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싸우고 열을 다루다
당진제철소 제강정비팀

이상태 차장, 김창용 과장, 이훈민 대리, 김용수 기장, 배동렬 팀장, 최성주 기장, 김영민 주임, 김웅비 사원(왼쪽부터)

고장 나기 전에 미리 예방
당진제철소에는 전로 5기, 탈황설비(KR) 5기, 탈탄설비(LF) 3기, 탈가스설비(RH) 4기가 있다. 유지 보수 작업은 누수와의 싸움, 즉 물과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제강공장에는 뜨거운 쇳물을 식히기 위해 상시로 냉각수가 사용되고, 이 냉각수가 누수 되는 원인은 뜨거운 열과 압력 때문이므로 물과의 싸움은 바꿔 말하면 열과의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제강정비팀은 누수를 막기 위해 월 1회 예방 정비를 한다. 모든 설비에는 교체주기가 있어서 계획을 세워 고장 나기 전에 미리 교체한다. 정기 보수에는 10시간 정도가 걸린다.

설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전로다. 전로는 고로에서 나온 쇳물을 받아 크롬, 니켈 등의 부원료를 집어넣어 적합한 강종으로 끓이는 용기다. 전로 안에 내화물(높은 온도에서 견디는 비금속 재료)인 벽돌을 쌓아놓는데, 이 벽돌은 사용할수록 얇아져 6개월마다 교체해줘야 한다. 전로를 식히고, 가스를 배출하고, 사용했던 벽돌을 다 깨고 새로운 벽돌을 쌓는다.

벽돌 교체 공사기간은 8~12일 정도로, 전로가 쉬는 동안 그와 연결되는 다른 설비들도 쉬기 때문에, 로재팀에서 내화물을 교체하는 사이 제강정비팀에서는 배관 교체, 감속기 교체 등 시간이 걸리는 설비들을 보수한다.

정비도 생산이다
그러나 이렇게 예방정비를 해도 늘 돌발 상황이 생긴다. 돌발 고장에 대비하기 위해 각 파트당 2명씩, 4조 3교대로 대기한다. 2명으로 처리가 안 될 경우 비상소집을 하기도 하지만, 그 횟수가 빈번하지는 않다.

제강정비팀은 일관제철소가 문을 연 2010년부터 가동했는데, 그때만 해도 설비 고장으로 1년에 90시간 정도 멈췄다. 그러나 꾸준한 노력과 점검으로 작년에는 그 시간이 1년에 23시간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김용수 사우는 ‘정비도 생산이다’라고 말했다. 제강정비팀을 돈 쓰는 조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정비 품질을 올리면 생산비가 절감되기에 정비도 생산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서로 다른 특성의 기계 정비와 전기 정비
제강정비팀은 4파트로 나뉘어 있다. 1제강공장과 2제강공장에 각각 기계와 전기를 담당하는 파트가 있다. 현장에는 68명의 직원이 일하고, 그와 비슷한 수의 협력사 직원들도 함께 한다. 사무실에서는 8명의 직원이 인력 관리, 정비 계획 수립, 예산 관리 등을 한다.

제강정비팀의 일과는 열과 물과의 싸움이다.

기계와 전기는 특성이 다르다. 기계는 부서지거나 샌다. 육안으로 고장이 드러나기 때문에 그 고장을 고치면 된다.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그러나 전기는 고장 결과보다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같은 상황이 재발되지 않는다. 원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계 쪽에 고장이 나면 여러 명이 달라붙어 고치지만, 전기 쪽은 일이 터지면 많아야 두 명이 패널에 붙어서 끙끙 앓으며 원인을 조사한다.

팀을 이끌고 있는 배동렬 사우는 전기파트와 기계파트가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화합하는 관계라고 했다. 전기 파트의 김영민 사우는 “팀을 이끌고 있는 배동렬 사우가 기계 전공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전기파트를 오히려 더 배려해주세요. 원인을 분석하고 계산을 하는 게 어렵다는 걸 아시니까 더 소통이 잘 됩니다”라고 했다.

기술보다 인성이 중요한 제강정비
배동렬 사우는 제강정비팀 팀원에게는 인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비는 학교에서 배우는 기술적인 측면보다 인성이 요구됩니다. 조직의 경험적 측면을 수용할 수 있는 자세, 겸손함 등이 필요합니다. 위험한 작업이라 독불장군식으로 하다 보면 한 번의 실수가 자신의 선에서 끝나지 않고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언제든 인명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라 독선적인 태도보다는 겸손과 협동이 필요하다. 다행히 현재 제강정비팀은 정년을 2년 앞둔 기장인 최성주 사우를 비롯한 팀원들의 분위기가 무척 가족적이며 서로를 신뢰하고 있다.

제강정비팀 전기파트의 작업은 원인을 알아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전로 같은 로를 수리하는 경우 24시간 철야 작업을 하기도 해요. 그만큼 작업이 힘들고 야간작업이 잦은데, 그래도 팀원들이 힘들다는 내색 없이 열심히 해줘서 고맙죠. 8일간 한다면 그중 3일은 밤을 새워요. 묵묵히 일해줘서 고마운데, 요즘은 주 52시간 근무로 법적인 제약이 있다 보니까 그런 부분이 숙제로 남아 있어요. 일을 쪼개서 하거나 기간을 늘리면 되는데, 하던 일을 한밤중에 다른 사람이 와서 서너 시간 일하고 가기도 힘들고, 회사 입장에서는 생산성 문제도 있으니까요. 이런 부분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어요.”

뜨거운 열과 물이 뿜어져 나오는 공장에서 힘든 일을 묵묵히 해내는 제강정비팀이 있기에 쇳물은 철강으로 차질 없이 탈바꿈하고 있다.

 

알파고’ 같은 우리 팀 히어로
– 1제강 전기보수반 김영민 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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