일부를 수소로 치환하거나 철광석 일부를 고철로 대체하는 혁신 공정을 국책연구과제로 공동 개발하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국가자원순환법은 궁극적으로 제철 공정에서 발생하는 슬래그, 분진, 슬러지 등과 같은 부산물을 자원으로 만드는 무배출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슬래그, 분진 같은 고상계 부산물은 시멘트, 노반재 등 낮은 수준의 자원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 EU 등의 선진국은 부산물을 고강도 시멘트, 단열재, 농업 암면 등의 친환경 · 고부가가치 소재나 인광석 대체 자원 같은 높은 차원의 자원으로 활용하는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높은 수준의 부산물 자원화는 철강 공정의 친환경화 이외에도 자원의 고도화를 통해 경제성까지 함께 높임으로써 철강 산업을 위한 ‘환경문제 해결사(Eco-Solution Maker)’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부산물 활용의 고도화 이외에도 미세먼지의 경우, 현재 당진제철소가 적용하는 연료 설비 이외에도 소결과 코크스 설비에도 밀폐화 개념을 적용해 미세먼지 저감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친환경 제철소 구축은 철강 산업 재도약의 필수 조건

2019 6월에 있었던 고로 브리더 밸브 개폐 논란은 ‘산업과 환경 그리고 사회의 조화’라는 전환적 인식을 요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철강 산업은 이론적 한계 수준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에너지와 자원 효율성을 획득했다. 그런데도 초대형 설비의 집약체인 철강 산업은 ‘유한한 환경 자원’이라는 새로운 산업 조건에 대해 다시 한번 숙고할 필요가 있다.

환경은 한계가 있는 자원이다. 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인한 탄소세, 환경 비용, 환경규제 등은 철강 산업에 원가 부담 요인으로 다가온다. 그 때문에 ‘환경이라는 자본재’는 생산성, 고부가가치화와 함께 철강 산업의 새로운 생존 조건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환경이라는 자본재는 앞으로 철강 산업의 성패가 달린 새로운 핵심요인이다. 때문에 지금까지의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대응이 아닌,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사회와의 소통이 요구된다. 특히 지역 사회는 물론 국가, 그리고 글로벌 차원에서의 환경 기술적 리더십과 소통을 통해 환경문제에 대한 방관자가 아닌, 사회와의 교집합적 관점으로 환경의 미래를 열어갈 필요가 있다.

피할 수 없는 자원 고갈, 기후 위기, 미세먼지라는 죽음의 계곡을 넘어 철강 산업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환경자원의 경제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사회와 조화를 이루는 ‘친환경 제철소’로 거듭나야 한다.

 민동준(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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